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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Sep 19. 2024

너에게 보내는 열여덟 번째 편지

As always



멘탈이 강하다는 건 넘어져도 빠르게 일어날 수 있는 의지와 비례해.





To.


지방에서 일하는 친구들 이름이 핸드폰에 찍힐 때면 새삼 명절이 찾아왔구나 느껴. 매일 같이 만나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던 사이에서 기나긴 휴일이 찾아오면 볼 수 있는 녀석들을 보며 나이를 먹고 있구나 실감이 드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 준비로 바쁜 친구, 동업자의 배신으로 빚더미에 앉은 친구, 집안 사정으로 꿈을 포기하고 새벽마다 일을 나가는 친구. 그렇게 밀어놨던 이야기들을 풀면서 술병도 쌓여가고 비틀거리며 돌아가는 뒷모습들이 뭐가 모를 짠함으로 느껴진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내게 단단해졌단 말을 하더라. 파도처럼 요동치는 감정적 성향에 가까운 나라서 그 말을 듣고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이들이 왜 내게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아. 일을 하지 않고 하는 일이라고는 하루에 책 1권 읽는 게 전부지만 내 삶을 비관하지 않는 삶의 태도. 수도 없이 흔들릴지라도 바람에 꺾여버리는 것이 아닌 빠르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회복력을 느껴서 일거야.


멘탈이 강하다는 건 넘어져도 빠르게 일어날 수 있는 의지와 비례해. 내게 닥친 일에 대한 감정선을 남에게 전가하지 않으려고 하는 다짐과  본인만이 견딜 수 있는 시련임을 자각하는 자세, 그리고 저마다의 아픔을 생각하며 나만 특별히 힘든 것이 아니라고 사고하는 마음이 모여 그 의지를 지탱하는 거겠지.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어도 보고, 왜 나만 이런 시련을 주냐고 하늘에 삿대질도 해보고, 새벽에 출근인 친구를 붙잡고 밤새 반복되는 푸념을 늘어놓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던 지난날들이 스쳐간다. 가끔 생각하면 화끈거림이 귀 끝까지 느껴지지만 그마저도 감사한 요즘이야. 한 줄의 참회를 적고 한 번의 성장을 이룰 수 있을 테니까. 네게는 어떤 참회가 있는지 묻고 싶다. 또 편지할게 :)


From. 미역국을 끓이며

한결 :)




p.s 내가 끓이는 거지만 정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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