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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May 16. 2024

스타트업, 정서적 안정이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3룸으로 이사


나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이는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말로써, 가정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고스란히 통용된다. 즉,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는 창업가 또한 이러한 범주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쉽게 말해, 창업가와 팀원들의 가정이 안정적이어야만 사업을 준비함에 있어 문제없이 달려갈 수 있음을 말한다. 어쩌면 당연하고도 진부한 말이지만, 대다수 이것은 간과된 채,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는 것이 큰 문제다. 결국 가정 문제와 같은 개인적인 사유로 중도에 그만두거나, 팀원들끼리 불화가 일어나 사업의 존립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런 측면에서 '가화만사성'은 가볍게 생각하고 지나칠 일은 아닌 것이다. 나는 스타트업을 준비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항상 이런 말을 전하곤 한다.



사업을 하고자 한다면, 최우선으로 가정이 안정돼야 합니다.
이는 자녀, 배우자, 부모, 의식주, 정서 등을 포함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기도 하고, 반면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분명 있다. 그러한 안정을 이루기 위해 사업에 도전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그렇다. 한편으론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불안정한 기반에 사업을 준비하는 팀들 대다수는 중도에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더 높다. 안정적인 가정환경 속에 사업을 준비하는 것도 힘든 게 현실인데, 가정 이슈가 터져버리면 심리적, 물리적 지지기반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리는 상황에 놓인다.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어느 날, 나는 '강석', '김수', '황민', '신주'를 보며 말했다.


"나야 뭐 옛날에는 노숙도 해보고 했지만, 나의 상황과 여러분의 상황은 세대적으로 많이 다르니 지금 살고 있는 원룸 생활이 많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그쯤 경험했으면 충분히 했다고 생각해서, 조만간 3룸 하나 얻어서 조금 더 편안하게 생활해 봅시다."

"가화만사성이라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서적 안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도 저도 안될 수 있거든요."


이어서 '강석'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돈이 없는데 그게 가능해요?"

"저희는 좀 더 고생 좀 해봐야 된다고 생각해서, 단단히 각오를 다졌는데···"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오히려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되겠다고 더욱 확신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보다 편리한 생활, 안정적인 삶을 추구한다.(나를 포함하여 누구나 그러한 삶을 희망한다.) 그러나 그러한 삶을 갈망하면 할수록 그것은 점점 더 내 손에서 멀어져 가는 신기루와 같지 않던가? 돈에는 눈이 달려서, 맹목적으로 쫒으면 오히려 멀어진다는 성현의 말 또한 이와 유사하리라. 이러한 맥락 속에 이들은 편리한 삶을 거부하고 고생을 선택한 것이다. 내가 하나의 해법이 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제도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제도를 모르는 분들이 꽤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이것은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 혹은 사업을 하고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지원해 주는 제도거든요."

"또 하나의 문제는 집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나이 드신 집주인의 경우 설득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혹여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어서죠."

"하지만, 이 제도의 특징은 꾀나 매력적입니다."


<Hidden Tip>

부부합산 연소득 5천만 원 이하(외벌이 3천5백만 원 이하), 순자산가액 3.45억 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예비세대주 포함)

중소·중견기업 재직자 또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의 청년창업 지원을 받고 있는 자

만 19세 이상 ∼ 만 34세 이하 청년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 맞이한 미성년자 포함, 병역의무를 이행한 경우 복무기간에 비례하여 자격기간을 연장하되 최대 만 39세까지 연장)

- 대출금리연 1.5%
- 대출한도최대 1억 원 이내
- 대출기간최초 2년(4회 연장, 최장 10년 이용가능)

[해당 사이트 URL]


이때, '김수'가 말한다.


"와~ 1억 미만 전셋집만 잘 구하면, 월 이자가 15만 원도 안 되네요?"

"지금 살고 있는 원룸은 20만 원인데? 뭔가 사기당한 기분이에요!"

"그런데, 저희는 중소기업에 취업하지 않아서 해당사항이 없지 않나요?"


내가 말했다.


"우리 사회구조가 참 뭐 하긴 해요. 그렇다고 한탄만 하고 있으면 안 되겠죠."

"이제 법인을 만들 차례가 온듯합니다."

"'강석'님이 법인사업자를 만들면 신청요건에 해당돼서 가능할 겁니다"

"혹여 신청요건에 맞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이 있는데 신용보증기금 혹은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소액 대출(몇백만 원)을 받게 되면 자격요건에 부합됩니다. 개인대출은 매우 까다롭지만, 이러한 법인 대출은 대표자가 신용점수가 양호하면 다소 쉽게 받을 수 있어요."


이때 갑자기, 이들의 눈빛이 달라지면서 만화 속 짱구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감자님, 그러면 우리 모두 집 하나씩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3개를 얻어도 서울 원룸의 월세보다 싼 것 같은데요? 팀원들 숙소로 할 수 있을듯해요. 흐흐~"


"(감자) 거기까지! 잔머리 굴리지 말고, 천천히 하나씩 해봅시다. 매물 찾는 것도 일일 거예요~"


나는 이들에게 더 이상 GD(일명: 잔 데가리)를 그만 굴리라고 말하고, 지금부터 사업자등록 및 사무실 근처로 전세 매물을 알아볼 것을 주문했다. (참고로 이 모든 것은 인천 구도심이라서 가능하다. 인천 같은 경우 2019년 기준 2~3룸 빌라전세 시세는 4,000~9,500만 원이었다. 서울경기 지역은 구도심이라고 해도 전세 1억은 찾을 수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매물이 거의 없을뿐더러 집주인이 허락을 안 해줄 가능성이 높다. 현실이 그러했다. 다만 원룸은 번외로 하겠다.)





