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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Apr 28. 2024

전역한 친구를 소개받다

스타트업 팀원의 탄생




나는 누구인가?


K군을 도와주기로 마음먹은 후, 나는 그 자리에서 악수를 청했다. 그렇게 웃으면서 악수를 한, 그날은 모든 것을 이룰 것만 같은 기대감에 잠시 취해 있었다. 조금씩 먹구름이 형성되고 있는지 모른 채.


K군이 정식으로 출근하기로 한 그날부터, 나와 K군은 수개월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업철학에 대해 끊임없는 대화를 나눴다. 예를 들면 대략 이런 내용이다.


- 나는 왜 태어났을까?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 삶에 의미란 무엇일까?

- 나의 꿈과 이상은 무엇인가? 혹은 바람이 있는가?

- 나는 진정 간절한가?

- 적성, 취미, 직업, 사명감 등은 개념과 속성이 미묘하게 다르다. 우리는 이것들을 구분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중에서 내가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취미일까?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것일까? 또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았을 때 현실은 어떠한가?

- 많은 사람들이 창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사업, 프리랜서, 프리랜서 연합, R&D창업, 장사,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기술창업, 사회적 협동조합, 비영리단체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모르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정체성의 문제로 인해 속도는 감속하거나 정지된다. 때론, 빨리 달려 나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 먼저 나를 알고 너를 알아야 한다.

- 어떤 기업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가? 그리고 그 속에 당신은 어떤 모습인가? 컬러로 선명하고 자세하게 설명 후 그려보라.

- 우리가 접하는 성공한 사람의 모습은 결과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결과 중심적 사고가 강하다. 그래서 과정은 망각한다. 쉽게 말해, 성공한 사람은 5단계 위치에 있고 나는 1단계 위치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휘발성이 높은 미디어의 영향으로 인해, 내가 마치 4~5단계에 있는 것처럼 착각한다는 게 큰 문제다. 명심하자, 첫발을 들여놓는 우리는 1단계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을···. 이는 마치, 헬스장에서 남성 회원들이 70~80kg 무게의 바벨을 쉽게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나도 그 정도쯤은 쉽게 들어 올릴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 폭탄의 위력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렇다. 중심 에너지의 압축률이 높아야, 그만큼 더 광범위하게 퍼져나가 위력을 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심 에너지는 무엇으로 비유할 수 있을까? 바로 나 자신과의 끊임없는 질문과 그에 대한 고찰이라 할 수 있다. 생각의 힘은 그만큼 무섭다.

-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극히 일부분을 제외한 대다수는 끝이 좋지 않다. 이유가 무엇일까? 음식을 담을 때 무엇이 필요할까? 그렇다. 접시가 있어야 음식을 담을 수 있다. 그런데 접시가 너무 작아 종이컵이라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 음식을 담고 싶어도 담지 못한다. 설령 담는다고 해도 결국 어떠한가? 흘러넘치지 않는가? 돈도 마찬가지다. 돈을 쓸어 담고 싶다면, 우선 그릇을 키워야 한다. (그렇다고 그릇만 계속 키워도 안된다. 뭐든지 균형이 필요하다.)

- 책을 많이 읽고, 생활 속에 사고와 생각을 습관화하며 연습하자.
   (습관을 위해서는 책을 읽을 시간이 없더라도 항상 책을 들고 다녀보자. 헬스장에 갈 시간이 없으면 운동이 아닌, 샤워하러 간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습관은 시작된다.)

- 물체를 가열하면 반고체가 되고, 반고체를 가열하면 액체가 되며, 액체를 가열하면 기체가 되어 사라진다. 인간은 하나의 원소적 형질을 갖기 때문에 조직 또한 이러한 원리에 입각해 적용될 수 있다. 군중이 쉽게 모여지고 사라지는 것 또한 이러한 자연의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등등


이런 수많은 대화와 고찰의 시간을 가지면 가질수록,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답답함이 쌓이게 마련이다. 나이가 젊을수록 더욱 그러하리라. 열정과 꿈의 힘이 뇌에서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금씩 임계점이 쌓이기 시작할 무렵, K군이 나에게 와서 이렇게 말한다.


"제 친구가 이번에 전역을 했는데요. 친구랑 대화해 보니 본인도 진로 적성을 찾지 못해서 방황하는 것 같은데 상담 가능한가요?"


내가 말했다.


"어차피 잘 됐어. 내가 한번 설명할 때 동시에 2명(K군, 친구)에게 전달하면 확률상 그게 유리하지. 일단 데려와~"




K군의 친구(B)를 소개받다



며칠 뒤, K군의 친구 B군과 함께 사무실로 찾아왔다. 첫인상은 뭔가··· 다크 하고, 조용하지만 눈 빛은 낭만이 담겨있는 청년으로 보였다. 안경을 썼고, 눈꼬리는 살짝 올라갔다. 목소리는 포레스텔라의 동굴음성이 내 귀에 메아리친다. 동굴 목소리로 인해 무슨 말인지 잘 안 들린다.



