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창업의 첫 단추: 상황 인지와 목적 설정
창업 멘토링에서 종종 간과되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시작 단계에서 놓치기 쉬운 핵심적인 부분이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창업에서도 첫 단추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창업의 첫 단추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나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명확한 목적을 설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거리가 멀다. 대부분의 강의와 멘토링은 이론적인 설명이나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만을 전달하는 데 그친다.(어쩔 땐 유튜브를 보는 게 더 나을 때도 많다.) 이는 마치 여행 경험이 없는 가이드가 자유 여행을 원하는 고객에게 패키지여행 일정을 설명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괴리가 생기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아마도 멘토들이 현장에서 직접 뛰지 않아 생기는 관점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고, 또는 그들의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거시적 관점으로 예비 창업자들을 내려다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실제 창업 현장의 생생한 경험 없이는 예비 창업자들이 마주하는 구체적인 상황과 고민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숲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무 하나하나의 특성을 아는 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론과 현실 사이의 이러한 간극은 멘토링의 실질적인 효과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창업자와 멘토 사이의 관점 차이는 불가피해 보인다. 창업자들은 멘토링을 들을 때는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상황에 적용하려 하면 맞지 않아 결국 창고로 직행하는 일이 반복된다. 이런 패턴은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정부지원사업을 노리는 창업자들에게는 앞으로도 계속될 난제로 보인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는 스스로의 상황과 목적을 정확히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적용하기 위해, 내가 특별히 도식을 만들어보았다. 아래의 도식을 자세히 살펴보자. 이 도식은 실제 창업 과정에서 우리가 어떻게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명확한 목적을 설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2. 목적의 모호성이 불러오는 문제점
쉽게 이해가 되었는가? 혹자는 '이건 당연한 내용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3단계 사고 프로세스는 확장성이 매우 높아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공식이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대체로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준비하거나 프로그램 개발, 혹은 디자인과 같은 도구를 학원이나 온라인 강의, 책 등을 통해 학습하려 한다. 프로그램 언어를 배우려는 취준생,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포토샵 도구를 배우는 프리랜서, 글을 잘 쓰기 위해 언어를 배우려는 사람 등 각자의 사연은 각양각색이다.
여기서, 나는 각 분야에서 학습 중인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왜 캐드를 배우려 하나요?
무엇을 위해 포토샵을 처음부터 끝까지 학습하려 하죠?
이 질문에 대한 공통적인 대답은 "남들이 하니까요.", "취업을 위해서요", "일단 따놓으면 좋을 듯해서요", "뒤쳐질까 봐" 등과 같은 모호한 답변이 대다수다. 이러한 모호성은 세대가 젊을수록 더욱 심하다. 심지어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이들도 많다. 즉, 내가 목적을 위해 수단을 활용하는 게 아닌, 내가 수단이 되고 수단이 내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 나의 목적이 모호하니, 수단이 목적이 돼버리는 것이다. 설령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그 범주가 매우 넓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현실 속 나에게 메아리치듯 돌아온다. 지금 내가 미래를 준비하면서도 불확실성과 모호성이 나의 기억과 잠재의식에 쌓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결국, 목적이 모호해지면 미래가 모호해지고, 이는 곧 현실의 모호성으로 이어진다. 미래와 현재는 점과 점으로 이어진 선과 같다. 상보적 관계인 것이다. 우리는 현재라는 점과 미래의 점을 연결해 그 선을 기준으로 사고해야 한다. 점과 점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를 인지하지 못한 사람은 미래를 단순히 현실과 거리가 먼 막연한 그 무엇으로 생각하고 하나의 희미한 형태로 치부한다. 그 형태가 방향이라 생각하고 걸어가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 건지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이는 연결선이 굵은 선이 아닌, 점선이기 때문이다. 뒤돌아보는 횟수는 시간이 갈수록 많아지고 결국 다른 목적지를 향해 방향을 바꾼다. 그렇게 여러 번 시도하다 보니, 이젠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 이른다. 수많은 청년들이 지금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해서다.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위의 예시와 동일한 패턴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리더 또한 구체적인 비전과 목적 없이, 현재 처한 상황이라는 우물에서 벗어나지 못해 헤매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예비 창업가들이 겪는 주요 고충 중 하나다.
리더의 개인적인 꿈이 모호하면, 기업의 비전도 모호해진다. 비전이 모호해지면, 목적이 모호해지고, 이어서 목표가 모호해진다. 장기 목표가 모호하면, 중기 목표는 고스란히 영향을 받고, 단기 목표는 더더욱 모호해진다. 단기 목표의 모호성은 현재 내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하는지에 영향을 준다. 즉, 미래의 모호성이 파도처럼 밀려와 현재의 선택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이토록 긴 설명을 통해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업계획서 수립을 위해서는 위 3단계 사고법이 확고한 기준이 돼야 해서다. 이것이 희미한 점선이 되면, 달려가다 문득 '이게 아닌가?'라고 생각할 여지가 생긴다. 창업의 경우, 그때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앞서 첫 단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멘토링과 강의를 많이 들어도 나의 상황에 맞는 명쾌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멘토나 컨설턴트가 내 상황과 목적을 정확히 몰라서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래와 같이 답해야 한다.
