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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Apr 25. 2024

대학생 2학년, K군

우연과 필연




지방 대학교는 비전이 없다?


K군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우연과 필연이라는 의미 속에 이들과 함께 공존할 것 같음을 예감했다. 그 만남 이후, 며칠이 지났다. 불현듯 나에게 문자 한 통이 왔다. 바로 K군의 문자였다. 문자를 확인해 보니, 미팅 가능하냐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K군과의 만남은 일주일에 한두 번 햄버거를 먹으며, 사연의 시작을 알리는 서사의 관중석으로 나를 초대했다.


약속 당일, 엄마의 마음이 깃들어 있는 햄버거집에서 둘이 앉아 햄버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색한 정적이 싫어, 내가 먼저 물어봤다.


"통성명부터 하자. 나는 사무실에 출근은 하고 있는데, 따지고 보면 놀고 있는 백수란다. 그냥 낭만 선비처럼 지내고 있지. 암튼 만나서 반갑다."


그러자 K군이 답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C대학교 2학년 K입니다. 올해 21살이고요. 영상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고 거기 총괄을 맡고 있어요. 영상 제작건 외주 받으면서 용돈벌이 하고 있고, 동아리 후배들에게 비용 내려서 아르바이트비 충당 할 수 있도록 책임지고 있답니다. 따지고 보면 제가 어미새라고 보면 돼요."


내가 말한다.


"학교 생활은 어때? 나는 대학교 입학금만 내고, 곧바로 사회전선에서 처럼 일하면서 빚 갚았는데···, 너는 캠퍼스 낭만을 즐겨서 심히 부럽네"




K군이 답한다.


"캠퍼스에서 기타 치는 낭만은 조선시대에 있을법한 말이고요. 학교마다 다를 순 있는데, 저희는 학교축제나 술 마실 때 말곤 없어요. 그렇다고 공부를 빡시게 한다? 것도 아니에요.(서울권의 주요 대학 말고는) 물론, 장학금이나 학점을 잘 받고 졸업하려고 하는 친구도 종종 있는데, 이런 케이스는 대학의 질이 낮을수록 희귀 케이스죠. 지방대가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1~2학년의 경우 그냥 생각 자체가 없어요~"




"우리가 7080 부모세대의 환경에서 길러진 2세대라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취업이 인생의 목표인양 부모에게서 정신교육을 받으니, '우리도 당연히 어떤 대학이든 가서 졸업하고 취업해야 되는구나'라고 기계처럼 생각해요. 그러면서 남들이 자격증 스펙 올리니 따라서 자격증 공부하는 거죠. 국가 자격증이면 그나마 모르겠는데, 워드자격증? 그런 거에 시간을 투자하거든요. 그러니 뭐가 되겠어요. 그런 것에 관심 없는 친구들은 대학 입학하자마자 생각 없이 사는 거죠. 한마디로 주체 없는 객체인생이죠. 나는 그게 답답하고 너무 싫었습니다. 그렇다고 딱히 방법을 모르니, 방황하고 있는 거죠."






나는 대학생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당혹 그 자체였다. 결국 나 같은 사람은 캠퍼스의 낭만을 쫒는 생각 없는 사람임을 우회로 꼬집은 셈이니 말이다.(물론 그런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나는 나이 및 직위 불문, 그 대상이 1세 미만 아기일지라도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고개 숙여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K군의 생각을 계속 들어보기로 하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햄버거를 다 먹은 후, 우리의 대화는 2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나는 다음 미팅을 기약하고 사무실에 들어와 점심때 대화했던 내용을 곱씹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 마음을 울리는 한마디



며칠 후, 오늘도 어김없이 나의 백수 생활은 이어지고 있었다. 그날도 K군과 햄버거를 함께 먹는 날이다. 내가 조심스래 물어봤다.(성인이든 청소년이든, 가정환경은 자녀의 정서적 안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그런 차원에서 나는 이것을 확인해야만 했다. 추후에 이야기하겠지만, 정서적 안정은 성장의 근원이자 동기로써, 팀조직 또한 앞서 말한 가정환경과 동일한 방정식이 적용된다.)


"한국 사람들의 고전적인 질문: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K군이 답한다.


"아버지랑 같이 살고 있고, 어머니는 고등학교 때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여동생 하나 있고요. 아버지가 일을 하고 있어서 빚이 있는 건 아닌데, 그냥 그래요."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다는 말에, 나의 가슴에서 사명감이 점차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다. 어머니 말만 안 했어도, 나는 나의 길로 K는 K의 길로 갔을 터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듣은 이후라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남들은 이것이 '진정한 오지라퍼' 혹은 '바보 같은 이타심'이라고 비아냥 거리거나 안타깝게 쳐다보곤 했다.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그런 말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결심한 것에 대해 추진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어떻게든 진행한다. 그래서 내가 K군에게 말했다.



네가 꿈꾸는 그것을 만들 수 있게 밀알이 되어줄게.
내가 어디까지 도와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거두절미하고 나랑 해볼래?



그날은 나에게 백수에서 인큐베이터로 직업이 바뀌는 역사적인 날이 되었다.

'그나저나 나··· 휴양하기로 하지 않았었나?'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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