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해야 할 일을 적어놨어요."
프로페셔널 여인이 내게 탁상 달력을 내밀었다.
3시간여 근무하는 오후 알바에 비해 가게 오픈과 함께 점심시간 서빙을 맡아해야 하는 오전 알바는 길어진 근무시간만큼 업무량이 확 늘어났다.
탁상 달력에는 주기적으로 해야 할 일, 예를 들면 수저통 소독, 테이블 주변 틈새 청소, 컵 소독, 포장 용기 재고 파악 등 뒷 준비 업무가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빼곡히 적혀있었다.
분식집은 개업한지 꽤 몇 년이 흘러 인테리어가 낡은 느낌이었는데, 지나간 세월에 비해 청결한 편이었던 건 프로페셔널 여인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구역별로 찌든 때 청소를 스케줄에 넣었기 때문일 것이다.
홀 벽 쪽으로 테이블마다 칸막이가 있었는데 틈새에 먼지가 끼일 틈이 없이 주기적으로 청소를 하고, 한 달에 한 번은 가게 전면 통유리창에 설치된 버티컬 블라인드 닦기와 홀 바닥 찌든 때 닦기도 있었다.
프로페셔널 여인의 주 업무는 만두 코너였고, 본사에서 받은 만두소와 만두피로 홀로 만두를 빚고 주문에 맞춰 만두를 쪄냈다. 만두 코너의 청결 관리는 오롯이 프로페셔널 여인의 몫이었다.
그뿐 아니라 배달 및 포장 주문을 책임졌고, 홀 손님을 응대했으며, 주방 이모님들의 음식맛과 청결 상태까지 신경 썼다. 사모님은 배달 전화를 받고 돈 계산만 할 뿐 분식집의 총괄 책임자는 프로페셔널 여인이었다.
프로페셔널 여인이 앉아있을 수 있는 시간은 직원 식사 시간뿐이었다. 그마저도 초2 사내아이나 사장님이 같이 식사를 할 때면 그들의 식사 수발은 프로페셔널 여인의 몫이었다.
그 당시에 나는 프로페셔널 여인을 전혀 거들지 않는 사모님의 태도가 기이하다 느꼈는데, 어른이 된 지금에는 프로페셔널 여인은 월급을 받았을까, 받는다면 얼마나 받았을까, 두 사람은 한 집에 살고 있을까, 두 여인이 친자매 관계는 맞는 걸까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고3 겨울방학 동안의 짧은 알바는 그렇게 많은 의문을 남긴 채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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