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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직원들은 참 예민하단 말이지

이선임, 주말부부인데 사랑은 언제 나누나?

제조업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지 7년 차,

입사 초엔 조금만 깨져도 기숙사에 박혀 펑펑 울던 내가, 이젠 굵직한 바오밥나무 줄기마냥 무디고 질겨졌다.


바람만 불어도 상처받던 연두색 새싹 같던 내가,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를 몸소 실천하며 바득바득 소리 지르는 우악스러운 7년 차 선임이 되어있다.


그런 나도 더 이상은 참아지지 않는 말들이 있다.

여전히 공기같이 존재하는 차별적 발언.


참고로 이곳은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이다.


#1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알려주던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를 보며 나도 나중에 선배처럼 후배한테 자상하게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회식 중, 슬쩍 와서 내게 하던 말

"너는 주말부부인데 남편이랑 사랑은 언제 나누니? 궁금해서"


#2 능력이 좋던 타 팀 팀장이 있었다. 그는 내 선배에게 보고받던 중 소리 질렀다. "능력이 없으면 미인계라도 써라고!!"

참고로 그녀는 초등학생 아들 둘을 둔 엄마였다.


#3 존경하는 임원이 있었다. 프레스 마냥 찍어 누르며 지시하는 타 임원들과는 다르게, 부하직원들의 웰페어에 매우 관심이 큰 분이었다. 돌아가며 점심을 같이 먹으며 뜬금없이,

"여직원들은 참 책임감이 없다 이거야. 임신만 하면 퇴사해. 너도 그럴 거니?"


#4. 12살 많던 유부남 파트리더. 어느 날, 본인의 전여친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하다 말했다. "내가 10년 전만해도 널 꼬시고도 남았을텐데.. 너 나한테 정신 못차렸을거야"


가볍게는 아래와 같다.

"나는 여직원들이랑 대화하는 게 어려워. 대체 뭔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여직원들이랑 일하는 게 처음이니, 말실수해도 용서해 줘"

"여직원들은 예민해서 말 잘못하면 인사에 찌른다며? 나 그래서 너한테 말 안 걸 수도 있어. 이해해 줘. "

"여자의 적은 여자야. 여자 선배들 조심해라"


이 말이 이상하지 않다면 "여직원" 대신 "흑인 직원" 또는 "필리핀 직원"을 넣어보라.  이상하지 않은가?


그 외에도 누군진 밝힐 수 없지만, 신입사원 시절 모 실장과의 강제 러브샷, 내 앞에서 둘째 임신 성공하는 비법을 자세하고 신나게 대화하던 남자 책임 두 명, 98년생 내 후배에게 문자로 찍접거리던 60년대생 책임, 자꾸 나 어깨를 주무르던 팀장...


하하하


그러나 나는 이런 모든 발언들에 "껄껄" 웃으며,

"뭔 개소리십니까? 책임님ㅋㅋ" 또는 "전 여직원 아니고 직원입니다. 그냥 편하게 지시하십시오" 라고 "털털"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로 신고해 봤자 먹히지 않고,

그들은 일상 속에서 매우 친밀하게 있다가, "실수로" 한 번씩 저런 발언들을 한다.

그리고 이런 "사소한" 언행들을 신고하면 아마 회사에 남는 인원은 없을 것이다.


말해도 될지, 안될지 긴가민가할 때는 말을 하지 마라. 행동으로 옮겼을 때 조금이라도 찝찝하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여직원이라 생각하지 말고, 직원이라 생각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여직원이 아니라 직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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