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으로 과자를 얻을 수 있다?

by 곽예지나

앞서서 생활공책 <맑은 샘>에 대한 글을 쓸 때, 평화반에서 통용되는 화폐 <믿음 열매>에 대해서 한번 언급한 적이 있다. 화폐라고 하기에는 쓰임이 좀 협소하지만, 화요일과 목요일에 열리는 <믿음 장터>에서 원하는 과자를 사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인식되는 분위기이다. 보통의 교실에서 선생님들이 운영하시는 포인트 제도를 떠올리면 가장 유사할 것이다.


<믿음 열매>는 학생들의 신용 지표를 환산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학기 초에 학생들에게 20개씩의 <믿음 열매>를 기본으로 주며 시작된다. 상한선은 30개이다. 이 이상 쌓이더라도 더 지급하지는 않는다. <믿음 열매>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학교에 왔으면 무조건 1개를 기본으로 받는다. 학교에서의 하루를 마치고 간 것만으로도 나에게 주어진 일을 충분히 해냈기 때문이다.


2. 평화 수호단, 반장, 텃밭 수호자 등 교실에 봉사하는 일을 했을 때 주급으로 일주일에 5개의 믿음 열매를 받는다. 평화 수호단은 평화반의 1인 1역과 같은 건데, 일반적인 1인 1역과 가장 큰 차이점은 모든 친구들이 역할을 갖는 것이 아니라 반에서 몇 명의 학생들만 수호자가 된다는 것이다. 주급 5개는 적지 않은 보상이기 때문에 서로 수호자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평화 수호단에 대해서는 후속 글에서 다시 기술할 예정이다.


3. 평화반 마스코트 그리기 대회와 같은 학급 내 콘테스트에서 우승하거나, 평화반 이벤트 데이 때 선생님이 내 건 미션을 성공할 때 받을 수 있다. 참고로 나는 수업 중 경쟁 활동 때 보상으로는 절대 믿음 열매를 걸지 않는데, 그 이유는 모둠끼리의 경쟁이 과열되어 서로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개인, 모둠 활동 중 1위를 차지하면 받는 보상은 기념 촬영이다. 학기 초에는 아이들 얼굴에 ‘선생님, 그게 무슨 보상입니까.’하고 대 놓고 쓰여있고 마치 모래를 씹은 듯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념 촬영에 목숨을 걸며 서로 카메라에 나오려고 안달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귀엽다.


4. 평화반 칭찬판에 다른 친구를 칭찬하면 믿음 열매 3개를 받을 수 있다. 하나의 칭찬판에서 2명의 친구까지만 칭찬할 수 있기 때문에, 한 회당 6개가 상한선이다. 3개의 믿음 열매를 얻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므로 우리 반은 칭찬판이 새로 바뀌기만을 기다렸다가 바뀌는 당일에 90% 이상의 칭찬판을 가득 채운다. 칭찬판과 관련된 내용은 후에 ‘학급 경영 기술 모음’ 글에서 다시 언급하겠다.


5. 급식을 먹을 때 잔반을 남기지 않으면 별을 받을 수 있고, 받은 별의 개수만큼 로또 뽑기에 자신의 이름을 넣을 수 있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은 다시 개별 사다리 뽑기를 하여 해당하는 개수의 믿음 열매를 획득한다.


5. 선생님 마음에 아주 큰 감동이나 기쁨을 줄 때 받을 수 있다. 반 전체가 이타적인 행동이나 말을 한다던가, 음악 시간에 고운 목소리로 합창을 잘해서 선생님 귀호강을 하게 해 주었다던가, 다른 반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다던가 기타 등등의 상황이다.


다음은 <믿음 열매>를 다시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1. 아이들의 마음에 +가 되는 반납

앞서 잠깐 언급했던 <믿음 장터>에서 과자를 사 먹을 때 정해진 가격만큼 믿음 열매를 낸다. 학생들이 먹고 싶은 과자를 미리 조사해서 구입해 온 뒤 적정한 가격을 붙이는데, 보통 100원 당 믿음 열매 1개 정도로 가격을 붙인다. 낱개에 300원짜리 과자는 3개, 700원짜리 과자는 7개인 식이다. 만약에 애매하게 몇십 원이 붙으면 올림으로 계산한다. 나의 인건비와 교통비를 더하기 위해서이다. 만약에 빙과류처럼 냉장고에서 보관하는 과자인 경우 전기세까지 계산해서 2개 정도를 더 높여 부른다.


<믿음 장터>는 일주일에 2번, 화요일과 목요일에 열린다. 중간 놀이 시간이 가장 배가 고픈 시간과 겹쳐서인지 그날을 애타게 기다리는 학생들이 많다. 사실 나는 <믿음 장터>를 일주일에 한 번만 열고 싶은데 그 이유는 장터가 열리는 날 급식 잔반량이 많아지고, 과자를 먹은 직후에 집중력이 떨어지며 좀 더 산만해지는 정신적 변화를 직접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일주일 생활 리듬을 생각하면 화요일과 목요일에 한 번씩 열어주는 것이 가장 적절하기 때문에 꾹 참고 있다.


