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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Jun 17. 2024

너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

As always



천천히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무도 모를 속인사를 건네었어





To.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호주 겨울이 별 거 있겠어’ 했던 나 자신을 비웃듯이 달달 떨면서 일어났어. 난방이 잘돼있는 한국과는 달리 대리석 바닥에 바람하나 막아주지 않는 벽은 한기를 느끼기 충분하더라.. 오히려 밖이 더 따듯할 정도니까


오늘은 4개월 정도 살았던 집에서 떠나는 날이야.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어서 최대한 조심히 짐들을 차에 싣고 나서야 숨을 쉴 수 있더라고. 그만큼 내게 안락함과 평온함을 못 주었던 곳이어서일까. 아쉬움보다는 해방감이 더 크네



맞다! 차가 극적으로 팔렸어! 6개월 동안 안 팔리던 차가 6시간 만에 팔리니까 어안이 벙벙했어. 이제는 정말 맘 편히 떠나도 되겠구나 싶더라고. 좋은 인연으로 남았던 사람들에게 쌓아왔던 물건들을 나누고, 애증이었던 차키를 주고 나서야 시원섭섭한 감정이 밀려오네. 호주에서의 이별이 정말 다가온 듯한 느낌이라서 말이지



저녁에는 친한 형님의 집들이에 가서 축하를 해줬어. 그동안 이곳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 모두가 와있었는데 천천히 그들의 얼굴 하나하나 바라보며 아무도 모를 속인사를 건네었어. 한국에 간다고 떠들썩하게 이별을 하기도 싫고, 미련 있어 보이는 표정을 들키기 싫었다고 해야 하나. 나만의 방법으로 이별을 고하는 것이 지금 내 감정에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던 거 같아.


하나둘씩 호주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놓고는 싶지만, 아직 감정의 울렁임이 정리가 되지 않아 글로 남기는 게 조심스럽네. 언젠가 이 사색의 끝이 보인다면 내게 하나씩 들려주고 싶다. 난 이런 삶을 살았고, 살아내고 있었다고.


아직 한국에 간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비행기에서 좀 나려나! 아니다. 널 보면 좀 실감이 날 것 같아. 많이 그리워했었거든


다음 편지는 태평양 위에서 쓰는 편지가 되겠네 ㅎ 그때 또 편지할게. 하고픈 말이 너무 많아


from.

목사모님 집에서

한결 :)






p.s 마중 나올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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