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론과 실천의 균형: 휴대폰 충전과 사용
휴대폰을 계속 쓰다 보면 배터리가 빨리 줄어든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 충전해야 한다. 충전이 시작되면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배터리를 30%만 채우고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100% 완충 후에 사용할 것인지 말이다. 어느 시점에 충전을 멈추고 사용을 시작할지는 결국 나의 판단에 달려있다. 이렇듯 휴대폰 사용 스타일은 각자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여기서 충전을 '이론', 휴대폰 사용을 '실천'이라고 생각해 보자. 이론과 실천은 휴대폰 충전과 사용 관계와 비슷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론만 계속 배우거나 무작정 실천만 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 생각해 보라. 100% 충전되었음에도 계속 충전하는 것도 의미 없고, 실천(경험)만 하다 보면 금방 방전되니 이 또한 무용지물이다. 즉, 상황에 따라 충전과 사용의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즈니스에서도 예비 창업자는 충전되지 않은 새 휴대폰과 같다. 새 기기를 받았을 때처럼 마음이 설레고, 빨리 사용해보고 싶은 충동이 들 것이다. 하지만 배터리가 0%이므로 아쉬운 마음을 누르고 충전부터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경우가 발생한다. 어떤 사람은 100% 충전이 되어도 계속 충전만 하려 한다는 점이고, 반대로 어떤 이는 10% 충전되자마자 사용하려 든다. 전자는 완벽한 준비를 추구하지만 실제 사용 경험이 없어 막상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게 문제다. 반면, 후자는 빠르게 기본 사용법을 익힐 순 있지만, 배터리가 금방 떨어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처럼 충전(이론)과 사용(실천)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창업 과정에서 계획 수립과 실행의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것과 같다. 사업계획서 작성도 마찬가지다. 너무 오래 준비만 하거나, 준비 없이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 모두 위험할 수 있다.
결국, 자신의 상황과 목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시점에 알맞은 내용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말이 다소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으니, 창업자의 관점에서 좀 더 실용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2. 창업 자본 확보 방법과 각 방법의 장단점
예비 창업팀은 창업 자본을 어떻게 확보할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주로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첫째, 자기 자본이나 대출로 시작하는 경우다. 이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창업팀 전체가 수익을 향해 맹렬히 달려가는 형태를 띤다. 본인 돈이나 대출금이 걸려 있어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다. 이는 강점이자 단점이 된다. 강점은 높은 몰입도로 인해 상품이나 서비스의 완성도와 수익성이 높아져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는 점이다. 반면 단점은 스트레스로 인해 팀이 와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둘째, 정부 지원사업을 통한 자금 조달이다. '사업은 남의 돈으로 한다'는 생각으로 이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꽤 많다. 장점은 초기 단계에서 아이디어만으로도 지원받을 수 있어 매력적이다. 진입장벽이 낮고 논리적 설명만으로도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단점은 경쟁이 치열하고 행정 업무가 많아진다는 점이다. 때로는 본업보다 지원사업에 집중하게 되는 본말전도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셋째, 투자 유치를 통한 방법이다. 스타트업들은 보통 빠른 성장을 원해 이 방법을 선호한다. J커브 그래프처럼 급격한 성장을 꿈꾸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정부 지원과 투자를 모두 고려하지만, 점차 투자 중심으로 전략을 세워나가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자기 자본을 투자해서 사업을 시작하는 팀과, 정부지원 혹은 투자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자 하는 팀은 목적과 상황 그리고 관점이 다르므로 업무 집중도도 달라진다. 이 말은 사업계획서를 수립함에 있어서도 사업계획서 작성 시점이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하나의 도표('[그림 1]')로 나타내고자 한다.
3. 사업계획서 작성 시점과 고객 니즈의 중요성
※그전에 'MVP'와 '프로토타입'의 개념을 이해한 후 도표를 확인해 보자.
MVP(Minimum Viable Product)는 최소 기능 제품이라는 뜻으로, 고객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능만을 갖춘 제품이다. 쉽게 말해, 신규(구매) 회원의 반응을 보며 서비스를 개선하는 과정의 베타오픈 상황과 유사하다. -> 상품 관점
프로토타입(Prototype)은 개념 검증을 위해 제품의 초기 버전을 만드는 단계. 이는 고도로 완성된 것이 아닌, 빠르게 테스트하기 위한 버전이며 고객의 피드백을 본격적으로 받기 전의 단계이다. -> 제품 관점
[그림 1] 사업계획서 작성시점
이제 MVP와 프로토타입 개념을 이해했으니, '[그림 1]'을 다시 살펴보자. 혹시 사업계획서를 언제 작성하는지 감이 오는가? 사업계획서 작성 시점은 크게 두 팀의 상황으로 나뉜다.