그날 이후부터 이들은 전셋집을 찾기 위해 부동산 공인중개사를 알아보고, 이리저리 발품 팔기 시작했다. 이들은 10곳 이상을 알아봤다면서 힘들어하는 내색을 비추기 시작했다. 나는 통상 발품이라 함은 최소 5곳 이상의 부동산 공인중개사 및 50곳 이상의 집을 알아봐야 하는 게 최소한의 발품이라 생각한다.(방송에 나온 유명한 분들은 신발이 걸래가 되도록 걷는다고 하지 않던가? 그것에 비하면 이 또한 새발의 피리라) 예컨대 공인 중개사끼리 동선이 계속 겹쳐서 서로 어색한 상황이 연출될 때까지 말이다.(발품을 많이 파는 분은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점점 집을 보는 눈, 그리고 오기와 끈기 또한 함께 체득한다. 그런데 이들은 10곳을 알아봤으니, 다 알아본 듯 이야기한다. 이는 수박 겉핥기와 같으리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던가? 이러한 끈기로 무슨 사업을 한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이들에게 다시 발품을 주문했다. 최소 30곳 이상 찾지 않으면 알아봤다고 말하지 말라고 말이다.(추후 이야기 하겠지만 8 라운지 사옥을 매매할 때, 이러한 기초 경험이 이들에게 큰 도움으로 작용된다.)


발품은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다. 없을 것 같은 매물도 발품을 팔다 보면 스멀스멀 하나씩 나타나게 마련이다. 당장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집도, 감정을 누르고 기다리다 보면 더 좋은 매물이 나오는 게 부동산이다. 물론,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되는 물건은 가끔씩 존재한다. (보편성을 말하는 건 아니니, 오해는 잠시 접어두자.) 그러나 매물은 기다림 속에 드러나는 존재이다. 시간이 흘러 이들은 7,200만 원에 전세매물을 계약하고 3룸에 입주하게 된다. 이로써 '의식주' 중에 '주'가 해결된 셈이다.


때마침 '강석'의 법인 사업자가 나오면서, 이들의 '의식주' 중에 '의식'을 해결할 만한 계기가 생기게 되는데,  그건 바로, "청년취업성공패키지 인건비 지원사업(?)"의 등장이었다. 그 당시 청년 지원 및 육성에 관한 국가 재정지원이 한창이던 '문재인 정권' 시절이었다. 이것은 1명의 인건비를 6개월에서 최대 2년간 중소기업에 제공해 주는 정부 지원제도인데, 우리는 이들이 다니고 있는 대학교 취창업 학생을 통해 장학금과 연계하여 지원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대학교 취창업 연계제도는 3~4학년들에게 실무 경험의 기회를 주기 위해 학교와 파트너십을 맺은 가족기업에게 인력을 제공해 주고, 참여 학생에게는 시간당 11,000~12,000원(2019년 기준)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즉, 기업은 인력을 무상 공급받고, 활동비는 학교에서 지급해 주는 시스템이다.


정리하면, 정부지원금 인건비와 학교 인력지원을 함께 연동하여 외형 규모를 키운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그러한 과정에서 십시일반 공동 운영을 위해 활동비를 모금했고, 이러한 공금이 쌓여 최소한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기초적인 세팅이 되었다. 이로써 기본적인 '의식주' 세팅이 끝났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대학교 취창업 지원제도를 받기 위해 '강석'은 모교인 대학교에 가족기업 신청을 완료 후, 학생 면접 명단을 받고 구인 면접을 준비하고 있었다. 본인도 얼떨떨한지 적응이 안 되는 눈치다. 기업 대표로서 인력을 뽑는 자리로 갔으니, 적응이 안 될 만도 하다. 대학교 2학년이 3~4년을 뽑는다? 3~4년은 자기를 뽑아달라고 면접을 보는 상황이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말이다. (이런 단면을 보더라도 사회계층이라는 것이 참으로 묘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강석'이 깨닫는 바가 있길 바랐다. 그래서 '김수'도 함께 참여해서 구인 면접을 같이 볼 것을 권했다. (사회생활에서 역지사지 마인드는 매우 중요하기에···)


면접당일, 구인 면접을 보는 당사자가 더 긴장한 눈치다.(친구 혹은 선배를 면접 봐야 하니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조만간 한 친구가 등장한다. 그러곤 서로 고개를 올리는 순간,


"엇? 너? '강석'? 반갑다 친구야!"

"너 왜 거기에 있어? 거기 취직했어?"



'강석'이 말한다.


"아니, 나 여기 대표로 앉아있긴 해!"

"내가 너를 면접 봐야 하는 상황이야!"

"지금부터 대답 잘해라~"


그렇게 하여 4명은 총 4명이 더해져 총 8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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