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보내는 마흔세 번째 편지

As always

by 한결


To. 주현누나


지인들과 연말 약속을 잡고 있는데 1년 전부터 잡힌 일정이 있더라고 이게 뭐지 하며 눌렀는데 누나 결혼식이더라.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했다. 1년 전 얼마나 날 쪼았으면 캘린더에 기록하게 만드는지.


누나가 결혼한다고 생각하니 의외로 아쉬움보다는 응원의 마음이 크네. 추억이 너무 많아 이제는 뭐인지 다 생각도 안 날 만큼 붙어 다녔다 우리. 학원 개업하고 라페스타 길거리에서 전단지 돌렸을 때, 호주에서 돌아온 지 채 24시간이 지났지 않았는데 담날에 사무실 화장실 청소하고, 출간 후 책에 일일이 사인해서 밤새 택배 포장했던 것들까지 하면 밤을 새울 거 같아.


아마도 지금의 감정은 그만큼 누나의 뒷모습을 많이 본 사람이기 때문일 거야. 하루에 인스타를 10개씩 올리고 청모 준비한다고 천만 원을 예산으로 잡는 어딜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누나지만 가끔씩 펑펑 울며 전화가 왔었지. 그토록 강인한 멘탈을 가지고 있는 누나에 얼마나 큰 시련이었을까 생각해 보니 그 시절이 그립지는 않네. 누나도, 나도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고 말했던 나날들이었으니까.


요즘은 ‘누나’라는 호칭을 쓸 일이 잘 없지만 만약 쓰게 되는 날일 때면 항상 누나가 먼저 떠오르곤 해.

내가 친누나가 있었다면 우리처럼 지냈을 거 같거든. 오랜만에 보면 외모 디스를 시작으로 카페에서 서로 깔깔거리다 헤어질 때는 세상 쿨하게 집에 가는 그런 관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난 누나가 혈연 이상의 뭔가가 있다고 생각해.


최근 독자님에게 1호팬은 누구냐고 질문을 받았어.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예전 기억이 떠오르더라. 5년 전,누나가 내게 한 줌 프로젝트가 뭐냐고 물었던 게 생각나. 너무 많은 것을 움켜쥐고 살지 말고 한 손에 담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들만 쥐고 살아가자는 의미라 답했지. 그때부터 누나는 내 글을 참 좋아해 줬고 난 그 응원에 힘입어 책까지 써 누군가에게는 작가님이라고 불려. 고마워. 고맙다는 말로 다 담지 못할 만큼.




우리 관계가 세월에 조금씩 소홀해질 수는 있겠지. 하지만 슬픈 일이 생겨도, 좋은 일이 생겨도 가장 먼저 서로에게 연락할 거라는 믿음은 변치 말자. 언제나 갑자기 전화해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마음 한 귀퉁이를 털어놓던 그 모습 늘 그대로 말이야.


결혼식 때 울지는 않을 거 같아. 대신 형님께 데려가줘서 정말 정말 감사하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겠지. 왜 내게 촬영을 맡긴 지는 모르지만,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시간을 손에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담아볼게. 근데 사진기가 어딨더라 곧 보자.


결혼축하해!



From. 한결




p.s (동) 찍다.

1. 사진을 찍다. 2. 도끼로 나무를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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