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로 Sep 22. 2024

사업계획서를 꼭 알아야 해?

프롤로그


사업계획서는 너무 막막해요!


사업계획서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막연함', '어려움', '복잡함', '무관심', '위에서 할 일' 같은 단어들이 떠오르지 않을까요? 직장을 다니는 말단 사원은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 있고, 진급을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하는 사람은 결코 남 일처럼 느끼지 않을 겁니다. 한편, 투자나 정부 지원 사업을 준비하는 창업가에게는 사업계획서가 마치 치열한 전쟁터에 첫발을 내딛는 장군의 심정과도 같을 것입니다.


저 또한 직장에 다닐 때는 사업계획서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습니다. 본인 일도 처리하기 바빠 죽겠는데, 사업계획서를 신경 쓸 여력이 있을까요? 퇴근하면 잠시 쉬고싶어, 취미 생활하다 보면 어느새 다시 출근할 시간이 다가오죠. 그럼에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격증을 따고, 석사나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분들이 심심찮게 주변에 있더군요. 솔직히, 내심 부럽고 존경스러웠습니다. 저는 그 당시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한마디로 정신 못차렸던 거죠.


그러던 제가 다년간 다이내믹한 경험을 하면서, 사업계획서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깨달은 시점은 이미 제 몸에서 피가 철철 흐른 뒤였습니다. 저는 지혈이 필요했고, 결국 '쉼'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창 달려가야 할 시점에 말이죠.


그렇다면 사업계획서가 뭐길래 제가 이토록 피를 토하며 강조하는 걸까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사업계획서를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직장인도 예외는 아닙니다. 물론, 사업계획서를 모른다고 해서 인정받지 못하거나 급여가 삭감되지는 않을 겁니다. 현재 생활에 만족하거나 지금 이 순간이 충분히 행복하다면, 굳이 사업계획서에 시간을 투자할 필요는 없겠죠. 관심 있는 분야에 시간을 쓰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는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혹시, 운전면허 시험을 보신 분이 있나요? 많은 분들이 운전면허는 어릴 때 빨리 따놓는 게 좋다고들 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시험 기회를 놓치거나 시간이 부족해질 때가 많기 때문이죠.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써먹을 때가 있을 거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맞습니다. 분명 그럴 날이 오더군요. 참고로 저는 1종 면허를 땄습니다. 무려 5번 도전 끝에 말이죠. 당시 이것저것 도전하다가 실패하면 시골에 가서 배추 장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게 면허 시험을 본 동기였습니다. (아직도 배추 구경을 못했네요.)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순수했던 동시에 어리석었다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집니다. 현실적으로 시골에서 사는 것도 결코 쉽지 않고, 배추 장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현실에서는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더군요.


잠시 이야기가 옆으로 셌네요. 여하튼 저는 사업계획서도 운전면허증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리 알아두면 반드시 크게 쓸모가 있다는 점에서 말이죠. 그렇다면, 사업계획서를 알아두면 무엇이 좋을까요? 생각보다 이점이 많습니다. 우리 속담에 "몸에 좋은 약은 쓰다"는 말이 있습니다. 즉, 쓴 만큼 몸에 이롭다는 뜻이죠. 사업계획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성하는 것이 어렵고 번거롭지만, 그만큼 득이 많습니다.


첫째, 시야가 크게 넓어집니다. 마치 경영자가 된 것처럼 조직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됩니다. 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듯한 시야를 갖게 되는 것이죠.


둘째, 넓어진 시야는 자연스럽게 포용력과 공감 능력을 향상합니다. 예를 들어, 개발팀과 영업팀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 전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두 팀을 아우르는 상위 목표와 우선순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양쪽에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야.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일이 있어. 서로 협력해야 해!"라고 조언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셋째, 제가 <스타트업 육성가의 인사이트>에서 자주 강조하는 "피라미드 위의 피라미드를 목표로 하라"는 말이 여기에도 적용됩니다. 시야가 넓어진다는 것은 곧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전체를 조망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사업계획서 작성은 이런 높은 관점을 갖게 해주는 훌륭한 도구죠.


넷째, 사업계획서 작성 능력은 일상 업무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업무 보고서', '기획서', '운영 계획서', '소개서' 등을 쉽게 작성할 수 있는 역량이 생깁니다. 더 큰 목표를 위해 준비했으니, 상대적으로 작은 업무가 수월해지는 것이죠. 이는 마치 한라산 등반을 준비하다가 계획이 취소되어 더 낮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한라산을 목표로 했던 사람에게는 그보다 낮은 산은 여유롭게 오를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입니다.


