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결 Aug 09. 2024

너에게 보내는 열두 번째 편지

As always



나이테가 늘어날수록 젊음은 짧아지지만 잃어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얻어 가는 기쁨에 초점을 맞추는 우리의 청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적어볼게





To.


온몸을 땀으로 샤워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흘러내리는 선크림을 닦으며 남산 도서관에 왔어. 이곳까지 오는 버스가 없어 해방촌 언덕을 넘어오는데 30분이 넘게 걸렸지만 어쩌겠어 이겨내야지. 이번달에 책 5권 읽는 게 목표라 방금 막 하나를 다 읽고 편지를 쓰는 중이야.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선물 받은 책인데 누구한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작가의 내면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게 참 인상적이었어. 우리도 그럴 때가 있잖아. 자신만 아는 시기, 질투, 미움들을 아무한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 말이야. 그것을 글로써 출간한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말하고 싶네.



8월 한 달은 서울살이를 해보려 민국이네에서 지내고 있어. 남박이라는 쌀국숫집의 지점장이기도 한 녀석이 파트타임으로 직장도 줘서 한 달 동안 일을 하기로 했지. 휴무날에는 해방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이태원까지 가보기도 하고, 남산 앞 도서관에 와 책을 읽고, 용산이 내려다 보이는 집 앞 카페에서 글을 쓰기도 해. 서울을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후암동이라는 이곳은 사람냄새가 느껴져서 참 좋다. 내 혼잣말에 답해주시는 어르신들과 골목 구석구석 숨겨져 있는 서울의 역사와 길거리 감성이 있어서 더 그런 거 같아.



어제는 민국이를 따라 연기학원에 청강을 가게 됐어. 염세주의로 가득한 시절, 같이 영화를 보면서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이야기하곤 했는데 이제는 배우의 길을 걷는 녀석을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를 떠올렸다. 아침부터 일어나 점심까지 쌀국수를 팔고 저녁에는 강남으로 학원을 다니며 자신의 삶에 지속해서 자극을 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난 이곳에 있는 한 달 동안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보려고 해. 한 청춘의 삶을 기록한다는 건 꽤나 멋진 일인 거 같아!



요즘은 혁오밴드에 푹 빠져서 가게에서도, 집에서도 노래와 영상을 찾아보고 있다. 불안감과 방황 속에서 젊음을 노래하는 그들이 꽤나 멋져 보였거든. 나이테가 늘어날수록 젊음은 짧아지지만 잃어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얻어 가는 기쁨에 초점을 맞추는 우리의 청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적어볼게. 한 주간 너의 삶은 어떘는지 묻고 싶어. 주말이 주는 나른함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내일이 되기를.



From. 달그락 거리는 선풍기 소리를 들으며

한결 :)





p.s 주말에 제발 손님이 적게 오기를,,, 그럴 리 없지만 :(




이전 11화 너에게 보내는 열한 번째 편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