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에서의 하룻밤
<그림동화>의 원래 제목은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다.
간혹 그림형제가 동화를 썼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있는데, 형제는 독일 민담을 수집해 집대성했을 뿐 작품을 창작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민담 수집에 열을 올린 이유는 '독일인'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였다.
당시 독일은 도시 국가 형태로 쪼개져 있었다.
'독일어'와 '신성로마제국'의 역사를 공유하지만,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희박했다.
독일 통일의 필요성을 느낀 당대 지식인들은 민중을 하나로 묶을 수단으로 '민담'의 기능에 주목했다.
'우리는 모두 단군의 자손이다'라는 클리셰와 같다.
그림형제도 그들 중 하나였다.
그들은 주변의 부녀자들과 교류하며 민담을 수집했고 때로는 먼 지역으로 답사를 다녔다.
이 과정에서 형제는 각 지역의 인문, 지리적 요소를 작품 속에 녹여냈다.
이른바 '메르헨가도(Märchen Straße)'는 그림형제의 족적을 따라가며 이런 이야기를 추적하는 길이다.
그리고 자바부르크와 트렌델부르크는 압도적인 고성 풍경으로 메르헨가도 여행의 정점을 찍는 곳이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무대로 알려졌다.
14세기 중엽 헤센 지역 영주가 사냥 다닐 때 쓰려고 만든 성이다.
19세기 들어 한 동안 폐성이 됐다가 1959년에 개조를 마치고 그때부터 호텔로 운영 중이다.
주위에는 수령 수백 년에 달하는 떡갈나무 숲이 둘러섰으며, 성 바로 옆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1571년 개장)이라는 '티어가르텐'이 있다.
성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면 주위는 허허벌판이다.
주차장에서 언덕을 하나 넘고 떡갈나무 숲길을 통과하면 거짓말처럼 성이 나타난다.
100년 간 잠에 빠진 공주를 만나러 가는 왕자의 시야를 간접체험할 수 있다.
<그림동화> '라푼첼'의 삽화에 등장하는 성은 바로 이 성을 보고 그린 것이다.
성 자체는 13세기에 건설됐으며, 14~15세기 전쟁통에는 요새로서 훌륭하게 기능했다.
성의 상징인 원형 탑은 방어용 총탑이다.
내부를 돌아보면 중세 시대 공성전에서 수비군이 어떻게 전술을 운용했을지 상상해 볼 수 있다.
탑 지하는 감옥이며 과거 죄수들을 어떻게 다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실제로 보면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 소름이 돋는다.
탑 꼭대기에 올라서면 트렌델부르크 일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현재는 호텔로 운영 중이며, 직원들이 중세시대 하인의 복장을 하고 근무한다.
호텔 내부는 오래된 가구로 꾸며놓아 고풍스럽다.
성 지하 저장소는 연회실이나 회의실로도 사용하는데, 음습한 분위기가 <왕좌의 게임>에서 자주 보던 그것과 닮았다.
참고로 객실은 4층까지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다.
캐리어가 무겁다면 지옥을 보게 된다.
고성 투어를 위해 식스트(SIXT) 렌터카에서 차를 빌렸다.
렌탈 과정은 수월했지만, 막상 운전할 때가 되니 걱정이 태산이었다.
어릴 때 수동 차량을 몇 번 몰아봤기에 운전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었는데, 생소한 독일 신호체계와 교통 표지판에 대한 적응이 문제였다.
교차로에서 우선권이 적용되는 방식과 우회전 신호 등 소소한 차이점이 계속 헷갈렸다.
준법정신이 투철한 걸로는 세계 최고인 독일에서 운전하면서 대충 신호 무시해 가며 차를 몰 수는 없다는 생각이 스트레스가 됐다.
호텔에서 체크아웃 후 렌터카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인슈타인 박사를 닮은 직원이 난처한 얼굴로 "님 차 아직 안 옴"이란다.
이전 사용자가 와서 차를 반납해야 내줄 수가 있는데, 교통 체증 때문에 못 오고 있단다.
일정이 조금 밀리는 게 걱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무실 옆 마트 안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다.
아내와 수다를 떨며 한 시간쯤 기다렸더니 직원이 부르러 왔다.
차는 하얀색 폭스바겐 골프 왜건이다.
