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always
어둠이 찾아왔을 때, 비로소 고요한 것들은 빛이난 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해.
To.
어제는 휴무여서 북한산에 다녀왔어. 마음 같아서는 등산을 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몸이기에 파전이랑 칼국수를 먹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카페에 앉아 멍하니 산의 능선을 바라보는데 내게 허락된 지금의 평화가 참 감사하게 느껴지더라. 호주에서 수많은 숲과 광활한 대자연들을 봤음에도 난 온전히 그것을 느낄 수 없었거든. 한 치 앞도 모르는 타지의 삶에서 여유라는 심적공간은 내게 사치였어.
착실하게 일했던 광산회사를 그만두고 동호주 로드트립을 떠났을 때, 모두가 내게 낭만 가득한 삶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여행 내내 난 두려워서 운전대를 붙잡고 울기 일쑤였어. 그만 이 삶을 멈춰달라고, 나를 데려가 달라고 울며 신께 울부짖고 기도했던 나날들이었지. 상처를 치유받고자 온 나라에서 더 많은 차별과 무시를 당하니 아물지 않고 덧나 버린 상처를 혼자 감당하기 버거웠던 거 같아. 어쩌면 로드트립은 내 선택이 아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강제성과 같았어.
그냥 무작정 카메라를 켜고 그때를 기록했어. 내 현재 상황, 그리고 마음 상태, 상처받은 일들 전부다. 누군가한테 보여주려고 기록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나한테 보내는 영상을 말이야.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10년 뒤 나에게 영상편지를 보내고 있더라 ㅎ 혼자 그렇게 카메라 앞에서 떠들어대니 감정기복이 잦아지고 비로소 평온을 찾을 수 있었어. 어쩌면 나는 누군가와 대화는 할 줄 알았으면서 나 자신과는 대화하지 못했던 거 같아.
영상편지 말미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 10년 뒤 네가 뭘 할지도 모르겠고,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겠다만.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말해주고 싶다고. 너한테 하고 싶은 말도 그와 동일해. 그때가 있기에 지금의 네가 있는 거니까, 어둠이 찾아왔을 때, 비로소 고요한 것들은 빛이 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해.
더위가 무덥다. 외출할 때 선크림 꼭 발라야 하는 거 알지? 우리의 피부는 소중하니까 말이야! 또 편지할게.
From. 농구 후 낮잠을 실컷 자버린
한결 ;)
p.s 내일 출근인데 오늘 잠 어떻게 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