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밥







“싫어! 나 밥 안 먹어!”


“한 숟갈만 먹자~ 이렇게 맛있게 비볐는데~”


“싫어!”


“자, 아~ 하세요.”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나는 오전 근무로 알바 시간을 바꿨다. 대학 입학 전까지 백수이기도 했고, 저녁 시간대보다 근무 시간이 훨씬 길어서 알바비를 꽤 많이 받을 수 있었기에 당연한 선택이었다.


오전 10시에 오픈하는 가게에 나는 늘 먼저 도착했고, 출근하는 사모님 가족들을 한 번에 맞닥뜨릴 수 있었다. 검정색 각 그렌저에서 내리는 사모님, 프로페셔널 여인 그리고 초2쯤 돼 보이는 통통한 사내아이 한 명.


사장님은 분식집 근처에서 신문사를 운영한다고 들었다. 간혹 가게에 와서 식사를 하거나 신문을 읽으며 시간을 때우다 가기에 그다지 존재감은 없었다.


대단한 존재감을 내뿜는 인물은 초2 사내아이였다. 또래보다 큰 덩치, 짧은 스포츠머리, 두툼한 귓불, 작고 가느다란 눈, 퉁퉁한 볼을 가진 영락없는 개구쟁이 얼굴이었다.


초2는 내가 알바하는 기간 동안 매일 올 때도 있었고 가끔 올 때도 있었는데, 올 때마다 진귀한 광경을 보여주는 건 초2는 늘 투정을 부리고, 초2의 엄마인 사모님은 아이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고, 이모인 프로페셔널 여인만 전전긍긍하며 초2의 비위를 맞춘다는 것이었다.


열여덟 살의 시선으로 봤을 때 뭔가 이상한 상황이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지금 다시 돌이켜봐도 ‘왜 저렇게까지?’라는 의구심이 든다.


추측해 보건대 사장님, 사모님 모두 나이가 좀 들어 보였기에 느지막이 얻은 늦둥이 아들을 금지옥엽 키우는데 이모라는 프로페셔널 여인이 부모대신 헌신하는 느낌? 부모 모두 아이에 대한 관심이 도통 없어 보여 오히려 프로페셔널 여인의 자식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밥투정하는 꼬맹이와 꼬맹이의 비위를 맞추는 여자와 꼬맹이에 무관심한 여자 사이에서 알바생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최대한 그들의 행동을 못 본척하는 것이었다.


연세 지긋한 주방 이모님들도 초2를 위해 올때마다 흰쌀밥에 계란, 간장, 참기름을 넣고 비빈 이른바 '계란밥'을 만들어주면서도 한마디 참견을 하지 않는 것은 나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보고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른 척.

슬기로운 을의 생활을 위한 필수 요건 아닐까?





[이미지 출처 : unsplash.com]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