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회사의 MZ가 조용하다면, 그건 위험한 신호

"알빠노"라고 아는가?

*알빠노 = 알 바 No = 내 알 바 아니다.


불만 가득한 MZ 세대 팀원이 있다면, 당신은 축복받은 팀장이다.


입사 7년 차 선임인 나는 눈에 보이는 모든 불만을 담당자에 토해냈다. (아마 S사라면 CA, L사라면 JB, 또는 FB라고 불리는 분들일 것이다.)


사무실이 습도가 너무 높다. 여름엔 약 80%까지 올라가서,  물고기를 산책시켜도 될 정도이다. 흡연장 담배냄새가 건물로 들어와서 숨이 막힌다. 의자가 낡아서 골반이 삐뚤어지는 것 같다. 보고가 많다. 보고 줄이고 실무 할 시간을 달라 등등


가엾은 담당자들은 소금 뿌린 지렁이처럼 고통스러워했지만, 그들은 나의 지속적인 악성 민원에 두손 두발 들고 해결해 줬다. 사무실엔 몇백만 원 치 제습기가 몇 개나 설치되었고, 흡연장과 이어진 회사 출입구는 에어커튼이 설치되었다. 의자는 수리되었고, 보고는 팀장님이 하나 줄여주셨다.


나의 리더와 선배들은 이러한 나의 모습에 요즘 젊은 사람들은 참지 않는구나 참 대단하다며 추켜세웠지만, 은근 불편했을 것이다. (그들의 이해력에 박수와 감사함을 표한다.)



그러나 이런 나도 존재감 없이,

말 그대로 공간 속에 존재만 했던 적이 있었다.


입사 후 4년간 나는 질소와도 같았다.

모든 것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군인 출신 피엘은 수직적 명령 하달에 익숙했고, 지시한 일이 빠르고 정확히 진행되지 않는 것에 늘 짜증을 냈다. 내가 잘 못하면, 내 사수를 불러 내 앞에서 욕하며 반을 죽여놨다.


얼굴만 봐도 힘들었고, 같은 공기 안에 숨 쉬고 있는 것이 미칠 것 같았다. 그 기간 나는 토요일과 일요일만 실존했으며, 일요일 오후 3시부터 평일에는 소화불량과 불면증에 시달렸다. 스트레스가 많은 날엔 사무실 의자에 앉아있는 나의 신체와 영혼이 해리되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 시기 많은 내 동기들이 퇴사했다. 나와 비슷한, 또는 나보다 더한 고통을 겪으며 몸부림치다가 결국 수조에서 탈출하는 고등어처럼 뛰쳐나갔다.


불만이 많았지만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그 시기 퇴사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곧 탈출할 것이니, 회사가 좋아지든 말든, 내가 불만이 있든말든 어차피 난 나갈 인원이니 알바 아니었다. 입 다물고 있었다. "알빠노"였다.


그러나 슬프게도 퇴사는 실패했고, 4년 차부터는 현실에 순응하며 적응하기 시작했다. 평일도 나의 인생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열심히 살아봐야겠노라 다짐했다. 그 시기, 시의적절하게 리더들도 교체되었다.


그때부터였다.

회사를 나의 회사라 생각하고 애정을 느낀 것이.

업무를 내 일이라 생각하며, 열정이 차오르던 것이.

그로 인해 불만이 입에서 튀어나오며, 어떻게든 회사를 개선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이.


당신의 회사 인원들이 입을 다물고 있다면, 고분고분하고 만족하고 있어서 조용한 것이 아니다. 노답이라서, 애정이 없어서일 확률이 높다. 그들은 나갈 준비를 하며, 각도기를 꺼내 퇴사각을 재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희망과 미래, 애정이 있는 사람들은 말이 많다. 불만이 많다. 어떻게든 뜯어고쳐서, 자기가 적응할 수 있게끔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니라, 계속 있을 곳이기 때문이다.


불만 많은 팀원을 나쁘게만 보지 마라.

당신의 팀원이 입을 열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하고, 최대한 귀를 기울여라.


그들이 세상을 바꿔나갈 것이다.

이전 02화 요즘 여직원들은 참 예민하단 말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