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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Sep 04. 2024

비즈니스 인사이트: 강함의 본질

진정한 강함은 유연함이다.


학창 시절, 나는 공부를 끔찍이도 싫어했다. 만화책마저 책이라 여겼으니, 부모님 마음이 오죽했을까. 세월이 흘러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인생의 아이러니를 실감한다. 공부를 기피하던 내가, 지금은 공부라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인문학과 인체에 관해서 말이다.


주변에서는 비즈니스에 몸담고 있으니 관련 전문지식을 깊이 파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들도 있다. 의사가 될 것도 아닌데 왜 인체를 공부하느냐는 의아한 시선도 있다. 어쩌면 학창 시절 꼴찌의 한이 남아서일까? 아니면 뒤늦게 책의 매력에 빠져서일까? 성인이 되어서야 나는 책을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 꾸준히 책을 읽다 보니, 나의 존재와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 호기심은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시선을 사로잡는 흥미로운 글을 발견했다. 바로 '강함은 유연함에서 온다'는 문장. 이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먼저 아래의 그림을 살펴봐야 할 듯하다.



익숙한 이 그림은 무엇일까? 그렇다. 바로 발바닥이다. 주제와 다소 동떨어진 질문에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다시 한번 주의 깊게 들여다보자. 그림 속 발바닥 전체가 바닥에 닿아 있는가? 그렇지 않다. 중앙을 제외한 부분만 바닥에 닿아 검게 찍혀있다. 발바닥은 대체로 중앙이 떠 있고, 나머지 부분만 바닥과 맞닿아 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움푹 들어간 아치이다. 이 부분은 바닥과 떨어져 있어 언뜻 보기에 불안정해 보인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볼 때, 이 아치는 오히려 용수철과 같은 탄성의 힘을 제공하여 발의 안정성을 높여준다고 한다. 이 사실은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과 상반된다.



우리는 흔히 안정성을 바닥에 단단히 고정된 상태와 연관 짓는다. 의자에 앉아있을 때, 익숙한 환경에 있을 때, 혹은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곤 한다. 한편으론 이런 상태를 편안함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통념과 달리, 진정한 의미의 안정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행성의 탄생과 소멸 과정은 우주의 법칙을 보여준다. 작은 파편들이 중력으로 모여 행성을 형성하고, 수십 억 년에 걸쳐 안정기를 맞는다. 하지만 이 안정은 영원하지 않다. 균열과 임계점을 거쳐 결국 폭발하고, 다시 파편으로 돌아가는 무한한 순환이 반복된다.

우리 인간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의 뇌는 항상성[1]에 따라 안정을 추구한다. 하지만 물질세계에서 영원한 안정은 없다. 우리는 무형과 유형의 중간에 살며, 무형의 영원함을 유형 세계에 적용하려 한다. 하지만, 이는 오류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안정이 아닌 불안정을 깨닫게 된다. 역사 속 많은 인물들이 임종 시 "세상 덧없다" 또는 "공수래공수거"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정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그것이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살펴봐야 한다. 물질세계에서 안정은 역설적으로 불안정(도전, 용기, 두려움, 슬픔, 고통)에서 싹트고, 균열은 안정으로부터 온다. 이는 마치 사계절의 순환과도 같다. 봄의 싹틈, 여름의 성장, 가을의 결실, 그리고 겨울의 쇠락. 이 모든 과정이 자연의 순리이듯, 안정과 불안정의 순환도 삶의 본질적인 부분과 맞닿아있다.

결국, 진정한 안정은 이러한 순환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데서 온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불안정을 피하지 않으며, 안정에 안주하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안정'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2]


이처럼, 안정은 역설적으로 불안정에서 비롯된다. 안정만을 추구하면 오히려 불안정해지고, 불안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안정으로 가는 길이다. 이는 얼핏 모순되어 보이지만, 자연의 섭리와 맞닿아 있다.


발바닥의 아치 또한 이와 결을 같이한다. 언뜻 보기에 불안정해 보이지만 우리에게 안정을 가져다준다. 이는 진정한 강함이 유연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강함을 단순한 대결 구도로 이해하곤 한다. 힘과 힘의 대결, 욕설에는 욕설로 맞서는 식이다. 무한 경쟁 시대에 우리는 끊임없이 강대 강의 싸움을 벌인다. 물론 상황에 따라 정면 대결이 불가피한 경우는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대체로 무의미한 결과를 낳거나, 최악의 경우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경쟁 우위 확보는 항상 뜨거운 논쟁거리다. 어떤 팀은 시장 독점을 노리고, 또 다른 팀은 2위 전략을 선택한다. 그러나 최근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전략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는 경우가 많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경쟁하지 않는 전략"이다. 이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프레임을 완전히 뒤집는 발상이다. 더 큰 시장을 바라보거나, 아예 다른 각도에서 시장을 재정의하는 것이다. 때로는 경쟁사조차 잠재적 고객으로 보는 포용적 관점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는 호텔과 직접 경쟁하는 대신,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경험'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우버 역시 기존 택시 서비스와 정면 대결하는 대신, 'ride-sharing'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또 다른 예로, 아마존의 AWS를 들 수 있다. 아마존은 자사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경쟁사들에게도 개방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경쟁사를 돕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클라우드 시장 자체를 키우고 아마존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경쟁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자체를 재정의하거나 확장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더 큰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결국, 진정한 혁신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틀 자체를 바꾸는 데서 온다는 것을 이 사례들은 보여주고 있다.




