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로 Oct 02. 2024

경영 관점에서 본 사업계획서의 위치와 중요성

경영 비즈니스 상호관계도

에피소드


6.25 전쟁의 한복판, 남북한의 치열한 고지 쟁탈전을 떠올려보자. 달빛이 능선을 따라 섬뜩하게 비추는 칠흑 같은 어둠 속, 남한군 소대가 긴장감 넘치는 침묵을 지키며 모여 있다. 귀뚜라미의 날카로운 울음과 부엉이의 음산한 울음소리가 어우러져 팽팽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소대장의 손에는 낡은 지도와 나침반이 펼쳐져 있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은 적의 위치를 탐색하고, 지형지물을 활용한 공격 루트를 계산하느라 바쁘다. 소대원들은 숨 막히는 긴장 속에서 지도와 나침반을 번갈아 응시하며, 소대장의 다음 명령을 기다린다. 마침내 소대장의 입에서 작전 계획이 흘러나온다.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지시에 소대원들의 눈빛이 일제히 번쩍인다. 모두가 한 몸이 된 듯, 고지 점령을 향한 결연한 의지가 공기 중에 감돈다. 이제 그들은 하나의 정예부대로 거듭나, 운명의 순간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빠르게 마쳤다.




숲을 보고, 나무를 보며, 길을 따라 걸어가라!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고지를 점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언급한 고지 쟁탈전 이야기에서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바로 지도와 나침반을 활용해 전략을 수립한 후, 그에 맞는 전술을 펼치는 것이다. 전쟁의 역사를 여럿 살펴봐도, 전략 없이 무모하게 돌격했던 부대가 온전히 살아 돌아온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는 무작정 행동에 옮기기 전, 면밀한 전략 수립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이러한 역사적 교훈은 전장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 업무와 사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먼저 '전략'이라는 이정표를 세우고 그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전략은 숲과 같다. 지도와 나침반으로 전체를 보며 목적을 향해 어떻게 갈지 설계하는 것. 그래서 경영은 숲의 관점에서 전체를 바라보는 눈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영이란 틀에서 사업계획서는 어디에 속해 있고, 실행을 위한 전술은 어디에 속해 있는 걸까?


나는 경영의 큰 범주에서 파편처럼 흩어진 개념들을 숲을 보듯 한눈에 그 체계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전략과 전술의 각 구성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이론이 아닌 실전에 맞는 도표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부터 직접 도식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하나의 구성 체계를 그릴 수 있었는데, 바로 '경영 비즈니스 상호 관계도'라는 도식이다.


이것은 경영의 여러 요소들이 어떻게 서로 맞물리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림 1] 경영 비즈니스 상호 관계도


이 도표는 입체적인 각 측면을 2D 만화처럼 한 페이지에 쉽게 구성해 표현한 것이다. 얼핏 보면 '별것 아니네!'라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음식 비법을 알고 나서 느끼는 허무함과 비슷한 거랄까. 하지만 입체적으로 각각의 구성 항목을 3차원으로 보게 되면 놀랄지도 모른다.


여하튼, 우리는 지금껏 비즈니스 모델, 아이디어 수립, 사업계획서, 매니지먼트 등이 뭔지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각 부위별로 이론을 공부하고 맹신했다. 이게 정석이다, 실전이 더 중요하다, 아니 전략이 사업의 핵심이다... 이런 식의 끝없는 주장들 말이다. 사실 각각의 주장은 다 맞다고 생각한다. 코끼리를 만지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설명하니, 다 옳다고 할 수 있다. 결국은 코끼리라는 동물을 설명하는 거니까.


그런데 숲을 보며 걷는 것과 보지 못한 채 길만 보고 걷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또 이 길을 걷는 목적이 뭔지 이해하느냐 마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그 차이는 내가 길을 온전히 이해하고 스스로 달려가느냐, 아니면 타인에 의해 아무것도 모른 채 수동적으로 끌려가느냐의 차이와 같다. 이는 마치 시험에서 출제자의 의도를 모른 체 5지선다형 문제를 푸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숲을 보며 나무를 보고 길을 따라 걸어가는 것은 비즈니스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알아야 할 '사업계획서'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살펴볼 시점인 듯하다. '[그림 2]'의 도식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그림 2]


사업계획서가 어디 있는지 보이는가? 그렇다. 전략 범주에 위치해 있다. 도식에서 보듯,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전체 구조를 설명하는 문서가 바로 사업계획서다. 이것은 동적이 아닌, 정적인 문서라는 점을 꼭 기억하자.


