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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Aug 29. 2024

너에게 보내는 열다섯 번째 편지

As always



그건 어린 시절 내게 보내는 위로이자 앞으로 살아갈 존재의 응원이 담길 테니





To.


퇴근 후 렌즈도 빼지 않은 채 침대에 기절했다가 배가 고파 잠이 깼어. 민국이랑 뭘 먹을지 고민하면서 해방촌 언덕을 오르다 로컬식당으로 보이는 중국집이 있어 바로 들어갔다ㅎ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오는 그런 느낌이어서 바로 탕수육까지 시켜버리고 기다리는데 옆에 한 중학생처럼 보이는 학생이 혼자 짜장면을 먹고 있는 거야 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신경이 쓰여 힐끔힐끔 쳐다봤지.


그릇 바닥이 보이게 싹싹 먹은 뒤 계산하고 나간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민국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둘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 먼저 용기 내서 짜장면 한 그릇 사주겠다고 할 걸, 혼자 먹으니 삼촌들이랑 같이 먹자 말할 걸,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볼 걸 등등의 후회들을 말했지. 우리가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회상해 보는데 놀랍게도 어린 시절 혼자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었다는 거야. 맞벌이하는 부모님이 밥을 챙겨주지 못해 책상 위에 두고 간 카드를 하나 챙겨 근처 식당에 가 혼자 밥을 먹었던 시절. 그 당시에는 어떤 감정인지도 모르는 것들과 마주했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그건 외로움이란 감정이었어. 지금까지 살면서 수많은 외로움과 마주했지만 그 시절의 외로움은 아직까지 느껴보지 못할 정도니까.



그래서였던 거 같아. 그래서 더 후회가 남고, 혹여나 마주친다면 밥 한번 꼭 사주고 싶다 생각이 들어. 물론 그냥 짜장면이 혼자 먹고 싶어서였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때로는 내리쬐는 햇빛보다 갑자기 찾아와서 더위를 식히는 비가 반갑기도 하거든. 마치 그건 어린 시절 내게 보내는 위로이자 앞으로 살아갈 존재의 응원이 담길 테니.



이제는 중국집에 가서 먹고 싶은걸 다 시키고 배부르면 남기는 되는 나이가 됐지만 더 나아가 자라나는 청춘들에게 먼저 용기 내 다가갈 수 있는 어른이 됐으면 하는 소망도 적어볼게. 살아온 시절을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들어줄 수 있고, 위로할 수 있고, 공감해 줄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 네 생각이 참 궁금하다. 나중에 꼭 이야기해 줘! 또 편지할게.


From. 지하철 안에서

한결 :)




p.s 지하철 쾌적해.. 서울 한 달 살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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