강함을 정의하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예시가 있다. 바로 우리 몸의 다. 뼈는 놀랍게도 가장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뼈를 이토록 단단하게 만드는 걸까? 많은 사람들은 뼛속이 단순히 하얀색의 칼슘과 인으로만 채워져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게 여겼다. 하지만 실제로 뼈 안에는 다양한 성분들이 공존한다. 신경, 근육, 혈액, 골수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우리의 골격과 근육 체계를 지탱하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뼈의 구조다. 흔히 단단함을 위해서는 빽빽하게 채워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시멘트처럼 말이다. 그러나 뼛속은 예상과 달리 벌집모양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즉, 수많은 공간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 발견은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게다가 이 벌집 구조를 유지하는 주요 성분이 콜라겐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흔히 화장품 광고에서 피부 탄력의 비결로 언급되는 그 콜라겐 말이다. 이 유연한 물질이 뼈의 강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니,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는 잠시 시간이 필요했다.


뼈의 구조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우리 눈에 보이는 뼈의 흰색 부분, 즉 칼슘과 인이 함유된 부분은 무기질이다. 반면 콜라겐과 단백질 같은 성분들은 유기질로 분류된다. 이 두 가지 성분은 각각 다른 역할을 한다. 무기질은 뼈에 단단함을, 유기질은 유연성을 부여한다.


여기서 우리는 자연의 균형 법칙을 다시 한번 목격하게 된다. 마치 음과 양의 조화처럼, 인체의 뼈도 무기질과 유기질의 균형을 통해 그 기능을 완성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가벼움은 공간에서, 단단함은 유연함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뼈는 이러한 상반된 특성들 사이의 균형을 절묘하게 유지함으로써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구조를 실현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뼈는 진정한 '강함'의 본질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견고함이 아닌, 황금비율과 같이 유연성과 견고함 사이의 완벽한 균형점에 도달한 상태인 것이다.




정리하자면, 우리는 안정이 불안정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리고 발바닥과 뼈의 사례에서 강함의 본질은 유연성과 공간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살아남은 종이 강한 것이라 한다면, 살아남은 종은 모두가 강자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생존의 핵심 요건은 환경에 대한 적응이다. 그리고 적응이란 단어는 결국 유연성과 일맥상통한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이기에, 우리는 강한 자가 되기 위해 유연성, 즉 적응력을 길러야 한다. 얼핏 눈으로 봤을 때,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본질과 인과 관계를 들여다보면, 이 둘은 서로 보완하는 관계임을 알 수 있다. 예컨대 무술에서는 상대의 힘을 맞받아치는 권법이 있다. 나의 힘을 쓰지 않으면서 상대의 힘을 고스란히 돌려 치는 것이다. 강대강으로 치닫거나 내가 다소 불리한 위치에 있을 때, 이러한 방식으로 상대를 쓰러트리는 전략을 취한다고 한다.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요구를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이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구글이나 넷플릭스 같은 혁신 기업들이 유연한 근무 환경으로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엄격한 규칙보다는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오히려 더 강한 조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유연함, 다시 말해 포용력은 강함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자연의 법칙이자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 원리다. 우리가 이 원리를 깊이 이해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공과 진정한 강함을 얻을 수 있다. 현대 사회와 비즈니스 환경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변화의 속도는 빨라지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유연성과 적응력은 더욱 중요하다.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강함이다.


결국, 강함의 본질은 단순한 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강함은 유연함, 포용력, 그리고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통찰을 비즈니스와 삶에 적용할 때, 우리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강함은 단순히 무언가를 견디는 힘이 아니라, 유연하게 변화하고, 다양한 상황에 적응하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능력이다. 이는 단지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과 기업 역시 유연성과 포용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강함이란 결국 유연함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며, 우리는 이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안정과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다음화에 계속]




[1] 항상성이란: 생물체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생존 유지를 위해 체내의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 (예: 호르몬 조절, 체온 조절, 감정 조절 등)


[2] https://brunch.co.kr/@8loung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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