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원숭이를 사육하는 저공이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주면서 말했다.
“아침에 세 개를 주고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
그러자 모든 원숭이가 화를 냈다.
저공이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아침에 네 개를 주고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
그러자 모든 원숭이가 기뻐했다.
『장자』 제물론 편
'조삼모사'(朝三暮四)라고 알려진 사자성어의 기원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 중에 현재 당신이 걷고 있는 길에 떨어진 도토리는 3개일까요? 4개일까요?
지금 당장 도토리가 부족한 듯해도 인생 후반부에 더 많은 결실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현재 손에 쥐어진 도토리의 개수가 적다 하더라도 슬퍼할 일은 아닙니다.
인생이라는 큰 그림을 너무 가까이에서 바라보지 마십시오. 한 발짝, 아니 열 발짝 떨어져서 인생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더 멀리 떨어져 바라볼 수 있는 만큼 시야에 들어오는 도토리의 개수는 늘어납니다.
주로 '조삼모사'(朝三暮四)는 교묘한 말로 꾸며 남을 속이는 상황을 빗대어 쓰입니다. 또한 똑같은 도토리의 개수를 두고 먼저 주어지는 도토리의 양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원숭이를 비난하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정신 승리의 대가였던 장자는 원숭이들을 비난하려는 목적보다 '인생에서 정해진 도토리의 개수는 아무도 알지 못하니 지금 손에 쥔 도토리의 개수가 부족하더라도 절대 슬퍼하지 말라'라고 말하지 않았을까요?
적어도 제가 믿는 장자는 그렇습니다. 손에 쥔 단 세 알의 도토리에 실망하기보다 앞으로 얻게 될 네 알의 도토리 떠올리며 '럭키 장주'를 외쳤을 겁니다.
한동안 새로운 업무를 맡고 적응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던 때가 있었습니다. 주말에도 초과 근무를 하기 일쑤였기 때문에 한동안 교외로 나들이조차 가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1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얼마 뒤 요소수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경유 차는 일정 거리를 주행하면 요소수를 보충해 줘야 하는데, 요소수가 부족한 현상이 몇 달 동안 지속되다 보니 그 가격이 10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그런데 1년 동안 주행거리가 많지 않았던 제 차는 요소수 대란을 무난하게 지날 수 있었습니다. 금값을 주고 요소수를 구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열심히 일한 반면 놀 시간은 부족했기 때문에 통장 잔고는 넉넉해졌고, 요소수 대란에도 느긋하게 운행할 수 있었습니다. 더 기쁜 일은 의도치 않게 쌓인 여윳돈으로 경유 차를 처분하고 친환경 차를 살 수 있었습니다. 정말 '럭키 장주'를 외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듯 지금의 고난이 훗날 더 많은 결실을 낳게 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마흔에 무심코 펼친 손 안에 도토리가 세 개여서 다행입니다. 앞으로 얻게 될 도토리를 기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일을 기대하고 일 년 뒤를 기대하다 보면, 어느덧 인생길은 후회가 아닌 희망만 가득할 겁니다.
그렇게 마흔의 길을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