다섯째, 계층 사다리를 올라가기 위한 관문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사업계획서와 프레젠테이션입니다. 교수라는 지위도 이를 피할 수 없습니다. 대학교에서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서류에 합격하면 PT를 진행해 최종 선발이 이루어지죠. 이때 발표자로 담당 교수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정부 지원사업을 받기 위해 스타트업, 대학교, 심지어 기관까지도 참여할 때가 있습니다. 서류심사를 통과한 팀들은 PT 발표를 하게 되는데, 그때 대기실이 마련됩니다. 그곳에는 주전부리할 수 있는 맛있는 과자와 음료가 놓여 있습니다. 과자 봉지를 뜯는 소리가 울릴 정도로 조용하고 음산한 발표 대기실. 그곳에서 먹는 과자와 음료는 정말 맛있습니다. 마치 군대 이등병 시절, 화장실에서 우주의 기운을 모아 초코파이 봉지를 조용히 뜯던 기분이랄까요? 이런, 잠시 이야기가 옆길로 또 새었네요. 각설하고, 그곳에서 심사위원으로 보이는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조용히 물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디서 오셨어요? 저는 OO 스타트업의 OO입니다. 혹시 심사위원이신가요?"

"아뇨, 부O대학교 OOO 교수입니다. 반갑습니다."

"오우, 교수님이시군요..."


저는 속으로 '스타트업의 밥그릇을 대학교가 왜 가져가려고 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학교 강의와 지원사업 발표는 다르더군요. 그게 저한테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이 떨리네요."

"저는 학교에서 연구비를 받지 못해 운영 유지를 위해 정부 지원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저희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겉은 화려해 보일 수 있겠지만, 속사정은 다르죠."

"아... 그러시군요."


이 경험을 통해 저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첫째, 대학 교수와 같은 전문가들도 발표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둘째, 사업계획서 작성과 프레젠테이션은 어떤 분야에서든 높은 위치로 올라가기 위한 필수적인 통과 의례라는 점입니다. 더 나아가, 피라미드 구조에서 더 높은 계층으로 올라갈수록 이 '관문'의 난이도가 높아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즉,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하려 할수록 더 복잡하고 어려운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며, 더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경제적 안정이나 더 높은 지위를 향해 나아가려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레벨업'을 위해서는 일종의 '문지기'를 통과해야 합니다. 이때 사업계획서와 프레젠테이션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이는 고등학생들이 수능 점수로 대학에 입학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대기업, 대학교, 일반 직장을 막론하고 모두 경쟁을 통해 올라갑니다. 취업 시에는 경력과 자기소개서가 첫 관문이 되고, 그다음 단계에서는 사업계획서와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물론 이 두 가지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김연아, 박태환, 유명 연예인이나 작가처럼 다른 방식으로 성공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결국은 대중이라는 '고객'의 혹독한 평가를 이겨낸 사람들입니다.


사업계획서와 프레젠테이션 능력은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창업을 준비하는 스타트업 팀에게 항상 이렇게 조언합니다.


팀원 모두가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 후에 실전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이 방식을 강조하는 데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크게 성장하면 초기 팀원들은 결국 임원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설령, 임원이 아니더라도 직급은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높아집니다. 따라서 초기부터 모든 팀원이 사업계획서 작성과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현재의 과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미래를 위한 투자죠.


물론, 이 방식은 준비 기간이 다른 팀보다 몇 배는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꽤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는 점에서 충분히 고려할만한 사항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팀원 전체의 역량 향상이 스타트업의 현재와 미래의 성공을 동시에 보장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은 팀 역량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제가 아무리 노하우를 공유해도 제가 발표하는 게 아니기에 장담할 수 없죠. 하지만 사업계획서는 문서이므로 제가 승률을 최대한 높여드릴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이번 연재는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준비하는 창업가들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하려 합니다. 앞으로 제가 경험한 다양한 사례와 노하우를 공유하며, 독자분들이 보다 효과적인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사업계획서 작성이 더 이상 막막하고 어려운 과제가 아닌, 여러분의 비즈니스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다음회에 계속]






이 글은 "(가칭) 정부 지원 사업계획서 작성 노하우"라는 책의 일부로, 간혹 두서없이 핵심 사항만을 다룰 수 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한두 가지 노하우로 책 한 권을 채우기보다는, 챕터별로 실질적이고 유용한 내용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려 합니다.


최근 저는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 재도전하고 있습니다. 파이썬, Node.js 등의 언어를 공부하며,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서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로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개발 언어의 철학과 AI(특히 LangChain)에 대해 깊이 있게 학습하려 노력 중입니다. 이렇게 제 근황을 잠시 전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