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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GARDEN Nov 24. 2023

[시 詩] 서울2023

자유 작문 Free Composition






 서울2023


 



 하늘이 무서운 날이다ㅡ

 그런 날이

 도처에 똬리를 틀고 있다.


 어쩌자고 덜컥 소중해진 이들이

 동여매준 힘줄로 휘청이며 걷다가

 사라진 이름들 알아차리면

 낯익은 얼굴, 별자리로 뜨곤 했다

 허물어진 신전 기둥 아래 웅크리고 앉아

 더는 알고 싶지 않다고

 숨결을 쓸어내릴 때

 별들은 보드란 뺨으로 생로(生路)를 기어갔고

 생채기 난 자리에 맺혔다가

 발갛게 굳어 낙하하는 취미는


 오롯이 너의 것,


 밤마다 별이 추락하는데

 왜 하늘은 무너지지 않아?


 병 든 세상에는 너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 많고

 핏발 선 눈은 고대의 비밀을 품은 채

 탐욕스럽게 익어간다

 하늘이 무서운 날이다ㅡ

 사랑하는 네게 무심코 인사하지 않도록,

 도처에 똬리를 틀고.







Fin.


 * 브런치는 기울임꼴이 안 되는 게 불편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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