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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Aug 23. 2024

너에게 보내는 열네 번째 편지

As always



결국 내게 행복이란 감사하는 자세로부터 허락된 감정인 거 같아.





To.


무더운 여름의 끝을 알리는 처서가 다가왔네.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숨이 막히는 공기와 40도가 넘는 주방 열기 때문에 울컥울컥 짜증이 밀려오고는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며 하루를 버티고 있는 요즘이야. 퇴근 한 시간 전부터 물 한 모금도 안 마신 채 20분을 걸어 집에 도착 후 찬물로 샤워를 하고 먹는 찬물이 그렇게 맛있더라.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묻는다면.. 그냥 재밌잖아!



최근에 뉴스를 보다 재벌 3세들의 마약 투약 소식을 접했어. 좋은 집과 멋진 차가 있는 저들이 왜 인생을 나락으로 이끄는 금지된 약물에 손을 댈까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며칠간의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은 당연시되는 일상에 대한 무료함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 알프스에 목축하고 있는 소의 좋은 부위를 가져와 일류 셰프가 요리해 준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면, 누군가 평생에 걸쳐 얻게 되는 집이 자신은 이미 있다는 안도가 있었다면 그들은 약물에 손을 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



퇴근 후 민국이랑 근처 고등학교에 가 농구를 하고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이런 이야기를 했었어. 우리가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행복이 이거였으면 좋겠다고.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스테이크를 써는 게 행복의 목적이 아니라 땀 흘려 일하고 하루를 마치는 이 야식이 행복의 이유라고 말할 수 있는 하는 바람. 이것이 우리가 청춘을 보내는 방법이자 허망된 무언가를 갈망하지 않고 이 순간에 감사하는 삶이기도 해. 결국 내게 행복이란 감사하는 자세로부터 허락된 감정인 거 같아.



너만의 일상에 어떤 행복이 있는지 묻고 싶다. 문득 공허함이 밀려올 때마다 하루에 대한 감사함이 존재했는가 질문 걸 잊지 않았으면! 일상의 사소함들이 모여 하루를 쌓아가기를 응원할게. 시간이 늦었다. 잘 자!



From. 덜 말린 빨래를 입은 채

한결 ;0




p.s 넌 내일 쉴 수 있기를.. 난 출근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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