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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권하는 세상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

by 할수있다

현진건의 단편소설 '술 권하는 사회'를 보면 아내가 “누가 이렇게 술을 권했는가?” 물었을 때

남편은 “이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했다오.”라고 푸념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또 다시 밖으로 나가는 남편에게 아내는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라고 한탄합니다.


일제 치하의 몹쓸 시대 상황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세상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우리라는 공동체의 미래가 몹시 불안하고 어렵다는 것에서 그렇습니다. 비록 일제강점기의 지식인이라는 한정된 이들에게 취하지 않고서는 배겨낼 수 없는 세상을 그린 소설은 현재 우리와는 결이 다른 맥락을 보여주지만 말입니다.


암울하고, 제 정신으로는 버텨내기 어려운 현실, 돈이면 다 된다는 참을 수 없는 상스러움, 그 상스러움이 상식이 되어 버린 세상의 뻔뻔함과 적반하장의 태도, 그리고 줄 지어오는 허탈함과 공허함, 몹쓸 세상, 몹쓸 사회, 그리고 몹쓸 사람들...


그런 몹쓸 것들을 잠시라도 잊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술의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우리는 술 권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진영 논리로 세상을 양분시키는 것은 민중의 언어가 아닙니다. 오직 제 이익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엘리트들의 언어입니다. 힘을 모아도 어려운 마당에 서로 진영을 나눠 싸우는 중입니다. 국민을 둘로 나눠, 특정 정치인과 특정 정당에 대한 비판과 관심을 매몰시켜도록 만들어가며 말입니다.


모두가 합의한 법과 규칙은 예외없이 지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나 혼란스러운 세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의회민주주의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것은 국회이지 대통령이 아니고, 대통령은 국회의 비준받아야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운명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가 결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의회의 폭력과 잘못을 말하기 전에 정해진 법, 규칙에 따른 행동을 해야 합니다.


물론 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의원들도 정해진 법을 준수해야 합니다. 궤변이 되어버린 정치논리가 아니라 모두가 정해놓은 법에 대한 규칙과 질서는 따라야 합니다. 왜냐구요. 피선출직의 정치인들을 뽑는 강력한 선출 권리를 가진 국민들이 그렇게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속도 5030, 일명 '민식이법'의 통과와 함께 만들어진 규칙입니다. 많은 운수업 종사자들이 속도 위반으로 많은 벌금을 물었습니다. 때로는 하루벌이가 벌금으로 다 소진되는 날도 있었습니다. 정해진 법이니 소서민, 민중은 지켰습니다. 길게 보면 훌훌 털고 갈 수준의 일이기도 하지만 열심히 산 하루를 통째로 날려버린 하루는 정말 참담한 것입니다. 먹고사니즘의 문제에서는 정말 그렇습니다. 고된 하루의 노동이 벌금으로 직행하는 억울함과 아픔에도 사회적 약속과 규범이라는 생각에 지켜려 노력하는 것이 민중입니다. 민중의 성실함입니다.


선출 권력을 가진 국민으로써 피선출직의 엘리트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국민들의 성실함을 배우라고, 그들의 수준높은 준법 정신을 배우라고 말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며 제 이익이나 채우던 좌우의 진영논리로 더 불안해진 세상을 국민들이 계속 모른 채 할 것 같습니까. 계속 속아줄 것 같습니까.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와 다른 제목을 붙인 이유는 당대 지식인들의 대부분이 계몽주의, 서구근대화론주의에 젖어 우리 고유의 사회 공동체를 계몽의 대상으로만 여겼기 때문입니다. 좋은 것과 나쁜 것,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정확하게 나뉠 수 없다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민중의 삶을 하찮게 본 엘리트들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싫었습니다. 술이 땡기는 이유는 엘리트들이 주도하는 정치, 경제, 문화 때문이지 사회의 중심을 잡고 있는 우리 공동체가 아님을 정확히 하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소득없는 일주일이 흘렀지만 다시 털고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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