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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May 09. 2024

팀빌딩, 화학적 결합

스타트업 팀빌딩의 시작


팀 정리


영상 미디어에 관심 많은 22세 K군, 그리고 3D프린터 프로젝트를 준비하려다 K군과 합류한 B군. 이 둘은 서로 싸우고, 화해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 조금씩 다듬어지고 있었다. 날카로운 삼각형은 둥근 각으로, 둥근 원형은 조금씩 각이 지면서 말이다. 이때, 멀리서 H군이 서울행 기차에서 해맑게 손을 흔들며 지방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한번 더, 화학적 결합을 위한 역사적인 순간이다.



그날 저녁, H군이 제물포역에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 나는 역으로 마중 나갔다. 단초로운 케리어 가방, 그리고 한 권의 책을 들고 역 앞에 서 있는 모습은 마치, 비 맞은 강아지처럼 보였다. 내가 서울역에 처음 올라왔던 모습과 겹쳐지면서 더욱 짠하게 보였으리라. 내가 말했다.


"와~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H군이 경상도 특유의 사투리로 대답한다.


"취사병으로 전역한 지 몇 개월 안 됐어요."


"친구랑 서울 가서 잠시 일했는 데, 취업 사기당하고 다시 짐 싸서 내려갔죠."


계속 대화하다가는 하소연으로 이어질 듯해서, 나는 곧바로 K군과 B군이 같이 살고 있는 숙소로 이동했다. 그곳은 습기가 많아 음침했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진동하는 8평 남짓한 구도심 원룸이었다.




<여기서, Hidden Tip>

정부 지원사업 중, 청년을 위한 지원제도가 생각보다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솔직히 어마어마하다. 흔히들 눈먼 돈이라 하는데, 그것이 그렇게나 많다는 것을 나도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을 통해 알게 됐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이러한 혜택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나도 이제껏 그랬으니까) 이후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이 대목에서 그중 하나를 잠시 설명하자면 차상위계층 제도를 활용하여 주거급여(약 30만 원/지역 및 가구수에 따라 차등)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독립을 해야 하고 최소한의 적정 수입(대략 월 80만 원 미만 소득유지, 정확히 말해 중위소득 50% 이하)을 유지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기에 일반적으로 접근하기엔 애로가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독립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차상위 지원을 받기란 요원하다. 그 이유는 가족단위 재산을 합하여 측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계가 어려운 가족임에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가정이 생각보다 많다. 20년 된 고물 자동차가 있어도 재산 측정에 있어 영향을 여러모로 받는다.

여하튼, 임대차계약 후 세대분리를 하게 되면 관할 주민센터에서 독립으로 인정하여 신청 요건이 성립하게 된다. (참고로 동거인은 해당 안된다.) 차상위 계층도 몇 가지 형태로 나뉘는데, 크게 주거형과 생계형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주거형을 선택하게 되면 관할 주민센터 주무관의 확인을 통해 월 30만 원의 지원금을 매월 제공받는다. 그 외 각종 통신비 할인, 양곡 50% 할인, 전기세 할인, 문화활동 지원 10만 원(년), 과학 바우처(5만 원), 저작권 등록 무료(책 저작권 등록도 해당된다는 사실), 휴양림 2인 숙박권 등 한국의 기초생활지원제도는 이렇게나 잘 되어있다.

그래서 나는 이들의 꿈을 위해, 그리고 스타트업 운영을 위해 지원제도를 최대한 활용할 결심을 했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데 활용을 안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가화만사성"이라 했던가? 스타트업을 운영하기 위해선 CEO는 가정이 불안하면 앞으로 나아가질 못한다. 이 말은, 최소 생계비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포용적 관점에서 팀원과 협의하고 다독여 주는 데 있어 애로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회의를 하더라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유 없는 싸움만 늘어난다. 그렇지 않은가? 당장 먹고살 문제가 발등에 떨어졌는데, 기획 회의가 웬 말이냔 말이다.

여담으로 창업 시 동업은 절대 안 된다고 하는 말은 내 피 같은 돈이 들어가서다. 물론 내 돈을 투자하는 것의 큰 장점은 내 돈이 들어갔기 때문에 그 열정의 에너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단점은 같은 이유로 내 돈이 투입됐기에, 자본이 빠르게 삭감되게 되면 이성을 점점 잃어버린다는 점이다. 이러한 양날의 검과 같은 이것은 적절히 잘 다루지 않으면, 부정으로 돌아서는 확률이 매우 높다. 그래서 동업을 반대하는 것이다. 다른 이유 없다.(물론, 매출이 높아질수록 불화가 생기는 경우는 존재하는데, 이 부분은 확률상 다소 낮기 때문에 논외로 하자.)

