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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May 12. 2024

힐링 제주 워크숍

조직의 단합을 위하여


팀 소개


K군(강석): 나이 22세, 대학교 영상 동아리 대표(2학년), 영상미디어 관련 사업을 꿈꾸고 있음, 영업적 성향, 원만한 둥근 성향, 에너지(+10)
B군(김수): 나이 22세, '강석'의 고등학교 동창, 3D프린터 사업을 준비하다 최근 K군 사업에 팀원으로 합류, R&D 성향, 모난 삼각형 성향, 에너지(-9)
H군(황민): 나이 22세, 중국집에서 요리 및 각종 알바경험, 외식업 매니저 성향, 원만한 둥근 성향, 에너지(+10)
S군(신주): 나이 22세, '황민'의 군대 친구, 인테리어에 관심 많음, R&D 성향, 모난 삼각형 성향. 에너지(-10)







원룸 속의 외침


나는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해 그 사람의 이마에 해당 숫자와 분야를 가상에 새겨 넣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강석(K군)'과 '김수(B군)', 그리고 '황민(H군)'과 '신주(S군)'를 합류한 순서대로 나열했고, 이들의 이마에 주홍글씨를 새겨 넣기 시작했다. '강석'은 영상쟁이, '김수'는 3D프린터, '황민'은 중국요리사, '신주'는 미슐랭. 그렇게 놓고 다시 얼굴을 바라보니, 분야와 성격이 일치하는 듯하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다음날 아침이 왔다. 사람이 늘어날수록 하루하루가 왜 그리 빠르게 지나갈까?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걸까?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 물어보니, 여기 있는 4명 또한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고 말한다. '신주'가 들어온 지 벌써 2주가 흘렀다. 그동안 작은 원룸에서 잘 지냈으려나? 내가 넌지시 이들에게 물어봤다.


돌아온 답변은 뜨뜻미지근하다. 8평이라 군대처럼 새우잠은 안 자도 되지만, 이들에겐 첫 경험이라 매우 힘든 눈치였다. 내가 라떼 장전을 하고 싶었으나,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게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의 6.25 사변까지 올라가야 해서 입 다물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까지 올라가지 않을까? 그렇게 따지면 나 또한 행복에 겨운 삶을 살고 있기에, 스스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으리라. '김수'가 말한다.


"(동굴 목소리) 감자님 저희 숙소가 곰팡이가 많고 어두워서, 꼭 동굴 같아요."


"요즘에는 매캐한 냄새가 방귀인지 곰팡이 인지 모르겠어요. 분간이 안 가요. 헤헤"


 이때 '황민'이 말한다.


"그거 '강석'님 방귀 냄새 아닌가요?"


갑자기 '신주'가 끼어들어 말한다.


"밤에 자다가 '황민'님이 자꾸 뀌더만~! 난 시끄러워가 잠도 몬자고! 거기까진 참겠는데, 어제 뭘 먹었는지 냄새 때문에 어지러워 죽는 줄~"


"범인이 한 두 명이 아닌 것 같은데?"


'강석'이 말한다.


"당신 코 고는 소리가 더 시끄러워요!"


그렇게 서로 얽혀 옥신각신하는 횟수가 늘면서, 스트레스는 점차 쌓여만 가고 신경은 더욱 날카로워진다.





개성 있는 워크숍이 필요할 때


자동차의 엔진을 유지하고 향상하기 위해서는 엔진오일 및 첨가제를 넣어야 한다. 이처럼, '조직의 빠른 화학적 결합을 위해서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나는 그중 하나를 선택하여 소프트랜딩을 시도하고 싶었다. 고민의 고민을 통해 도출한 하나는 바로, '워크숍'이었다.


