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을 기록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출산율인 0.7명보다 낮다. 신기록을 보니 그 수치에 기여했다는 마음에 우쭐한 기분도 든다.
결혼한지 5년차, 90년대생 맞벌이 부부로 생활하며 도저히 아이를 기를 수 없는 환경에 어이가 없는데, 미디어에서는 연이어 젊은이탓을 하니 어이가 없다. 정책내는 사람들이 한때 잘나갔던 60년대생들이라 2030세대에 맞는 정책이 나올수 있나 싶다. 그들은 높은 확률로 전업주부 와이프가 있었을텐데, 과연 제대로된 정책을 만들수 있을까?
참고로 90년대생들이 저출산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기사들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누가 처음으로 말한건지, 개인적으로 90년대생들에게 한대 쥐어박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지금의 환경은, 소위 말해, 인간학대의 세상이다. 인간학대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출산율은 0.5로, 0.4로, ... , 0.1로 떨어질 것이다. 0.65도 매우 높다.
2024년, 인간학대를 당하고있는 우리 부부의 일과를 보자. 물론 우리보다 훨씬 힘들고 오래 일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남들의 눈에는 꿀빠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겐 버거운 하루하루들이다.
나의 하루 일과는 아래와 같다.
아침 6시 기상, 6시 30분 출근, 40분 운전, 8시 근무시작, 5시 근무 끝(이지만 야근으로) 7시경 근무 끝, 8시경 집 도착, 8시30분 헬스시작, 9시 30분 전화영어 시작, 10시 30분 경 씻고 취침
남편의 일과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래와 같다
아침 6시 기상, 40분 운전, 회사 헬스장 운동, 8시 근무시작, 8~9시 근무 끝, 9시 반 경 집 도착, 전화영어 시작, 10시 30분경 씻고 취침
바쁘다며 운동까지 한다고? 라고 생각할수 있겠지만, 살기 위해 하는 운동이다. 규칙적으로 운동이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아마 단명하고 말 것이다.
주말엔 평일동안 하지 못했던 집안청소 및 정리, 낮잠자기만 해도 하루가 끝난다. 이 바쁜 다람쥐 두마리 쳇바퀴 스케줄에 새끼 다람쥐는 어떻게 기르란 말인지?
체력이 약한터라 아이 없는 지금도 항상 내 입안은 흰 구내염들로 부르터 있고, 가엾은 남편은 눈밑이 퀭해 글쓰는 내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지금 졸고있는 남편을 위해 살금살금 담요 한 장 덮어주는 것 뿐. 우리는 평일에 서로 얼굴 마주보며 대화를 할 시간도 체력도 모두 부족한데, 아이는 어떻게 만들고 낳고 키우라는건지?
옛날 사람들은 그냥 낳으면 다 해결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낳으면 해결되는게 대체 무슨 말인 것인가? 낳으면 갑자기 없던 경력직 보모가 뿅 하고 생겨서 공짜로 키워준다는 말인가?
그것은 모두 다 우리들의 부모 건강을 갈아서 키우는 것이다. 인간 학대가 윗세대까지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혹은 열심히 일해서 번돈 태우며 시터써서 키우는 것이다. 이 경우, 인간학대는 다행히(?) 부부만 감내하면 된다.
아기를 낳아서 키우는 이유는 부부가 본인들을 닮은 아기가 커가는 사랑스러움을 보고, 뿌듯함을 느끼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조부모나 시터와 같이 부부가 아닌 제 3자가 아이가 커가는 대부분을 보게 될 것이라면, 왜 낳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든다. 내가 키우는 기쁨조차 잘 느끼지 못할텐데 왜 낳아야하는 것인가? 국가를 위해 낳아야하나? 내가 왜?누구 좋으라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면 된다고? 대기업은 잘 갖춰져 있지 않냐고? 대기업이지만, 남자가 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용기내서 부부가 둘 다 쓴다 하더라도, 육아휴직기간이 끝나면 아이가 혼자서 모든 것을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인가? 절대 아니다. 어린이집, 유치원 등하원은 어떻게 할것이며, 하원 후의 일과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입학 후 갑자기 일찍 하원하게 되는 초1, 초2때는 아이를 누가 케어해주는지? 부모가 집에오면 8시, 9시인데?
