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always
백세희 작가님께
한숨 돌리던 점심시간, 뉴스를 확인하다 작가님의 소식을 접했습니다.
작가님과의 접점이라고는 같은 일산에 산다는 것뿐인데 그 비보에 가슴이 철렁였습니다.
학교를 휴학하고 방 문을 꼭 닫아놓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작가님의 책을 선물해 주었어요.
배송은 받았지만 몇 달은 택배 그대로 방치해 두었던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다시 용기를 내어 집 밖으로 나설 때 처음으로 그 책을 손에 쥐었습니다.
카페 한구석에 앉아 숨을 몇 번이고 고르며 읽던 기억이 납니다.
그 문장 하나하나가 참 힘겹게 써 내려간 것처럼 느껴졌어요.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구나. 누군가도 이렇게 살아내고 있구나.
그때 처음으로 세상과의 연결이 아주 희미하게나마 다시 느껴졌습니다.
당신의 문장들에 힘입어 제 새벽이 담긴 책을 출간하기도 했답니다.
기회가 되면 꼭 보내드리고 싶었는데.. 제 게으름을 용서해 주세요.
시간이 멈춘 작가님 인스타를 찬찬히 들여다봅니다.
따스한 색감 속에 평온한 공간들이 보여요.
그래서인지 오히려 더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눈물과 아픔을 흘리고 닦으셨을지.
모처럼 쉬는 주말, 작가님의 책을 들고 좋아하는 카페에 왔습니다.
여전히 읽기가 힘드네요.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아서일까요, 아니면 이제 더 이상 당신의 새로운 글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일까요.
그래도 반쯤 읽은 책을 다시 집어 듭니다.
당신을 기억하는 제 추모의 방식이기에.
그동안 살아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안녕
2025년 10월 18일
한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