그렇다면 동적인 문서는 따로 있는 걸까? 맞다. 바로 운영계획서다. 우리는 보통 "운영계획서가 사업계획서이고, 사업계획서가 운영계획서 아닌가?"라고 생각하곤 한다. 때론 운영계획서보다 사업계획서라는 말이 더 대단해 보여서 큰 장벽처럼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사업계획서와 운영계획서는 서로 상보적 관계다. 이 둘은 유기적으로 맞물려 하나의 경영전략으로 활용된다. 쉽게 말해, 이 둘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사업계획서는 정적인 문서라 고정적이다. 큰 범주의 구조 설계도이므로 전체 구조를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거시적인 미래형 계획서라 할 수 있다. 실무적 변수를 즉각 반영해 계획을 그때그때 수정하는 게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계획을 설계하는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간혹 사업계획서를 운영계획서로 착각하고 운영 관점에서 단계를 설명하는 이들도 꽤 있다.


반면 운영계획서는 사업계획서의 범주를 기점으로 세부 운영계획을 단계별로 수립하고, 각 구성원이 어떻게 미션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하나의 프로세스로 만들어 상호 연결 구조를 설명하는 문서다. 마치 사업계획서라는 집에서 가족이 어떻게 살림을 꾸릴지 계획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사람은 집이 없으면 살 수 없고, 집 또한 사람이 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것이 바로 사업계획서와 운영계획서의 관계다.


물론, 이해와 설득을 위해 운영계획서 작성 시 사업계획 범주를 먼저 설명하고 운영 흐름을 함께 설명해야 할 때가 있고, 사업계획서 작성 시 필연적으로 운영계획을 언급해야 할 경우도 있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되어 중심을 잃어선 안 된다. 사업계획 작성 시엔 사업 관점에서, 운영계획 수립 시엔 운영 관점에서 피력해야 한다. 다만, 이 둘은 상호보완적 관계로, 서로 배척할 수 없다는 점만 명심하자.



[그림 3]


축구나 야구에서 이기려면 전략과 전술을 잘 짜야 한다고들 한다. 전략만 잘 짜도 부족하다. 그렇다. 전술도 필요하다. 쉽게 말해, 전략은 큰 그림이고 전술은 실제 행동 계획이다. 보통 실무에서는 운영계획을 실행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는 경험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왜냐하면 직접 해보면서 몸으로 느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실제 결과도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업계획서, 즉 전략은 미래의 일처럼 멀게 느껴질 때가 많고, 운영계획서, 즉 전술은 현실에 가깝게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그림 1] 경영 비즈니스 상호 관계도'를 보면, 결국 모든 게 하나로 연결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앞서 말한 고지 점령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소대장의 낡은 지도가 바로 전략이자 사업계획서다. 분대원들과 소대장은 '[그림 3]'처럼 전술, 즉 운영계획서에 해당한다.


분대원들은 각자 역할이 있다. 포병, 의무병, 통신병 같은 식이다. 이건 회사에서 개발팀, 디자인팀, 마케팅팀이 있는 것과 같다. 분대원들은 또 야전삽, 랜턴, 위장크림 같은 도구를 갖고 있다. 필요할 때 쓰려고 말이다. 비즈니스에서도 이런 '도구', 즉 방법론이 많다. SWOT 분석, 4P, PEST 분석, 마인드맵 같은 것들이다. 이것들도 상황에 따라 필요할 때 쓴다.


그런데 이 많은 방법론(프레임워크)을 전부 알아야 할까? 물론 다 알면 좋겠지만, 목적과 상황에 맞는 것만 골라 익히면 된다. 그 많은 걸 엄청난 시간 들여 학습하는 건 현명한 처사는 아니다. 생각해 보라. 지상 전투와 해상 전투에 필요한 장비가 다르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비즈니스에서도 목적과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방법론(도구)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전략은 언제 유용할까? 전장을 다시 예로 들어보자. 소대장은 작전 수행 전 분대원들과 전체 계획을 공유할 때, 그리고 수행 중 현재 위치와 방향을 재확인할 때 지도를 펼쳐본다. 사업계획서도 지도와 같다. 북극성처럼 조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안내하고 전체 시야를 넓혀준다. 또한 조직의 현 위치와 나아갈 목적을 명확히 제시해 준다. 이는 앞 챕터에서 설명한 "나의 상황과 목적(비전)을 설정하라!"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결국, 사업계획서는 우리 여정의 지도와 같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지도라도 실제로 걷지 않으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전략과 실행, 계획과 실천 사이의 균형이 성공적인 사업의 핵심이다. 사업계획서를 단순한 문서가 아닌, 비전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살아있는 도구로 활용하자. 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실천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경영의 묘미일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6283906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9085447


이전 03화 사업과 장사의 차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