아이들의 스타일마다 또는 학년마다 선호하는 간식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인기 많은 과자의 종류는 정해져있다. 가격은 저렴하고 양이 많은 과자가 비싼 고급 과자보다 훨씬 잘 팔린다. 현재 우리 반 선호과자 부동의 1위는 ‘미니 뿌셔뿌셔’인데, 몇 십 개씩 구입해서 과자 창고에 꽉꽉 채워놔도 재고가 금방 동난다. 작은 캐러멜이나 젤리류는 저학년들에게는 인기가 꽤 있었는데 고학년들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 가끔 작은 사이즈의 봉지 과자를 이벤트성으로 준비해갈 때가 있는데, 아주 불티나게 팔리곤 한다.


학생들에게 믿음 열매를 주는 만큼 장터에서 필요한 간식들이 늘어나고, 학급 운영비는 아주 야박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장터 운영을 위해서는 결국 교사의 사비가 들어가게 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생명체는 자신에게 맛있는 것을 주는 사람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는 비공식적 연구결과가 있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아이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원금과 이자는 믿음 열매를 모으기 위한 아이들의 노력으로 돌려받는다.


2. 아이들의 마음에 –가 되는 반납

만약에 산성비를 받게 되면 믿음 열매 2개를 반납해야 한다. 산성비를 받는 상황은 앞서 연재한 <맑은 샘> 관련 글을 참고하면 된다. 믿음 열매의 상한이 30개라고 했는데, 하한은 한계가 없다. 1학기 때에는 –34개까지 내려간 학생이 있기도 했다. 예전에는 믿음 열매가 –10이 되면 방과 후에 남겨서 특별 면담을 하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전반적인 생활 태도가 크게 문제 될만한 범위가 아니면 일단 지켜보는 편이다. 사실 똑같은 산성비라도, 등교나 숙제에서 받는 산성비와 수업태도 및 생활태도에서 받는 산성비는 전혀 달라서 내년에는 항목당 반납해야 하는 믿음열매의 수를 좀 조정해 볼까도 고민 중이다. 전자의 경우는 학생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만 후자의 경우 반 전체의 분위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3. 그 외 믿음 열매의 쓰임새

학습 준비물이 다양한 색깔로 준비되어 있어서 원하는 색을 고른다거나, 어린이날 때 다양한 과자 간식을 고를 수 있는 우선순위를 갖는다거나, 특별 활동의 순서를 정할 때 현재 갖고 있는 믿음 열매의 개수로 순서가 결정된다. 이 때는 믿음 열매를 특별하게 반납하지는 않는다. 아주 가끔 학생들이 탐낼만한 학용품이나 작은 장난감이 있을 때 경매를 붙이기도 하지만 1년에 2~3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언제 이런 이벤트가 있을지는 전혀 예측 불가하기 때문에(교사도 예측 못함) 어떤 아이들은 그 하루를 위해 믿음 열매를 모조리 탕진하지 않고 일정 개수를 유지하기도 한다. 믿음 열매의 개수를 유지하는 것에서 아이들의 성격이나 소비 성향, 자산 관리 스타일을 알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선생님들께서 이런 교실 포인트 제도를 운영해보고 싶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포인트를 관리하는 것이 매우 번거롭고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나도 예전에는 점수판을 만들어서 그 위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실물 자석을 사용해서 일일이 손으로 붙이고 떼어내고 했었다. 이 작업이 몹시 귀찮다는 것은 두 번 설명할 것도 없고, 실물 자료다 보니 중간에 믿음 열매가 어디론가 사라지거나 탈락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 때문에 "저 믿음 열매가 15개였는데 오늘 14개 밖에 없습니다." 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아니니야 너 14개 맞아. 그저께부터 14개였어." 하며 서로 시시비비를 가리느라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래서 요즘 내가 사용하는 것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앱이다. ‘교실 관리’ 메뉴를 활용하여 포인트 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데, 접근도 쉽고 저장도 간편하다. 특히 고학년의 경우 <믿음 열매 수호자>라는 직책을 만들어서 믿음 열매를 지급하고 반납하는 것을 학생 편에 맡겼더니 여러모로 더 편해졌다. 교사 혼자서 포인트를 관리할 때보다 더 정확하고 빠르게 작업을 해주기 때문이다.


스크린샷 2025-10-15 140910.png 산맥님, 선생님과 면담이 좀 필요할 것 같네요.



상벌 제도에 대해서는 그 장점과 한계점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맑은 샘>과 연계하여 자신의 학교 생활 정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지표가 되고, 학생들의 학교 생활에 특별함을 약간 더해주는 정도로 가볍게 접근하려 노력 중이다. 무엇보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학교 생활을 하는 학생들의 경우, 이런 제도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데 그 모습을 보는 것은 교사에게도 기쁨이 된다. 아마 내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활용하게 될 학급 경영 기술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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