내가 B군에게 물었다.


"너의 소개를 AUTO로 빨리 감아줘. 뻔한 말 그거~"


B군이 답한다.


"(동굴 목소리) 저는 K군과 고등학교 동창이고요. 대학교는 1년 다니다가 접었어요. 그냥 관심 없어요. 비전도 없기도 하고요. 군대는 자동차 정비하다가 전역했어요. 설계 정비 쪽에 적성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캐드도 해볼까도 생각했었어요."


내가 다시 묻는다.


"꿈이나 목표, 바람 같은 건 있어요?"


B군이 답한다.


"(동굴 목소리) 내가 뭘 하고 싶은지, 그냥 모르겠어요~"


"집에 가서 생각 좀 해볼게요. 그런데, K군이 하고 있는 영상은 아닌 것 같아요."


내가 말했다.


"지금까지 내용을 취합해서 아주 가볍게 진단해 봤는데요. 기술 및 연구 범주에 적합성이 높은 듯한데, 음··· 캐드도 좋은데 창업에 조금이라도 뜻이 있는듯하니, 그렇다면 3D프린터 분야에 관심을 갖고 조사해 보세요"


B군이 말한다.


"오 그런 게 있어요? 대박! 생각 좀 해볼게요."



 


B군 비전을 정하다!



K군과 같이 출근한 B군, K군은 오늘도 어김없이 나와 기업철학에 관해 고리타분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B군은 다른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보며 곰곰이 생각에 잠겨있다.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이런 농담을 던지고 사라진다. "시골에 학당 차리세요~"라고 말이다. 그런데 B군과 같이 있어서 그런지, 사무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드는 건 나만 그런가? 몇 시간이 흘러 B군의 먹구름이 나에게 몰려온다. 그러곤 B군이 나에게 흥분한 얼굴로 질문한다.


"(동굴 목소리) 대표님, 저의 꿈을 찾았어요!"


"저는 3D 프린터로 거대한 집을 만들 거예요! 멋지지 않나요?"



내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그···어···음··· 그래요. 잘 생각했어요."

"그런데, 집을 3D로 만드는 건 중국이나 국내에서도 시도 중이긴 한데, 작은 3D프린터 작동 경험 없이 거대한 프린터를 작동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제반비용 마련하려면 큰돈이 필요할 텐데··· 물론, 스타트업 도전정신으로 어떻게든 할 수야 있겠지만··· 음···"


B군이 말한다.


"(동굴 목소리) 비용이 얼마 들어요? 500만 원? 대출받아야 되나? 그러면 알바 두 탕 뛰어야 되겠네요···"


내가 또 한 번 당혹스러움을 참고 다시 말했다.


"우선 금액 자릿수가 그게 아니랍니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5,000만 원으로도 만들지 못해요~"


"현실이란 놈이 자유로운 생각과 꿈을 억압하는 게 참으로 곤혹스럽긴 한데, 처음은 현실과의 타협점을 찾는 게 필요할 듯 보여요."





다음날, B군은 다시 나에게 찾아와 말한다.


"(동굴 목소리) 타협점을 찾았어요. 3D 프린터로 간이 화장실을 만드는 거죠. 어때요?"


나는 태연한 B군의 모습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심장 박동수가 증가했고, 나의 어깨 근육과 이두박근의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의 피는 혈류를 따라 뇌로 올라와 열을 가하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아귀의 힘이 강하게 쥐어진다. 이로써 전두엽의 공격 명령만을 기다린 상태였다.


'때릴까? 아니지 동기를 북돋아 줘야지. 아냐 맞을 짓을 하고 있어. 아냐.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럴 수 있지.'


내 안의 4 총사가 뒤죽박죽 싸우는 중이다. 누가 이겼을까?


결국 메타인지의 힘으로 감정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고, 대화는 다시 이어졌다.


내가 말했다.


"3D프린터 크기 확인했죠? 거기서부터 작게 시작해 보는 거예요. 알았죠?"


"그리고 아이템을 설정해서 사업계획서 작성하는 법부터 시작해 봅시다."


그날 이후, B군은 3D프린터 관련한 시장조사를 진행하면서, 처음 나에게 집을 짓겠다고 한 말이 어떤 말인지 현실적으로 자각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3D 프린터 설계를 위한 기초 지식을 쌓기 시작했다.


한편, K군은 그제야 나에 대한 정립을 어렴풋이 마무리한 후, 사업계획서 작성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스스로대한 정립이 1차 끝나고 치고 나가는 속도는, 내가 생각했던 역량의 속도보다 2~3배 빨랐다. '이렇게 빨리 성장할 줄이야···'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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