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만명의 관중 앞에 홀로 선 그들
<클럽하우스-보스턴 레드삭스의 1년>은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1년을 담은 다큐시리즈이다. 오전에는 미국야구를, 오후에는 한국야구를 보는 야구매니아에게 선물같은 다큐시리즈다. 실제 경기를 하는 선수들, 코치들 그리고 팀 전체를 관리하는 프론트 직원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고, 이들의 성공 실패가 잘 그려져 있다. 특히 여기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재런 듀란이라는 선수의 고백이다.
이 선수는 작년시즌(2024) 올스타 출신이다. 이 선수의 포지션인 외야수의 경우 총 7명이 올스타전에 나섰다. 15개 팀에서 주전외야수가 3명씩이면 총 45명이고 못해도 그중에 7등을 했다는 뜻이니 얼마나 성적이 좋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선수는 데뷔부터 잘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심한 비판을 받았다. 정말 쉬운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실수투성이었다. 당연히 야구팬들은, 특히 팬층이 두터운 보스턴 팬들은 그를 큰 비판했다. 이는 그를 위축시켰고, 다큐시리즈에서 듀란은 총으로 자살시도를 했다고 고백한다. 다행히, 총알이 발사되지 않았고 그 이후 듀란은 팬들에게 욕먹는 선수에서 팬들에게 환호받는 선수가 되었다.
메이저리그는 마초문화가 강하다고 생각한다. 160km짜리 공을 맞아도, 뼈가 부러져도 아픈 내색을 하지 않는다. 지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기싸움에 지기 싫어 아파도 아픈 내색을 안하고 뚜벅뚜벅 걸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적인 아픔은 메이저리그에서 고개를 내밀 수가 없다. 비단 메이저리그 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서 비슷한 것 같다. 신체적 아픔은 드러낼 수 있지만, 정신적인 아픔은 드러낼 수 없다. 스포츠 선수들도 평범한 일반인들과 비슷한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이 선수들도 똑같은 사람이니 그럴 것이다. 특히 스포츠 선수들은 몇 만명이나 되는 사람 앞에 서있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라이브로 쳐다보는 그러한 압박이 큰 상황에 놓여있다. 실수를 하면 눈에 불을 켜도 달려든다. 몇 만명이. 어떻게 정신적인 문제가 안 일어날 수 있을까. 하지만 정신적인 문제로 부상자명단에 오른 사람을 본적이 있는가? 거의 없다. 분명히 정신적으로 압박받는 선수들이 있을탠데 그 수는 몸에 이상이 생겨 부상자명단에 오르는 선수보다 극히 적다. 운동선수들은 신체적인 능력이 좋은 것이지 정신적인 능력까지 좋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메이저리그 팀들도 정신적인 건강에 많이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정신적인 문제는 너가 나약해서 그래, 그게 뭐가 문제야 라고 생각하던 시대와는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아직 더 나아가야한다. 팔꿈치 부상을 당하면 부상자명단에서 재활이나 치료를 하듯 멘탈쪽에 부상을 당하면 부상자명단에 올라 재활이나 치료를 하는 것이 당연해져야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많다고 생각한다. 정신적인 문제를 아직까지 굉장히 나쁘기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눈이 아프면 안과를 가고, 치아가 아프면 치과를 가듯이 정신이 아프면 정신과를 가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인식때문에 제때 정신과를 가지 못하고 문제가 더 악화되어 큰 사고가 나올 수도 있다. 만약 우리나라 야구선수가 정신적인 문제때문에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는 기사가 나면 어떨까? 응원도 하겠지만 오히려 나약하다고 욕도 먹을 것이다. 한국 야구 각 팀에서도 멘탈 코치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점점 정신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면 좋겠다. 야구에서도 그렇고 스포츠에서도 그렇고 일상생활에서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