'워크숍'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진부한 키워드가 아닌가?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것을 고민의 고민을 할 이유가 있을까? 맞다. 고민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내가 생각한 워크숍은 이들의 니즈를 반영한 워크숍이었다. 그러면서 적정선에서 통제 가능해야 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중도를 실천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교도소에서 교도관 없이 죄수에게 자율권을 부여하여 규칙과 규율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가?"를 실험하는 다큐방송이 있다. (실제 이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는 교도소가 해외에 여럿 있다.) 놀랍게도 이들은 처음엔 많은 분쟁이 있었으나, 이 또한 화학적 결합을 통해 스스로 규칙과 규율을 자율적으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질서를 잡아 나간다. 이뿐만 아니라 정서적 안정을 통해 교도소 내 폭행이 줄어들고, 재수감율 또한 현저히 떨어졌다. 나는 이러한 자율과 통제에 관해 오랫동안 고찰하던 찰나, 이번 기회에 이를 적용(사회초년생 그룹) 해 보기로 했다.


일반적인 워크숍은 자율성 없는 경직된 조직 문화의 범주로써, 프로그램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우리는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그렇기에 좋은 곳을 가더라도 우리가 조직 속에 있는 한, 마음 편히 즐기지 못한다. 이는 가족 여행도 마찬가지다. 즉, 대의를 위해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우리 사회 또한 수익을 얻는 쪽이 있으면, 다른 한쪽은 돈을 잃는 것이 자본주의 시스템의 어두운 단면이다.


결국, 희생하는 쪽은 업무의 연속인 셈이다.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해야 하니, 얼마나 곤혹스러울까? 심지어 등산을 하자고 한다면, 속으로 다들 비명을 지르리라. 물론, 조직의 단합을 위해 물리적 자극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러한 물리적 자극에 이끌려 인사이트를 얻는 사람도 분명 있을터다.


그러나 피라미드 상위 계층에서 바라본 워크숍, 중간 계층에서 바라본 워크숍, 하위 계층에서 바라본 워크숍은 동상이몽처럼 큰 차이를 가진다. 예컨대, 워크숍을 마친 경영진이 만족스러운 워크숍이라고 평했다고 하자. 이는 중간 계층과 하위 계층의 희생이 녹여져서 전체가 아름답게 포장된 것이지 모두가 만족스러운 워크숍은 아니다. 다시 말해, 모든 일이 상위계층의 편리를 위해 시스템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지, 하위 계층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워크숍을 지향하고자 하는 것인가? 간략히 말해, 느슨한 통제 범주의 자율 워크숍이다. 팀별로 알아서 계획을 세우고 취향에 따라 즐기는 것. 2인 1팀으로 차량 및 숙박을 개별 렌트하여 각자 자율적으로 시간을 갖고, 저녁엔 다 같이 모여 가벼운 음주를 통해 비전과 문화를 논하는 것. 즉, 일상의 일들을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개인 취향에 몰입하는 것. 이것이 내가 제안한 워크숍이다. 어찌 보면, 여행을 빙자한 워크숍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나는 이 둘의 교집합 사이에서 이것을 향유하고 싶었다. 또한 자유를 부여함으로써 확인하고 싶었다. 


1. 자유를 누리는 것 또한 자격과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이들은 어디까지 인지하고 있을까?

2. 누가 계획을 세우고, 리더십을 발휘할까?

3. 여행은 여러 목적(마음 가는 데로, 계획성 있게, 나의 일과 연계하여 등)에 따라 성격과 밀도가 달라진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업을 염두해 가면서 자유를 누릴까?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감성적 자유만을 향유할까?

4. 취향 및 성향파악


나는 사회초년생들(95~00년생)의 생각과 취향을 공감하지 못하기에, 이번 기회를 빌어 함께 경험하고 관찰해 보고 싶었다. 이번 워크숍의 목적은 구성원의 성향과 관리자의 기질 여부이다. 제주 워크숍 비용은 6명  4박 5일 기준, 합계 약 1,200~1,400만 원이 지출되었던 것 같다. 과하다면 과하고, 노멀 하다면 노멀 한 금액. 이들에게 한편으론, 또 하나의 추억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자율 워크숍을 통한 구성원의 찐 성향



