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 맛집






분식집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나 포함 총 4명이었다. 주방 이모님 2명, 나, 배달하는 청년. 프로페셔널 여인은 사모님과 가족 관계였으니 직원 명단에서는 제외.


주방 이모님들은 두 분 모두 친근한 인상에 이웃집 아주머니 같았다. 모든 메뉴의 조리를 책임졌던 이모님은 피부가 하얗고, 잔잔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검고 긴 생머리를 가지런히 빗어 틀어올린 정갈한 분이셨다. 잔반을 챙기고 조리의 부수적인 부분을 담당했던 이모님은 굵게 파마를 한 올림머리에 짙은 화장을 하고, 하이톤의 목소리로 웃음이 많은 분이셨다.


두 분은 내가 알바를 시작했을 때부터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본인의 조카뻘이나 딸뻘쯤 되는 실수투성이 여고생과 호흡을 맞추느라 때로는 버거우셨겠지만,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웃음으로 마무리하셨다. 아직도 두 분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알바 기간 동안 결코 잊을 수 없었던 것은 메인 이모님의 어묵 조림 맛이었다. 등교 기간에는 오후부터 저녁 시간 알바를 했고 겨울 방학이 시작되면서 가게 오픈 타임으로 알바 시간을 옮겼는데, 가게 문을 활짝 열고 청소를 마친 후 수저 정리를 할 때 즈음 주방에서 커다란 밧드에 담아 내놓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 조림을 오감으로 맞이하는 것은 황홀경 그 자체였다.


아주 기본적인 간장 어묵 조림이었는데, 물, 간장, 설탕, 물엿의 비율이 완벽해서 나의 요리 인생 20여 년 동안 아무리 따라 해보려 해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맛이었다. 반질반질 윤기가 나도록 간장 소스에 졸여진 납작 어묵이 수북이 쌓여 고소한 참기름 향을 풍기며 밧드에 담겨 나올 때면, 와!! 하는 단발의 탄식과 함께 나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두어 점 집어먹고 싶은 충동이 절로 일었다. 나는 감히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지만, 직원 식사 시간에 먹어볼 때면 이미 식었어도 오롯이 간직한 어묵 조림의 감칠맛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방 이모님들의 음식 솜씨도 최고였다. 체인 분식점은 채소 같은 신선 재료를 제외하고 냉면, 쫄면, 단무지, 소스까지 본사에서 전부 공급받는다는 사실에 꽤 놀랐는데, 같은 이름의 체인점이라도 주방에서 조리하는 사람에 따라 음식맛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지점에 가보고 알았다. 시내 중심가에 같은 체인점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먹어본 분식은 내가 일하며 먹었던 분식 맛과는 다른 풍미랄까, 같은 식재료와 양념을 사용해 조리했음에도 서로 다른 음식이라고 생각 될 정도였다.


낮 근무 중, 오후 3시가 되면 사모님과 직원들의 점심 식사 시간이었다. 사모님과 프로페셔널 여인은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먹었고, 배달하는 청년과 나는 분식점 메뉴 중에 한 가지를 골라서 먹을 수 있었는데, 가장 많이 먹었던 음식은 비빔밥쫄면이었다. 비빔밥은 식사 중에도 손님이 들어오면 일을 하며 밥을 먹어야 했기에 가장 빠르게 먹을 수 있는 메뉴였고, 밥 먹기 싫은 날에는 쫄면을 즐겨 먹었다.

비빔밥은 밥과 각종 야채, 고추장의 양, 계란의 구워진 상태까지 최상의 비율로 조합되어 어느 것 하나 넘치거나 부족한 점이 없었고, 양배추와 데친 콩나물이 듬뿍 올려진 쫄면은 짜지도 너무 맵지도 않게 적당한 감칠맛이었다.


마흔이 넘은 지금도 분식을 먹을 때 그때의 맛이 그리워지는 건, 소박한 분식일지라도 기계적으로 조리된 것이 아니라 만든 이의 손맛과 애정이 담긴 훌륭한 음식이었다는 의미이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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