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는 창업을 결심할 때 가장 먼저 설정해야 할 목적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했고, 사업과 장사의 차이를 통해 우리의 방향성을 재확인했다. 또한, 경영 관점에서 사업계획서의 위치와 중요성을 살펴보며, 그것이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우리의 비전을 구체화하고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중요한 도구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잠시,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과연 "사업계획서 작성이 예비 창업자의 수준에 적합한가?"라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이 예비 창업자의 능력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니 오해는 말자. 사실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려면, 프로토타입 개발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고민과 학습이 하나의 일관된 스토리로 녹아들어야 한다.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사업계획서 작성이 무의미하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 과정을 통해 크게 성장한 팀들도 많이 봤다. 하지만 동시에, 이 과정이 예비 창업자에게 때로는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그럼에도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무작정 사업계획서 작성에 뛰어드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더군다나 이 과정을 손쉽게 해결해 준다는 컨설팅 업체들의 존재는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이들의 도움이 단기적으로는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의 본질을 배우기보다는 지원금을 받기 위한 기술만 익히게 된다면,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첫 단추부터 이러할진대, 그 이후의 전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런 부작용 사례를 너무 많이 봐왔고,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창업팀이 부지기수였다. (여기서 문을 닫는 창업이란, 사업을 운영해보지도 않고 폐업하는 경우를 말한다.) 솔직히 말해, 나 역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컨설팅을 했던 적이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는 올바른 접근 방식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진정한 의미의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나는 예비 창업자들이 다음과 같이 사업계획서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2. 성공적인 창업을 위한 세 가지 지침
첫째, 창업의 본질과 자본의 개념부터 제대로 이해하고 비즈니스 세계에 뛰어들기를 권한다. 우리는 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지만, 많은 창업팀들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달려갈 뿐, 돈의 본질이나 부채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부채와 자본의 차이를 모르고 사업을 시작하면 재무적인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재무제표 읽는 법, 자금 조달 방법 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린 스타트업'이나 '제로 투 원' 같은 창업 관련 서적을 읽거나, 온라인 강좌를 활용해 기본 지식을 쌓을 수 있다.
혹여,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거나 설립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면, 최소한 4~6개월 정도는 창업에 관한 기본적인 이론과 체계를 학습하는 데 투자하길 바란다. 이는 마치 휴대폰을 사용하기 전에 충전하는 것과 같다. 적어도 30~40% 정도는 충전해야만 일정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듯, 창업 지식도 어느 정도 '충전'한 후에 실전에 뛰어드는 것이 현명하다. 이러한 준비 과정이 향후 당신의 사업을 더욱 탄탄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둘째,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을 글로 풀어내는 것과 허구를 서술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실제 겪은 일을 글로 옮길 때는 생각이 술술 흘러나와 거침없이 써 내려갈 수 있다. 반면,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는 매 문장마다 깊은 고민과 상상력이 필요해 한 줄 쓰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사업계획서도 마찬가지다. 실제 경험과 고민이 바탕이 된 사업계획서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작성하기가 수월하다. 하지만 경험 없이, '논리'라는 무기로 그럴싸한 내용으로 채우려 한다면, 그 과정이 힘겹고 어려워진다. 경험을 쌓기 위해서는 작은 프로젝트를 시작해보거나, 관련 업계에서 인턴십이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현장 경험을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창업 커뮤니티나 멘토링 프로그램을 활용해 다른 창업자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배우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차이는 결국 진정성의 문제로 귀결되며 이는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나에게는 심사위원이나 다름없다. 내가 쓴 글이 단순한 뇌피셜(개인적 추측이나 검증되지 않은 주장)인지, 아니면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인지를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 글이 뇌피셜에 불과하다고 느껴진다면, 여러분은 당연히 나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 또한 글을 쓸 때마다 근거 없는 보편적 주장을 가급적 피하려 노력한다. 경험에 기반하며 진정성 있는 내용을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이는 사업계획서 작성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진정성 있는 내용으로 채워진 사업계획서야말로 독자, 즉 투자자나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셋째, '욕심'과 '욕망'이라는 단어에 새롭게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를 부정적인 것으로만 여기고 배척해 왔지만, 세상 만물은 균형이라는 법칙 안에서 조화롭게 순환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죽음과 탄생, 헤어짐과 만남처럼 세상의 모든 것은 음과 양으로 조화를 이룬다. 에드워드 데시와 리처드 라이언의 자기 결정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욕망은 외적 동기지만, 이를 자율성과 관련된 내적 동기와 결합할 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욕망은 중요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의 본질과 기업 철학의 중심을 익혔다면, 이제는 자본을 얻기 위한 욕망의 힘을 활용할 때다. 이 힘이야말로 수익 창출의 핵심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물론 '사명감' 같은 다른 동기도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욕망이야말로 가장 보편적이고 강력한 힘을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앤드류 카네기'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절대적인 욕망'을 꼽았다. 이는 명확한 목표 설정과 추진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욕망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앞서 배운 지식과 철학의 틀 안에서 균형 있게 다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창업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다. 수많은 도전과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방향을 수정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지침을 마음에 새기고, 진정성과 균형을 유지한다면 창업의 여정은 더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사업계획서는 단순히 정부 지원금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비전과 철학을 세상에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창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진정성 있게 사업을 준비한다면, 우리는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