Q. 왜 캐드를 배우려 하나요?
A. 제 집을 직접 디자인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됐어요.(**비전과 목적에 관한 구체적 내용 생략**)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니 건축이나 인테리어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해 봤죠.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세 단계로 나누어 접근하는 게 좋겠더라고요. 먼저 기초를 배우고, 그다음 설계를 연습하고, 마지막으로 실제 적용하는 순서로요.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나니 첫 단계로 캐드를 배워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어요. 예전 같았으면, 강사님이 알려주시는 걸 모두 메모하고 외우려 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제 목적에 필요한 부분만 집중해서 듣고 있어요. 남는 시간에는 강사님께 저의 집 설계에 도움 될 만한 팁 위주로 여쭤보고 있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느낀 건, 뭔가를 시작할 때 자신의 현재 위치와 목적을 잘 파악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거예요. 그러면 어떤 순서로, 무엇을 배워야 할지가 자연스럽게 정해지더라고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학습 효율도 훨씬 높아지는 것 같아요.
Q. 무엇을 위해 포토샵을 처음부터 끝까지 학습하려 하죠?
A. 최근 저는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어 운영해 보고 싶다는 목적을 세웠습니다. (**비전과 목적에 관한 구체적 내용 생략**)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니, 제가 컴퓨터 기본 작동법과 워드, 인터넷 사용법 외에는 IT 관련 지식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제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니 초급 수준에 불과한 거예요. 충격이었습니다. 현재의 제 상태와 목적의 거리를 그려보니, 생각보다 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5단계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죠. 과거의 저였다면, 자만에 빠져 3단 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손자병법의 "나를 알고 너를 알면 백전불태"이라는 말이 새삼 와닿더군요.
5단계 목표를 세우고 보니, 첫 단계로 포토샵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명확한 방향이 생기니 학습 동기가 훨씬 강해졌어요. 목적에 부합하는 정보와 지식만을 선별적으로 학습하게 되었고, 책의 모든 내용을 외울 필요가 없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참여 동기였습니다. 예전에는 목적 없이 시키는 대로 외우고 따라 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공부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 나섭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부하는 것은 덤이죠. 이 경험을 통해, 자신을 정확히 알고 명확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3. 사업계획서 작성의 핵심: 상황, 비전, 목표의 조화
그렇다면 이 공식을 사업계획서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1. 우선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기 전, 구성원들의 수준과 현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사람의 수준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주관적이어서 명확한 수치로 측정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랫동안 구성원들과 심도 있는 회의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팀만의 수준이 어렴풋이 파악되는 순간이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것을 기준 삼아 구성원을 냉정히 돌아보자. 이때 MBTI, DISC, 심리/적성검사, 명리학 등을 참고하면 대화의 질과 속도를 한층 높일 수 있다.
2. 팀에 대한 이해가 생겼다면, 이제 각 구성원의 개인적인 꿈과 이상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비전은 주로 리더의 의지가 크게 반영되지만, 초기 창업 단계에서는 모든 구성원의 합의된 뜻이 비전에 녹아들어야 한다. 이러한 공동의 비전은 팀원들을 하나로 묶는 중력과도 같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꿈의 방향과 팀 전체가 추구하는 방향이 어느정도 일치해야 한다. 우주에서 각자 돌을 던지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방향이 비슷하다면 함께 나아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서로 멀어지기만 할 것이다. 이런 경우, 방향을 조금씩 조정하여 일치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이 싫다면, 조직을 떠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야 한다'는 말처럼, 개인의 가치관과 조직의 방향성이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다면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 양측 모두에게 이로울 수 있다. (나는 이 과정을 'DNA 결합과정' 혹은 '화학적 결합의 과정'이라 부른다.)
3. 이로써 우리는 구성원을 이해하고 비전과 목적에 대해 명확히 알았다. 팀의 상황과 비전을 기준으로 한 지점이 바로 창업의 시작점이자 사업계획서의 작성 지점이다. 이 기준을 놓고 WHAT과 HOW에 관해 항목별로 스토리를 작성하면 된다. 다만, 여기서는 사업계획서 제출처(투자사, 기관 등)에 따른 포지션 수정은 잠시 미루고, 비전과 상황을 기준으로 목표 단계를 설정한 내용을 작성하면 기본적인 사업계획서 작성의 뼈대는 완성된다. 솔직히 이게 전부다.
결론적으로, 사업계획서 작성의 핵심은 '나의 상황과 목적 설정'에 있다. 이는 단순한 절차가 아닌, 창업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과정이다. 구성원들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인의 꿈과 팀의 비전을 조화롭게 일치시키는 것이 첫 단추다. 이를 바탕으로 WHAT과 HOW를 구체화하면, 비로소 실질적인 가치를 지닌 사업계획서가 탄생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단순히 문서 작성을 넘어, 창업 팀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것, 그것이 바로 성공적인 창업의 시작점이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