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는 꿈

2025년 5월 19일 월요일

by 곽예지나

학교에서 아이들과 주제 글쓰기를 하고 있다. 내가 쓴 글을 예시작으로 먼저 보여 주는데, 이번 주제가 '나의 꿈'이라서 써 본 글을 겸사 겸사 브런치에 같이 올려둔다. 사실 내가 쓴 글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초등학생이 모방할만한 형식이나 구성으로 내용이 전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만 보면 그냥 내가 쓰고 싶어서 쓰는 것 같기도?


40살이 넘어도 아직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장래 희망은 늘 그때그때 달랐다.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을 땐 피아니스트, 영어 공부에 흥미를 느꼈을 땐 외교관, 고3 때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고위 공무원. 결국 교대를 졸업하며 지금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나에게 아무도 더 이상 “너는 꿈이 뭐야?”라고 물어보지 않지만, 사실 나에게는 아직 한 가지 꿈이 더 남아있다. 그것은 바로 작가가 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학교에 제출하는 형식적인 일기장 말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비밀 일기장이 따로 있었다. 터무니없는 공주 소설을 쓸 때도 있었고, 안네의 일기를 따라 하며 ‘미니’에게 편지를 쓸 때도 있었다.

공부 하기 싫을 때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 몰래 편지를 쓰곤 했다. 편지지 한쪽을 다 채우는 게 전혀 힘들지 않았다. 쓸 말은 늘 넘쳤고, 종이는 언제나 모자랐다.

사소하고 유치해서 다른 사람한테 차마 말할 수는 없지만,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다양한 생각들을 쓰는 것만으로도 뭔가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내가 글을 특별히 잘 쓴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학교에서 여는 백일장 행사에 나가서 어떤 상이든지 받아오긴 한 걸 보면, 어디 내놓기 부끄러울 정도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대신 특출난 것도 아니어서, 내 입상 실력은 딱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나는 언제나 작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 꿈을 입 밖으로 꺼낸 적은 없었다. 내 생각에 작가는 피아니스트보다, 외교관보다, 행정고시 패스보다 더 어려웠다. 다른 직업은 노력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작가는 뭔가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작가가 될 사람은 하늘에서 점지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 작가가 되고 싶어.”라고 말하는 것이 “나 하늘을 날고 싶어.”라고 터무니없는 꿈을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행여나 내 꿈을 누가 비웃고 손가락질할까봐, 마음 속으로 꽁꽁 숨기고만 있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되었다. 무려 40년 가까이 마음에 품고 있었는데 이것만큼 절실한 꿈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생각을 바꾸고 나서 하나씩 새로운 것을 실천해 보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인상깊은 문장을 모아 필사를 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끝나던 생각들의 출구를 만들었다. 글쓰기 관련 플랫폼에 꾸준히 글을 업로드하게 되었다. 내 글을 공개하는 것과 동시에 성실하게 글을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여러 군데 공언하고 있다. 이렇게 공언하는 것만으로도 목표를 실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근데 혹시 그 이유가, 큰 소리 쳐놨는데 아무것도 못 이루면 쪽팔려서 그런 건 아니겠지.


끝내주는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자. 일단 뭐라도 써보자. 생각해 보면 나의 꿈은 작가가 되고 싶은 거지 완벽한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완전무결한 글을 쓰려고 생각하다 보면 한 글자도 쓰기 어려울 것이다. 내 목표는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갖는 것. 그것뿐이다.

그 꿈을 위해서 오늘도 이렇게 열심히 글 한 편을 완성한다. 글이 막힐 때마다 가슴이 퍽퍽 막히는 괴로움을 느끼면서도 어쨌든 결국 끝까지 써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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