아내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미니 쿠퍼를 신청했지만, 하멜른 지점에는 없어서 골프 왜건으로 대체됐다.
출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차다.
운전자 잘못 만나 변속기가 거덜 나게 생겼다.
지난밤 새벽 늦게까지 교통 표지판을 보며 공부한 탓인지 도로 적응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문제는 클러치 감각이었다.
신형 골프의 클러치는 마치 돌덩이를 밟는 듯했다.
렌터카 사무실 주차장을 몇 바퀴 돌며 감을 익힌 뒤 시내로 접어들었다.
처음 운전을 시작한 이래 그렇게 긴장해 본 적이 없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두 눈을 부라리며 차를 모는 내가 무서웠는지, 아내는 겁먹은 얼굴로 조수석 시트에 몸을 파묻고 있었다.
옆을 슬쩍 보니 입을 달싹거리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 이해한다.
독일에서 남은 일정은 차를 렌트해서 이동하기로 했다.
미리 계획했던 터라 나와 남편은 국제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었다.
다만 차종이 문제였다.
유럽은 자동 변속기 차량이 귀했고, 금액도 비쌌다.
둘 다 1종 보통 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지만 수동 운전을 하지 않은 지 오래되어 감각이 무뎌진 상황이었다.
낯선 곳에서 운전이 미숙해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걱정됐다.
그런데 남편이 주일학교 교사 시절, 방학 때마다 성당의 수동 변속기 차량에 학생들을 태우고 다녔다며 난데없이 자신감을 보였다.
불안했지만 남편을 믿고 수동 변속기 차량을 예약했다.
사실 예산을 고려하면 대안이 마땅치 않기도 했다.
하지만 불안한 예감은 남편이 시동을 켜는 순간 현실이 됐다.
렌터카 사무실 앞에서 시험 주행을 하는데, 출발과 동시에 시동이 꺼졌다.
남편은 당황했지만 “주차장에서 조금만 연습하면 괜찮아질 거야”라며 나를 안심 시켰다.
나는 슬그머니 조수석에서 내려 남편을 지켜봤다.
제발 클러치 감각이 살아나기를 바랐지만, 차는 1미터 간격으로 꿀렁거리며 시동이 꺼졌다.
수 차례 시동을 다시 켜며 연습하던 남편은 클러치 감각을 익혔다면 조수석에 타라는 신호를 보냈다.
‘지금이라도 차를 반납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고 설득하고 싶었지만, 한번 계획한 것은 끝까지 해야 하는 성격을 아는지라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주차장을 벗어나 도로에 나오니 다행히 시동이 꺼지는 일은 없었다. 차가 멈추기 전까지는.
신호에 걸려 멈췄다가 출발할 때는 여지없이 시동이 꺼졌다.
최악의 상황은 오르막길에서 멈출 때였다.
차가 뒤로 밀리면서 시동이 꺼질 때는 정말 아찔했다.
한국이었다면 차를 버리고 탈출하자고 했을 것 같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경적을 울려대는 곳이니까.
그런데 여기는 독일이다.
남편은 당황해서 손발이 어지러워졌고, 출발을 못 해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경적을 울리는 차는 단 한 대도 없었다.
고마움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내가 독일이 좋아진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기다릴 줄 아는 여유.
말이 나온 김에 독일인의 여유에 대해 덧붙여보자.
독일 운전자들이 건널목에서 보여준 양보운전과 보행자 우선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좌우를 살핀 후 차가 먼저 지나간 후 길을 건넌다.
이런 방식에 익숙했던 나는 횡단보도에서 차가 오는 것이 보이면 우선 멈춰서 기다렸다.
그런데 독일 운전자들은 하나같이 횡단보도 앞에 차를 세우고 내가 건너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경험은 독일 여행 내내 이어졌다.
독일에서 너무 당연한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일인 것 같아 씁쓸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자바부르크다.
하멜른에서 자바부르크로 가는 길은 아우토반이 아니라 일반 국도다.
곳곳에 속도 제한 표지판이 보였다.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다 보니 강을 건너라는 알림이 떴다.
좁은 길 끝에 만난 강에는 다리가 없었다.
대신 허연 수염이 길게 난 노인이 바지선 한 척을 몰고 사람과 차를 강의 양쪽으로 건네다 주고 있었다.
