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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Sep 26. 2024

너에게 보내는 열아홉 번째 편지

As always



우리, 만약 지금의 어둠이 너무 크게만 느껴져 잠식당할 것 같은 두려움이 다가와도 반드시 포근한 볕뉘가 너를 해방해 줄 거란 사실을 잊지 않기로 하자.





To.


아침부터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쌀쌀한 차 안의 온도가 조금 낯설지만 운전대를 잡고 공주로 향했어. 난 일주일에 한 번씩 통화하는 은사님을 뵈러 가는 길이야. 삶에 지혜를 알려주는 스승이자, 좋은 일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알리는 친구이기도 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어둠을 혼자 걷고 있을 때 옆에서 같이 동행해 주셨던 아버지 같은 분이기도 하거든. 운전의 피곤보다 그분을 만나러 가는 설렘이 더 커.



공주는 나의 10대의 마지막과 20대의 초중반 도합 8년을 함께한 지역이기도 해. 그래서일까 어딜 가든지 옛날 추억에 잠시 멍을 때려보기도 했고 떠오르는 기억에 가슴 찌릿한 감정이 밀려오네. 금강을 끼고 미친 듯이 자전거를 몰아 댐 위에서 소리 질렀던 시간, 눈물을 쏟으며 7수를 준비한 공간, 하루에 3대밖에 없는 버스를 기다리며 먹었던 햄버거가 그 기억을 대변하는 거겠지. 그립다고는 절대 말 못 하겠고 그랬었다고는 말할 수 있는 내 과거야.


선생님이 이번에 그런 말씀을 하셨어. 우리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건 공평하기 때문이라고. 갑작스러운 불행이 있으면 의도치 않은 행복도 있고, 몸서리 칠 나쁜 기억도 있지만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기억도 있고, 대화가 통화지 않는 부모가 있지만 술 한잔 먹을 친구가 있으니까  그 모든 것이 상충돼서 우리가 살아낼 수 있다는 삶의 통찰이었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고름을 인지했을 때 우리는 그 중간에 서서 스스로를 알아간다는 말에 적지 않은 감명을 받았다.



우리, 만약 지금의 어둠이 너무 크게만 느껴져 잠식당할 것 같은 두려움이 다가와도 반드시 포근한 볕뉘가 너를 해방해 줄 거란 사실을 잊지 않기로 하자.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듯이 분명 살아낼 이유들이 늘 우리와 함께 한다는 걸 간직하기로 해. 네게 꼭 전해주고픈 말이었다! 잘 자!


From. 공주에서 오자마자 노트북부터 킨

한결 ;)




p.s 혼술 하고 싶은 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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