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 왔어요? 이쪽으로 와요.”
작은 키에 검정색 정장 바지와 빨간색, 흰색의 스트라이프 블라우스를 입은 여인이 내게 다가왔다. 그녀는 긴 갈색 머리를 검정 리본이 달린 망사 헤어핀으로 단정하게 고정시키고, 움푹 들어간 눈두덩이에 갈색 계열의 섀도우를 넓게 칠해 눈동자와의 경계가 모호해보였다. 잡티 하나 없이 매끈한 피부와 넓고 볼록한 이마는 주걱턱과 대비되어 보여서 왠지 어색한 인상을 풍겼다.
“여기서 유니폼 갈아입고 나와요.”
그녀는 나를 주방 옆 쪽방으로 안내했고, 나는 그 여인이 입고 있던 것과 같은 무늬의 블라우스와 빨간색 앞치마를 교복 치마와 매칭해 입고는 빨간색 서빙 모자를 손에 든 채 쭈뼛거리며 쪽방을 나섰다.
여인은 내게 똑딱핀을 이용해 서빙 모자를 쓰는 법(이라기보다는 떨어지지 않게 걸치는 법)을 알려주고는 가게 이곳 저곳을 안내하며 내가 해야할 일을 말해주었다.
“손님이 오면 인사하고 물컵에 물 담아서 갖다드리고 주문 받은 다음에 반찬은 여기 단무지, 김치, 어묵볶음을 챙기는데 국수나 만두같은 메뉴는 단무지, 김치만 나가고 비빔밥, 찌개같은 식사에는 어묵볶음도 같이 준비하면 되요. 주문서는 카운터에 사모님한테 갖다드리고.”
“메뉴에 맞춰 반찬과 장국 세팅하는건 여기 리스트 보면서 하면 되고, 물컵은 이곳에서 닦아 말리고 나머지 그릇은 주방에 넣어주고, 배달 포장도 해야하니 포장하는 방법은 하면서 알려줄게요.”
“마무리할때는 테이블마다 있는 쓰레기통 수거하고, 비우고, 화장실 청소는 배달하는 이가 할테니 신경쓸 필요는 없고요.”
그녀는 기계처럼 내가 해야할 일을 빈틈없이 열거했다. 그때의 기억으로는 그 여인이 프로페셔널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조금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언제나 카운터를 지키고있던 ‘사모님’은 프로페셔널 여인보다 열살 쯤 나이가 더 들어보였다. 큰 키에 마른 체형, 작고 가느다란 눈, 얇은 입술, 날카로운 턱 선, 완벽한 화장, 굵게 펌을 한 짧은 단발머리와 높고 까랑까랑한 목소리. ‘사모님’은 겨우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만한 작은 카운터에 붙박이처럼 서서 음식값 계산, 배달 잔돈 챙겨주기같은 돈 계산만 했다.
프로페셔널 여인은 깍듯이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몇 주가 지난 후 알았는데 그 두 여인은 친자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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