자동차는 한 번에 한 대씩, 오토바이는 세 대 씩.
반대쪽에서 차가 건너오면 이쪽은 길가로 차를 붙여 길을 터줘야 했다.
강을 건너는 도중 요의가 느껴졌다.
사공에게 근처에 휴게소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앞에 보이는 도로를 따라 4km 정도 가면 '뭔가'가 있을 거라고 했다.
사공이 가르쳐 준 길로 접어들어 잠시 달리다 보니 과연 길가에 오두막이 한 채 있었다.
인적이 끊어진 스산한 오두막이었다.
장사가 되긴 될까?
삐걱이는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별천지다.
따뜻한 내부에는 벽난로가 타닥거리며 타오르고 있었고, 창가를 비집고 들어온 햇살을 받은 실내는 나무 특유의 따뜻한 느낌을 한껏 뿜어내고 있었다.
이후 일정이 빠듯했지만 나도 모르게 주저앉아 커피를 주문하고 말았다.
아내는 바짝 긴장했던 몸을 늘어뜨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그렇게 무서웠던 걸까?
자바부르크 성은 외딴 언덕 위에 외롭게 서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진입로를 따라 언덕을 오르며 보니 주위에 키 큰 나무들이 둘러섰다.
주변의 평야는 모두 개간된 밭이고 성이 있는 언덕은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인적 없는 이 일대가 모두 숲이었다고 상상해 보면, 가시덩굴 숲을 헤치고 성에 들어선 왕자가 공주를 찾는 장면이 어렵지 않게 그려졌다.
그림 형제는 이 모습을 보고 숲 속의 성을 만들어 냈을 터였다.
성은 호텔로 운영 중이었다.
내부는 투숙객에게만 공개하고 관광객에게는 별도의 입장료를 받았다.
오랜만에 수동 차량을 운전한 탓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데다가 어차피 목적지는 트렌델부르크였기 때문에 가볍게 주위를 둘러보고 성을 떠났다.
자바부르크에서 트렌델부르크 까지는 자동차로 약 20~30분 거리다.
왕복 2차선이지만 다니는 차가 거의 없어 한적했다.
도로 양 옆으로는 넓은 평야가 얕은 구릉을 넘나들며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4월 초순이라 그런지 아직 파종 하지 않은 구역과 새싹이 돋기 시작한 구역이 섞여 바둑판같은 모양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숲길로 들어서면 아름드리나무가 햇빛을 가리고 순식간에 음습하고 우중충한 분위기로 변한다.
흡사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스산했다.
유럽 민담, 전설에 음습한 숲에 사는 괴물과 마녀 이야기가 괜히 등장한 게 아니었다.
트렌델부르크 성에 도착한 후 주차를 하다가 사달이 났다.
성에는 정문과 후문이 있으며 현재는 후문이 '입구'로 사용되고 있다.
도로에서 접근성이 좋기 때문인데, 구글맵에서 성의 '입구'를 검색하면 성의 옛 정문을 안내하는 오류가 발생한다.
문제는 군사적 방어 목적을 띈 중세 성 건축 구조 상 정문은 협소한 외길에 험로인 경우가 많다.
트렌델부르크가 딱 그런 곳이었다.
룰루랄라 차를 몰다가 갑자기 나타난 막다른 길에 혼이 날아갈 지경이었다.
급경사 커브 구간 끝에 다다른 성의 거대한 철문 앞에는 차를 돌릴 공간도 없었다.
결국 후진으로 언덕길을 돌아 내려와야 했다.
대략 열다섯 번 정도 시동을 꺼먹고, 운전석에서 하얀 연기가 보일 정도로 타이어를 태워 먹은 후에야 겨우 탈출에 성공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은 수동 운전에 익숙해졌다.
시동이 꺼지는 일도 줄었고, 무탈하게 목적지인 트렌델부르크에 도착했다.
주차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데 사달이 났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고, 지금까지 상황은 이후의 상황에 비하며 아무것도 아니었다.
트렌델부르크 고성 입구로 진입하는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언덕길 꼭대기에서 막다른 길을 마주했다.
남편의 운전 미숙은 여기서 끝판을 보였다.
오르막길에서 출발과 동시에 시동에 꺼졌다.
차가 밀리는 걸 막으려고 가속 페달을 과하게 밟으니 엔진에서 굉음이 들렸다.