첫째, 자기 자본이나 대출로 창업한 팀: 이들의 목표는 프로토타입 단계를 넘어 실제 고객 니즈를 파악하고 수익을 실현하는 데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과 체계적인 조직 구조를 갖추는 것을 지향한다. 이런 팀은 서비스 기획, 파트너 제휴, 고객 응대, 운영 정책, 마케팅 전략 등 각 부서의 역할을 명확히 정의하고 유기적으로 연결하려 노력한다. 결과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조직 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이 접근법에도 단점이 있다. 마치 휴대폰을 100% 충전한 후에만 사용하려는 것과 같아서, 단기적으로 자본이 부족하거나 수익 실현까지 버틸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급하게 사용해야 할 상황이 와도 '충전 중'이라 사용할 수 없는 휴대폰처럼, 유연성이 부족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방식은 안정성과 체계를 중시하지만, 초기 단계에서의 유연성과 빠른 대응 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둘째, 투자나 지원금을 목표로 하는 창업팀: 벤처붐 시기에는 아이디어만으로도 투자나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들은 논리적인 말솜씨와 장밋빛 전망 포장에 능하다. 주로 회사 내실보다는 외형 키우기에 치중하지만, 때론 '뜬구름 잡는 소리'란 평가를 종종 듣기도 한다. 이건 마치 휴대폰을 10% 충전하자마자 쓰는 것과 같다. 빠르게 경험은 쌓지만, 깊이 있는 역량 개발은 부족하다. 문제는 이런 습관이 세월이 지나고 시대가 변해도 그 정신은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쉽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박이면, 리더부터 시작해 조직 전체가 해이해진다. 이는 마치, 뿌리는 약한데 꽃만 화려하게 피려는 것과 같다. 물론 이들도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이나 성공적인 Exit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출발점이 다르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의 모습과 문화가 자기 자본으로 시작한 팀과는 큰 차이가 발생한다. 투자나 지원금을 받아내는 능력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기교이지 진짜 실력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초기에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나중에 조직의 성격과 성과를 크게 좌우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두 상황의 적절한 균형점은 어디일까?
두 상황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내부 운영력과 현실성에 있다. 자기 자본으로 시작한 팀은 실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는 반면, 투자 중심의 팀은 외형적 규모와 성장에 치중하다 보니 내부 운영 역량이 부족해질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 자본으로 MVP를 달성해 고객을 확보한 팀이 오히려 투자 및 지원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입장 바꿔 생각해 봐도 이는 당연한 결과다.
결국 사업계획서, 투자, 지원금 모두 하나로 향한다. 바로 고객 니즈다. 고객 니즈는 곧 수익과 직결되니, 유료 고객이 늘거나 수익이 나온다는 건 고객 니즈를 제대로 짚었다는 뜻이다. 이때가 서비스나 상품의 진짜 시작점이자 투자나 정부 지원을 받기 좋은 시점이다.
급하게 투자를 받아야 하는 팀도 있겠지만, 최소한의 준비 기간, 즉 자격 요건이라는 선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는 상대방 입장에서 최대한 봐줄 수 있는 마지노선과 같은 것이다. 내 생각에 이 마지노선은 휴대폰 배터리로 치면 10%가 아니라 최소 30~40%는 되어야 한다. 이는 프로토타입으로 고객 반응을 어느 정도 확인한 상태여야 투자든 정부 지원이든 받을 자격이 된다는 의미다. 부동산 모델하우스처럼 카탈로그만 보여주고 말만 번지르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 예비 창업 단계에서는 논리적으로 글을 잘 쓰고 설명하면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사업을 볼 때는 여러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내실을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실제 고객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한 가지 더, 나는 투자나 정부 지원을 노리는 예비 창업자들에겐 '최소한의 자부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돈을 걸면 100% 자기 자본으로 시작한 팀만큼은 아니어도 각오나 집중력이 달라지는 건 사실이다. 남의 돈으로 사업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란 뜻이다.
결국 창업팀은 돈을 어떻게 마련하든 실제 경험과 고객 검증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고객 니즈를 파악하고 충족시켜 수익 모델을 검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런 기반 위에 만든 사업계획서야말로 내부 운영 지침이자 외부 투자 유치 도구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창업자들은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고객 중심의 사고와 실질적인 성과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의미의 성공적인 창업을 이룰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