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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GARDEN Nov 30. 2023

[시 詩] 시침과 분침

자유 작문 Free Composition





 시침과 분침





 몇 해를 설원과 사막이 만나는 곳에서

 서성였습니다.

 밟아도 밟아도 사라지지 않는 경계

 두 사람의 무게로 걸은 유달리 깊은 발자국

 그 걸음마다 사랑이었다고

 속삭이고서 나는 벗은 발로 떠나왔습니다.


 그러니 그 신발은 버린 것인데,

 왜 당신이 신고 서성이는지

 변하지 않는 것들의 세계가 선물하는

 안온함이 무섭습니다


 나는 어떤 것도 재현하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이름을 부르던 방식을

 당신이 잊었기에

 굳이 나의 혀를 재갈 물리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묻지 않겠지요

 당신의 신은 어디를 걷고 있습니까








 Fin.


* 눈(雪)을 본 기념으로 꺼내놓는 시. 겨울은 유독 제 마음이 가난해지는 계절입니다. 추위에 굳어서 웅크리고 있는 시간들을 싫어해요. 그럼에도 찬찬히 돌아보니 계절에 기대어 쓴 시가 많습니다. 눈이 올 때마다 한 편씩 꺼내볼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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