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always
결과만 부르짖는 세상이지만 인고의 과정도 응원하는 선생이 되고 싶은 나의 바람이다.
To
헬스장 갈 때 외투를 집어 든 내 모습을 보니 귀중한 가을이 다가왔구나를 느끼네. 점점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서 소중함을 느끼는 요즘이지만 특히나 이번의 가을은 내게 너무 애틋하다. 호주에서 긴 여름을 보내고 귀국했을 때 한국은 여름의 시작이었으니 난 1년의 기간을 여름으로 보냈지..(으) 그냥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테라스에서 광합성하는 엄마의 아들들(식물)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시간들이야.
나태해지는 자신에게 새로운 도전을 주고자 수학 학원에 조교로 지원을 했어. 학창 시절 수포자였던 나였고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면접에 임했지. 그리고 면접이 끝난 뒤 바로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 원장님의 제안에 얼떨결에 네라고 답을 해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아이들 숙제를 채점해 주고 오답들을 설명해 주는 조교 역할을 하고 있어. 아이들의 싱그럽게 웃는 모습들을 볼 때면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끝없는 장난을 칠 때면 가끔 분노가 차오르는 학원생활이야..ㅎ
원장님의 수업을 뒤에서 가만히 청강하다 보면 지난날 이해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스쳐 지나가더라.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 무식하게 수학의 정석을 잡고 외웠던 기억과 손가락에 물집이 잡힐 때까지 하루에 100문제 씩 풀었던 과거의 시간들. 이해가 가지 않아 그냥 정답지를 달달 외워서 시험을 준비했었는데 그 문제들이 하나둘 떠오르면서 이제야 납득이 되는 거지. 어리석었지만 그때에는 최선인 방법이었어.
그래서일까 아이들이 문제를 내 앞으로 가져올 때면 생각하는 힘을 강조하곤 한다.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바로 포기해 버리는 것이 아닌 맞닥뜨려 볼 용기와 끈기가 그 힘을 생성하는 거니까. 답을 도출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식의 과정에 있어서 본인의 문제점들을 찾다 보면 수능에서 원하는 사고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 비단 이것은 수학으로 한정된 방식이 아닌 우리의 삶과도 밀접한 부분이라고 말하고 싶네. 결과만 부르짖는 세상이지만 인고의 과정도 응원하는 선생이 되고 싶은 나의 바람이다. 네 삶도 응원하는 거 알지? ;)
From. 그 시절의 과거와 마주하며
한결 :)
p.s 이제 출근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