그 불쌍한 아이는 부모의 얼굴조차 자주 보지 못할 것이다. 불쌍한 부모들도 귀여운 아이 얼굴조차 자주 보지 못할 것이다. 서로 간의 감정적 교류 없이, 회사에서 기빨린 채로 집에 오자마자 애를 박박 씻기고, 사랑받고 싶어 투덜거리는 애에게 피곤하니 짜증내기 바쁠 것이다.
그렇다면 나같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게하려면 국가가 어떻게 해야한다는 것인가?
모든 다람쥐들에게 시간을 줘야한다. 아이를 만들 시간, 낳을 시간, 키울 시간
주 4일제는 필수, 주 32시간(4일×8시간) 이상은 절대 못하도록 야근 금지를 시켜야한다. 혹시 야근 금지가 기업가들에게 너무나도 가혹하다면, 초과시간 당 시급의 5~10배를 지급하도록 법안을 만들어야한다.
야근을 안하면 되지 않냐고? 누가 시켜서 한다기보단 나의 일은 항상 쌓여있다.(참고로 나의 보스들은 항상 일찍 퇴근하라고 외치지만 그건 불가하다.) 왜냐?야근해서라도 처리하지않으면 내일의 내가, 이틀후의 내가 고통받기 때문에 남아서라도 하는 것이다. 최소비용으로 시스템을 굴려야하는 회사에선 휴먼 리소스가 항상 부족하다. 사람 좀 뽑아라. 야근금지로 두 사람 갈아 하는 일, 세 사람이 하게 되면 청년 실업률도 줄어들고 돈 생기며 결혼도 호딱해서 출산율도 높아질 것이다. 비용이 많이 든다면 쓸모없는 임원 몇 명 줄이면, 신입사원 대거 입사 가능하다. 쉬는 날에 사람들이 미친듯이 놀러다니면 내수경제도 살아날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매일 야근과 업무 과중에 대한 부담 없이 5시에 퇴근하고, 주4일만 근무해도 애를 낳겠다. 지금은 내 애 커가는거 볼 시간도 없는데 왜 낳냐고, 어떻게 낳냐고.
그런데 이런 2030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세상은 거꾸로 가고 있다. 노동시간 69시간 이야기가 나오고, 주4일제 논의는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부모가 애 볼 시간은 안주고 학교에서 아이를 봐준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낳기만 하면 키워준다고?
내가 못키우는거면 왜 낳냐? 대체 누가 낳겠냐고.
옛날엔 힘들어도 다~ 낳았다고 하는 자들이 있다. 이 자들은 매우 이기적인 족속들로 매우 조심해야 하는 자들이다. 바뀌는 세상에 본인에게 좋게 변화되는 것들만 취하고, 본인 억울한 것들은 인정치 못하는 자들이다. 나도 애 키울 때 매우 힘들었으니, 너네들도 힘들지만 참고 낳아라는 억울함에 찬 깊은 뜻인 것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은 그들의 힘들었던 모습을 기억하고 되풀이하기 싫어, 포기하는 것이다. 혹시 저런 생각에 머물러있는 자들은, 당장 스마트폰 버리고 봉화를 쓰고, 자동차를 버리고 말을 타고, 고깃집을 가지말고 직접 활로 사냥을해서 바베큐를 소스 없이 먹도록 하여라. 일을 할 때도 엑셀을 쓰지말고, 닥나무 종이에 붓으로 보고서를 쓰도록 하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생길지는 정말 궁금하다. 딸인지 아들인지 모를, 존재할 수 없을 나의 2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