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과 '까'는 교실을 군대로 만들까? (2)

by 곽예지나

저번 글에서는 평화반체를 사용하는 것이 학급 운영에 있어서 어떠한 장점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그러면 이런 평화반체를 적용할 때의 팁이나 주의 사항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


첫째, 평화반체는 무조건 새 학기 첫날에 바로 적용해야 한다. 보통 개학 날은 4교시를 운영하는데, 가장 첫 시간인 1교시에 담임교사와 학생은 서로를 탐색하며 앞으로의 1년을 미리 그려보게 된다. 이렇게 조금 불편하고 어려우며 아직 제대로 된 대화의 물꼬를 트기 전에 반드시 언어 규칙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나누는 대화의 첫마디를 무조건 언어 규칙에 대한 안내로 시작해야 하는데, 이것이 우리 반의 제1 약속이며, 그만큼 교사가 이 부분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둘째, 교실의 분위기는 부드러워야 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겠지만, 처음에 평화반체를 소개하면 아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군대’이다. 그런데 군대에서 사용하는 형태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실제 교실 운영도 군대식으로 강압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 학생들은 교실에서 편안하고 안정된 느낌을 받기보다는 긴장하고 위축되게 된다. 학기 초에 질서와 균형을 잡을 때는 다소 딱딱한 분위기에서 생활할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고 자기 행동에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의 기준선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는 보다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형식은 최대치의 경어체이지만, 선생님과 나누는 대화는 일상적이고 편안한 것들이 될 수 있어야 아이들이 평화반체를 더욱 즐겁게 사용할 수 있다.


실제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내가 나누는 대화의 한 장면을 보자.


동그라미 : 선생님, 저 어제 아이브 콘서트 다녀왔습니다.

나 : 아이브 콘서트? 우와, 그럼 서울까지 다녀온 거야?

동그라미 : 네! 엄청 앞줄에서 봐서 원영이 언니 얼굴까지 다 봤습니다. 진짜 너무 예쁩니다.

별 : 부럽다, 나도 실제로 보고 싶다. 선생님, 저는 어제 수영장 다녀왔는데, 물놀이는 조금만 하고 라면을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나 : 역시 물놀이는 먹어야 제맛이지. 무슨 라면 먹었나요?

별 : 육개장 컵라면 먹었습니다. 원래 불닭 먹으려고 했는데 너무 매울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나 : 그래, 괜히 불닭 먹었다가 배 아프면 화장실 가야 할 수도 있어. 좋은 선택이야.


이처럼 선생님께 꺼내는 대화의 주제가 어디에 한정되어 있지도 않고, 말하면서 선생님이 쓸데없이 말 건다고 할 까봐 걱정하지도 않는다. 나 또한 학생들이 평화반체만 지켜서 말하면 대부분의 이야기에 경청하며 맞장구를 잘 쳐주는 편이다. 한 가지 아직 그 기준을 명확하게 잡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위의 대화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 경어체를 사용하게 하면서 나는 조금 편하게 말하는 편이다. 나도 아이들과 같은 경어체를 사용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교사-학생의 관계에서 지금처럼 말하는 것이 괜찮을지를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위와 같이 일반적인 대화 상황이 아닌, 수업 시간처럼 반 전체-교사의 대화 패턴에서는 항상 평화반체나 일반 경어체를 사용하고 있다. 전체의 학생을 대할 때는 나도 아이들의 전체 수를 합친 것만큼의 존중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셋째, 평화반체를 사용하지 못했다고 해서 아이를 꾸짖거나 무안을 주는 일은 삼가야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약속을 어기려고 일부러 평화반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직 평화반체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실수를 하는 것이다. 초반에 불필요하게 과한 지도를 하면 평화반체를 사용하는 자체에 대해서 반감을 보일 수 있고, 이런 심리적 장벽을 깨는 것은 의외로 시간이 꽤 걸린다. 그렇다고 틀리게 말한 것을 그냥 넘긴다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잘못 말한 표현을 다시 한번 바꿔서 표현해 주고 따라서하게 한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친구가 평화반체를 사용하지 않고 말했을 때, 주변 친구들이 말을 고쳐서 다시 알려주기도 한다.


가끔 “저학년들의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요? 어린아이들도 평화반체를 배울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저학년의 경우 오히려 더 금방 받아들이고 잘 따라 하는 편이다. 아직 학교 생활에 대한 선입견이 없으며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하지 않은 때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엄청 귀엽다. 마치 당차고 야무지게 대사를 내뱉는 사극 아역 배우는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넷째, 누구보다 교사가 언어 예절을 가장 깍듯하게 지키며 이야기해야 한다. 나는 내가 말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는 만큼, 아이들에게 건네는 사소한 한마디라도 함부로 하지 않기 위해서 엄청 애를 쓰는 편이다. 물론 사람의 기준이란 다를 수 있으니 어떤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아예 배제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아이의 말을 비꼬거나, 전체 앞에서 한 아이를 지목하여 지도하지 않는다. 훈육하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정제된 말을 사용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자신들은 언어 규칙을 엄격하게 지키는데 선생님은 함부로 툭툭 말을 내뱉는다? 규칙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확 사그라들고 말 것이다. 경어체라는 다소 딱딱한 울타리를 세워두지만, 그 안에는 사랑과 관심을 듬뿍 담아주어야 한다.


사실 내가 여기서 한 발짝 더 진행해 보고 싶은 프로젝트는, 아이들끼리도 학교에서 서로 경어체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선생님께 사용하는 것처럼 어미가 ‘다’와 ‘까’로 끝나는 것까지는 어려워도, ‘-요’의 어미로 마무리가 되는 정도의 경어체 말이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었을 때 교실에서 서로의 친밀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와, 필수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갈등이 어떤 방법으로 전개되고 해결될지 궁금하다.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선생님께 경어체를 사용하는 것은 1단계의 존칭어를 2단계로 올리는 정도의 차이만 있지만, 아이들끼리 경어체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형식을 완전히 뒤바꾸는 변혁적인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짝 활동이나 모둠 활동을 할 때에만 서로 경어체를 사용할 수 있게 지도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서 아이들 사이에 갈등이 일어날 만한 상황이 좀 적어진 것 같다는 체감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경어체의 도입 때문인지 아니면 올해 가르치는 아이들이 갖고 있는 특성 때문인지, 변인 통제를 하지 못해서 확신을 하기 좀 어렵다.


말이 가진 힘의 크기를 믿고 그에 따라 서로 존중하는 교실을 만들어가려는 나의 교육 목표가 잘 달성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평화반체를 꾸준히 사용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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