창업할 때 우리는 논리적 가설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즉, 서비스를 준비하는 기준은 나와 팀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설다. 이를 기준으로 프로토타입(임의 시제품 or 샘플)을 만들고, 고객들의 반응을 들여다보곤 한다. 결국, 매몰차게 거절당하는 수순을 밟으면서 시제품은 다시 개선된다. 이러한 과정을 전문용어로 PIVOT(피봇)이라 하는데, 우리는 이러한 피봇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피봇을 많이 한다는 것, 다른 측면에서 이것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그렇다. 냉정히 말해, 나의 가설(아이템)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반증이다. 스타트업을 준비한다는 것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 과정과 같다. 그렇다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우선 서비스를 제대로 받아보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그러한 서비스(프리미엄 서비스를 지칭)를 받기 위해서는 비용지출이 높기 때문에 이용하지 않으려 한다. 경쟁사의 서비스를 직접 이용해 본 것처럼 가정하고, 구글링을 통해 비교 분석을 한 뒤 비슷한 사업을 시작하는 식이다.


이들은 추후, 시간은 시간대로 비용은 비용대로 소진 후에 결국 SOS 요청한다. 처음부터 경쟁사 서비스를 여러 각도로 이용해 보고 비교분석 후에, 차별화 전략을 꾀했으면 성공 확률이 지금보다 높아졌을 텐데 말이다. 나는 그 어떤 서비스라도 해도 경쟁사 제품 혹은 서비스를 질리도록 이용해 본 후, 천천히 사업에 뛰어들라고 말한다.


나는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강조하곤 한다.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내가 그만한 대접을 받아봐야 디테일을 알 수 있다!

서비스의 승패는 결국, 디테일에 있다.






워크숍 출발 당일. 6명이 공항에 집결하여, 여러 사항을 체크하고 매일 저녁 7시마다 임의 단톡방을 통해 상황을 전파하기로 규칙을 정하고 제주도로 출발했다. 첫날은 숙소로 이동하기까지 함께 단체 생활을 이어 나갔다. 이후 숙소를 얻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가고 싶을 곳을 각자 찾아갔다.





하루가 지난 후,

자율성을 부여해서 그런 걸까? 각자의 취향과 성향이 분명한 이들.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표출이 되는 것을 보면서, 나도 꽤 흥미롭게 관찰했다. '황민'과 '신주'는 팀원으로 들어왔음에도 외식업을 염두에 두고 먹거리 투어를 하고 있었고, '강석'과 '김수'는 술 마시며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라 밤새도록 앞으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머지 팀은 스포츠팀으로써 8 라운지에 소개되지 않은 팀이기에 생략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는 이들 중 누가 리드를 할 수 있으며, 말과 행동이 다른 구성원이 누구인지 대략 파악할 수 있었다. 결국, '강석'과 '김수'는 각자 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고, '황민'과 '신주'는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로써 팀빌딩의 구분이 확실해졌다. 나는 이러한 사고의 내용을 이들에게 말하지 않은 채, 천천히 흘러갈 수 있도록 가이드역할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직은 4명이 한 팀이니까 말이다.


4박 5일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마지막 복귀 날은 함께 이동하는 단합의 날이다. (그렇게 정했다) '김수'가 공항에서 이렇게 말했다.


"(동굴 목소리) 살면서 이런 워크숍은 처음이라, 개인적으로 한번 더 오고 싶어요. 몇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김수'는 혼자서 제주도를 다시 찾아갔다. 그런데 그 느낌이 아니라나 뭐라나···




제주도 워크숍을 갔다 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다들 상사병에 걸린 것 마냥 멍한 눈빛이다. 왜 안 그렇겠는가? 제주도 신혼여행 갔던 사람들보다 많이 돌아다녔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계산해 보니, 4박 5일은 제주도의 반쪽 반경을 가볍게 경험할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년엔 나머지 반쪽을 가기로 약속하고 전열을 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매년 이러한 워크숍 행사를 내가 아닌 4명이 주축 되어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로 하고 의기투합하기로 한다. 이러한 타이밍에 내가 말했다.


원룸에서 고생 많았어요.
2~3룸 하나 더 얻어 볼까요?

그리고 대학교 산학연계생(취창업 연계생) 면접 봐주세요!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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