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함이 주는 의미

by 일상탐색자 메리다








와당탕탕탕! 데굴 데구르르르르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손님에게 장국을 담아내는 멜라민 그릇이 선반에서 떨어져 타일 바닥과 부딪혀 깨지며 그릇 파편이 튀어나가는 요란한 소리가 가게를 가득 채웠다. 나는 당혹스러움에 얼굴이 벌게져서 깨진 조각을 빠르게 주워나갔다.


나는 엄마가 시키는 집안일을 꽤 잘 수행하는 편이었다. 서빙 알바를 마음먹었을 때 사람을 대하는 서빙을 잘할 수 있을지는 확신이 없었지만, 반찬을 챙기고 컵을 닦고 테이블을 치우고 마무리 청소를 해내는 것은 자신이 있었다.


하교 후 오후부터 가게 마감 시간까지 분식집은 한가한 분위기였다. 작은 도시의 시청 앞에 위치해 있어 저녁 시간이면 혼자 끼니를 때우는 젊은 남자 손님이나 커플, 야근하는 직장인, 사무실이나 집에서 배달을 시키는 손님이 주류였다.


나는 잔잔한 대화소리와 희미한 긴장감으로 채워진 가게 분위기에서 어찌 된 일인지 자꾸 실수를 했다. 가장 많이 저질렀던 실수는 눈높이쯤 되는 선반에 얹혀진 그릇 깨먹기였다. 단단한 멜라민 그릇이 타일 바닥과 부딪히는 순간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무용해진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선반에 올려둔 그릇이 미끄러지며 예의 그 요란한 소리로 바닥을 나뒹굴 때, 손님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이목은 일제히 소리가 나는 쪽을 향했다. 피가 머리 꼭대기로 쏠리는 것 같고, 얼굴은 화끈거리고, 식은땀으로 목덜미는 축축하고, 심장은 쿵쾅대며 나대고, 손은 벌벌 떨렸다.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연신 "죄송합니다" 라고 했던건 누구를 향한 사과였는지 모호했지만,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반사적인 자기 보호책이었다는건 분명했다.


지금까지도 의문인 것은 나의 잦은 실수에 대한 사모님과 프로페셔널 여인의 반응이다. 그들은 내게 어떤 질타도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수습하는 걸 돕지도 않았다. 카운터에 있는 사모님은 나를 흘끔 쳐다볼 뿐 다시 계산기를 두드리며 돈 계산에 열중했고, 프로페셔널 여인은 쪼그려 앉아서 그릇 조각을 줍는 나를 조용히 내려다볼 뿐이었다.


나는 그 서늘한 적막이 을에게는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는 걸 열여덞 살에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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