자동차 아래에서는 타이어가 타는지 허연 연기가 피어 올랐고, 매캐한 탄내가 차 안으로 들어왔다.
불안은 두려움으로 변했다.
옆을 보니 남편은 애처로울 정도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내려서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 차를 버려야 할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히 남편은 30분가량 사투를 벌인 끝에 언덕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평지에서 차를 돌리고 나서야 나는 두려움에서 벗어났다.
이렇게 아름다운 고성에서 우리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낮에 있었던 일 때문이었을까?
남편은 밤새 앓아누웠다.
멘털이 거의 너덜너덜해진 상태에서 체크인을 했다.
성 내부는 언뜻 아름다워 보였지만 눈에 들어올 상황이 아니었다.
방은 3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었고, 폭탄 같은 캐리어를 들고 삐걱대는 나무 계단을 올라 방에 들어서니 온몸에 오한이 들었다.
구경은 언감생심이었고 의자에 앉아 등을 기댄 채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온몸에 개미가 기어 다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졌고 통풍 증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발가락이 부어오르는 느낌이 들고 관절 마디마디가 쑤셨다.
고성 호텔에서 로맨틱한 하루를 기대한 아내의 바람은 물 건너갔다.
난민 행색을 하고 있는 대로 신경질을 내고 있는 남편 때문에 아내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내 코가 석자라 아내를 위로할 여력이 없었다.
30분 정도 숨을 돌리고 나니 정신이 돌아왔고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성을 둘러보러 나섰다.
가장 중요한 볼거리는 라푼젤 설화의 배경이 된 원탑이었다.
원래는 방어용 총탑이었을 이 원형 탑은 '라푼젤' 덕분에 이상한 꽁지머리를 한 가닥 드리우고 있었다.
투숙객은 원탑 내부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지만 외부 관람객은 입장료를 내야 한다.
원탑 중간에 동심을 파괴하는 비주얼의 라푼젤과 마녀 일러스트가 눈길을 끌었다.
누가 봐도 마녀와 공주가 아니라 모녀로 보이는 기괴한 일러스트였다.
원탑 내부 나선계단은 꽤나 무서웠는데,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었는지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였다.
아내는 모르고 올라갔다가 거의 울면서 내려왔다.
성 마당은 작은 정원이었는데, 안개가 몰려드니 몽환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녹슨 철문 너머로 보이는 검푸른 숲이 안개에 덮이자 전설과 이야기가 쏟아질 것 같은 분위기가 성을 감쌌다.
지금은 입구로 쓰이는, 과거에는 성의 후문이었을 쪽문은 깊은 해자 위에 걸린 돌다리로 마을과 연결되어 있었다.
과거에는 마을 사람들이 영주를 알현하러 성에 오려면 언덕배기를 한참 돌아 정문으로 들어서야 했을 터다.
저렇게 지척에 영주에게로 통하는 문이 있으면 영주의 권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했을까?
어쨌거나 현재는 접근성 때문에 호텔 정문으로 쓰이고 있었다.
호텔에 들어서는 누구나 겸손한 자세를 취하게 만드는 곳.
150cm 남짓한 높이 때문에 무조건 고개를 숙이고 들어서야 하는 문이었다.
성 내부는 삐걱이는 나무 계단을 통해 오르내리게 되어 있었고, 1층 구석에는 지하 저장고로 통하는 좁은 돌계단이 있었다.
과거 연회장으로 쓰였을 습하고 음침한 지하실은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즌 3에 나왔던 '피의 결혼식'을 연상케 했다.
성을 둘러본 소감은 '황홀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생전 처음으로 전형적인 중세 유럽 성의 진면목을 체험했더니, 이게 현실인지 영화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통풍으로 인한 통증도 잠시 잊을 만큼 강렬한 경험이었다.
성을 둘러본 후 주전부리와 물을 사러 마을 어귀에 있는 마트로 향했다.
마트로 가는 길에 지난 트렌델부르크 마을에는 고양이를 참 많았다.
집집마다 현관문에 혹은 창문에 고양이가 드나들 수 있는 전용 출입문을 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코지 당할까 봐, 혹은 고양이가 도망쳐버릴까 봐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독일인의 배려심은 종족 불문이다.
행복해라. 이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