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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구십년대생 여자사람
Mar 19. 2024
요즘 여직원들은 참 예민하단 말이지
이선임, 주말부부인데 사랑은 언제 나누나?
제조업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지 7년 차,
입사 초엔 조금만 깨져도 기숙사에 박혀 펑펑 울던 내가,
이젠 굵직한 바오밥나무 줄기마냥 무디고 질겨졌다.
바람만 불어도
상처받던 연두색 새싹 같던 내가,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를 몸소 실천하며 바득바득 소리 지르는 우악스러운 7년 차 선임이 되어있다.
그런 나도 더 이상은 참아지지 않는 말들이 있다.
여전히 공기같이 존재하는 차별적 발언.
참고로 이곳은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이다.
#1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알려주던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를 보며 나도 나중에 선배처럼 후배한테 자상하게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회식 중, 슬쩍 와서 내게 하던 말
"너는 주말부부인데 남편이랑 사랑은 언제 나누니? 궁금해서"
#2 능력이 좋던 타 팀 팀장이 있었다. 그는 내 선배에게 보고받던 중 소리 질렀다. "능력이 없으면 미인계라도 써라고!!"
참고로 그녀는 초등학생 아들 둘을 둔 엄마였다.
#3
존경하는 임원이 있었다. 프레스 마냥 찍어 누르며 지시하는 타 임원들과는 다르게, 부하직원들의 웰페어에 매우 관심이 큰 분이었다. 돌아가며 점심을 같이 먹으며 뜬금없이,
"여직원들은 참 책임감이 없다 이거야. 임신만 하면 퇴사해. 너도 그럴 거니?"
#4. 12살 많던 유부남 파트리더. 어느 날, 본인의 전여친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하다 말했다. "내가 10년 전만해도 널 꼬시고도 남았을텐데.. 너 나한테 정신 못차렸을거야"
가볍게는 아래와 같다.
"나는 여직원들이랑 대화하는 게 어려워. 대체 뭔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여직원들이랑 일하는 게 처음이니, 말실수해도 용서해 줘"
"여직원들은 예민해서 말 잘못하면 인사에 찌른다며? 나 그래서 너한테 말 안 걸 수도 있어. 이해해 줘. "
"여자의 적은 여자야. 여자 선배들 조심해라"
이 말이 이상하지 않다면 "여직원" 대신 "흑인 직원" 또는 "필리핀 직원"을 넣어보라. 이상하지 않은가?
그 외에도 누군진 밝힐 수 없지만, 신입사원 시절 모 실장과의 강제 러브샷, 내 앞에서 둘째 임신 성공하는 비법을 자세하고 신나게 대화하던 남자 책임 두 명, 98년생 내 후배에게 문자로 찍접거리던 60년대생 책임, 자꾸 나 어깨를 주무르던 팀장...
하하하
그러나 나는 이런 모든 발언들에 "껄껄" 웃으며,
"
뭔 개소리십니까? 책임님ㅋㅋ" 또는 "전 여직원 아니고 직원입니다. 그냥 편하게 지시하십시오" 라고 "털털"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로 신고해 봤자 먹히지 않고,
그들은 일상 속에서 매우 친밀하게 있다가, "실수로" 한 번씩 저런 발언들을 한다.
그리고 이런 "사소한" 언행들을
신고하면 아마 회사에 남는 인원은 없을 것이다.
말해도 될지, 안될지 긴가민가할 때는 말을 하지 마라.
행동으로 옮겼을 때 조금이라도 찝찝하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여직원이라 생각하지 말고, 직원이라 생각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여직원이 아니라 직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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