어쨌거나 우리 사회는 CEO에게는 혜택을 부여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당신이 대표이니 알아서 생존하라는 뜻이리라. 그렇다면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스스로 챙겨야 한다.(물론,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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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계산해 보자. 결론적으로 1명이 입주를 했으니, 월 30만 원의 지원금이 들어온다. 사무실은 걸어서 5분 거리이니 교통비도 나가지 않는다. 월세는 20만 원이고 공과금을 내면  30만 원이 떨어진다. (이것도 인천이라 가능하다) 그렇다면 사무실과 숙박은 이제 해결됐으니, 이제 이들의 최소 생계비가 남았다.(1명당 20~30만 원) 머릿속에 이것을 체크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H군이 숙소에 들어왔고, 각자 소개가 이어진다. H군이 특유의 사투리로 말한다.(여기서 특유의 사투리라 함은 경상도 사람이 서울 말을 쓰려고 노력하는 억양을 뜻한다. 이게 자칫 잘못하면 강원도 이북의 어느 마을 주민들의 억양으로 들린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말 끝을 올리라는 공식을 적용해서인 듯하다 '서울말 + 경상도 = 강원도')


"안녕하세요. 저는 H입니다. 김해에서 올라왔고요. 22살 소띠예요. 그리고 취사병 출신이고요."


"최근에 써울 **호텔에 친구랑 취업했는데, 갑자기 얼음 창고로 오라고 해서 갔드만 얼음만 냅다 나르고 허리 망가지고, 그래서 다시 김해로 내려왔는데 맹장이··· 터져가 죽다 살아났어요"


"그때 삼촌 생각나서 전화했는데, 여기로 오라고 해서 고민 끝에 올라왔지요"


K군과 B군은 정황상 무슨 말인지 몰라, 잠시 해석의 오류가 생겼다. 내가 지방 출신 사람으로서 통역을 실시한다. 잠시 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해했다. 이야기의 꽃은 계속되었고, 그렇게 설렘 반, 두려움 반이 공존하는 그날 하루가 힘들게 저물어 갔다.




이후 이들은 나름? 적응을 잘했고, 서로 대화를 잘할 수 있는 정도까지 친해졌다.(어감상 외노자로 들릴 수 있을 듯하다. 참고로 H군은 한국 사람이다.)


어느 날 문득, H군이 나에게 찾아와 이렇게 말한다.


"감자님? 혹시 제 친구 데려올 수 있나요?"


"이 친구가 이번에 조리병으로 전역해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거든요? 한 달 사귄 여자친구랑 헤어졌다나? 암튼 그래요. 여기도 사람 많으면 좋잖아요~"


이미 나의 휴양은 물 건너갔기에, 내가 자애로운 말투로 말했다.


"1명이 들어오던 100명이 들어오든 무슨 상관이랴~ 누군진 몰라도 그냥 인천으로 올라오라고 하세요~"


그리하여 일주일 후, H가 제물포역으로 마중 나갔다. 이번엔 키 184cm에 고독한 미식가처럼 생긴 S군이 고개를 앞으로 내밀고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드디어 4명의 팀구성이 완성되었다. 이후 과정은 같은 패턴으로써 과감히 생략하겠다. 첨언하자면, 예상한 대로 8평 원룸에 곰팡이 넘쳐나는 그곳에 4명이 치고받고 생활한다는, 뭐 그저 그런 내용이다.(카메라 앵글이 거긴 아니니 돌리겠다.)





이쯤 해서, 독자의 이해를 위해 팀 구성원의 캐릭터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K군: 나이 22세, 다리 철심박고 군면제, 영상 동아리 대표이자 2학년 학생, 영상 제작 사업을 꿈꾸고 있음, 술 좋아하고 영업을 사랑함, 원만한 둥근 성향. 에너지(+10)

B군: 나이 22세, 정비병으로 만기전역, 동굴 목소리, 대학 1학년 중퇴, 과묵하고 고집이 쇠심줄, K군의 고등학교 동창, R&D에 적합, 3D프린터 사업을 준비하다 최근 K군 사업에 팀원으로 합류, 모난 삼각형 성향. 에너지(-9)


H군: 나이 22세, 취사병 만기전역, 고졸, 입대 전에는 중국집에서 요리 및 각종 알바경험, 원만한 둥근 성향. 에너지(+10)


S군: 나이 22세, 조리병 만기전역, 집안은 화목하고 귀하게 자랐음, 교육학과 휴학, H군의 군대 친구, 호기심이 많다, 인테리어에 관심 많음, 갬성을 좋아함, 모난 삼각형 성향. 에너지(-10)


이처럼 4명이 같은 22세라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소설을 썼다고 해도 될법하다. 하지만 이것은 실화다. 이런 글의 흐름에 편승하여, 같이 나란히 앉아서 찍은 실물 사진의 앨범을 꺼내보면 아래와 같다.



이들은 추후, 각자 법인을 이끌게 된다. K군과 B군은 각종 지원사업 및 투자를 받아 성장하고, 다른 한 팀인 S군과 H군은 외식업 맛집으로 인정받는 단계까지 성장한다. (하나의 큰 부작용을 제외하면···)


이로써 K군, B군, H군, S군이 차례대로 합류했다. (캐릭터 구분을 위해 앞으로는 K군을 '강석', B군을 '김수', H군을 '황민', S군을 '신주'로 부르겠다.)


이제, 사업계획서를 잘 작성해서 지원금을 받을 차례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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