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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Aug 03. 2024

너에게 보내는 열한 번째 편지

As always



그냥 이 땅 위에 발 붙이며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넌 충분이 대단한 사람이니까.





To.


정신없던 일주일을 보내고 나서야 편지를 쓰네..ㅎ 사실 항상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그걸 실천에 옮기지 않은 내 게으름이었어..(미안) 간단히 그간의 삶을 요약하자면 저번주에는 서울 투어를 다녔어! 은평부터 시작해 용산 그리고 강남으로 이어지는 루트였지. 친구네 집에서 잠을 얻어 자며 동네를 구경하고 골목진 식당에 들어가 할머니가 해준 음식에 감탄하면서 낭만 넘치는 시간들을 보냈어. 너무 싸돌아버린 나머지 지금은 코로나에 걸린 상태지만 말이야..ㅎ




서울 투어를 마친 주말에 승훈이와 사우나에 갔었는데 태호 이야기가 나왔어. 순간 보고 싶어 져 태호한테 연락을 하고 담날 점심에 차를 몰고 동탄으로 갔지. 사실 호주에서 귀국하고 만나고픈 사람들 중에 항상 태호가 있었는데 일이 너무 바빠 일산에 못 올라오고 있었거든. 몸이 정말 아팠지만 봐야겠다는 일념하나로 눈을 부릅뜨고 3시간이나 운전을 했어. 멋있게 차려입고 반갑게 손 흔드는 태호를 보니 운전의 피로가 없어지더라. 김치 삼겹살을 앞에 두고 조잘조잘 밀린 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주는데 묵묵히 듣고 있던 태호가 그랬어. ‘네가 참 부럽다.’


서울에 살고 있는 직장인 친구들과 만나면서 항상 들었던 말이라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태호 목에 걸려있는 사원증을 보니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더라고. 안정된 삶을 추구했지만 세상 풍파에 치여 살았던 내 모습과,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도전과 모험 속에 나를 맡겼던 시간들 그리고 그런 모습을 견딜 수 없어 떠나간 사랑. 어쩌면 그들이 부러워하는 나의 삶은 그간의 괴로움과 고통을 이겨내고 찾아낸 나다움일 거야.



가끔씩 지친 마음에 불확실한 미래가 찾아올 때마다 내게 질문해. 내일 죽어도 오늘이 후회 없는 하루였는지, 그리고 오늘 하루 누군가에 난 따스한 사람이었는지. 손님이 잘 못 주문하고 내게 탓을 해도, 정신없이 일을 마치고 땀으로 적신 몸을 이끌어 따가운 햇빛을 등지며 퇴근해도, 문득 와플이 먹고 싶어 40분 동안 서울 골목길을 돌아다녀서 들어간 가게가 마감이라 답해도 나는 오늘이 후회 없어. 서비스로 오렌지 주스를 건네면서 받았던 아이의 사랑스러운 미소, 지친 몸을 짜릿하게 만들어주는 찬물과 더위를 잊게 해주는 에어컨 바람, 와플을 못 먹는다는 생각에 시무룩해져 있는 내게 콜라 한잔을 건네며 다음에 꼭 다시 오시면 서비스 주신다고 말하는 사장님이 있었으니까 말이야. 매일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의 하루는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 단지 내게 주어진 오늘의 하루를 사는 것뿐이거든.




거창한 걸 하려고 말자 우리.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특별함이 되는 날들을 만들자. 그냥 이 땅 위에 발 붙이며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넌 충분이 대단한 사람이니까.

또 편지할게!


From. 용산이 보이는 어느 카페에서

한결 :)




p.s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76길 11-31 (남박). 힘들 때 밥 먹으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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