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밤 Dec 16. 2024

스스로 빛나면 그림자가 지지 않는다

요즘 유행하는 콘텐츠는 한 번 탄력을 받으면 단 몇 시간 만에 전국으로 퍼집니다. 더 나아가 신비롭기까지 한 영상은 순식간에 전 세계 핫 이슈로 떠오릅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 중학생이 공중을 부양하듯 걷는 영상을 한 플랫폼에 공개하자, 몇 달 만에 2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우수하다 못해 휴대전화에 도청 장치라도 있는 듯 쉴 새 없이 콘텐츠가 추천됩니다. 어떤 때는 그저 머릿속으로 필요한 물건을 떠올렸을 뿐인데, 마법처럼 추천 광고가 눈앞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정보를 접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한 세상이지만, 어찌 보면 특정 정보를 소비하게끔 누군가가 조종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보고 있는 영상,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겨 있는 상품들, 새롭게 출시됐다는 프랜차이즈 식당의 메뉴.

이런 것들은 과연 자기가 진짜 원해서 얻은 정보일까요?

『장자』 제물론 편에는 그림자와 망량 이야기가 나옵니다. 망량은 그림자의 바깥 테두리에 있는 옅은 곁 그림자를 말합니다.

어느 날 망량이 그림자에게 말했다.
“너는 걷는가 싶으면 멈춰 서고, 앉는가 싶으면 일어서는구나. 왜 그렇게 줏대 없이 행동하니?"
그러자 그림자가 대답했다.
“나는 내 주인이 움직이는 대로 움직일 뿐인데, 줏대가 없다니! 그런데 과연 우리 주인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걸까? 어쩌면 우리 주인조차 다른 무언가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 우리는 우리가 왜 움직이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거지.”

망량은 그림자를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림자는 본체인 사람을 따를 수밖에 없고요. 사람이 팔을 내저으면 그림자가, 그림자가 팔을 내저으면 망량이 차례로 팔을 내젓습니다. 속박에 속박을 당하는 망량은 답답한 마음에 볼멘소리를 합니다.

그 어느 시대보다 정보의 취사선택이 자유로운 세상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획일화된 유행을 좇고 있습니다. 마치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망량처럼 말입니다. 다양하게 추천되는 듯했던 정보들은 실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의도한 한정된 정보였던 것입니다.

스스로 빛나는 사람은 자신의 그림자를 만들지 않습니다.


오직 주변을 밝혀 빛이 도달하는 곳의 형상을 가늠하고, 그 물체의 그림자, 그리고 망량을 만들 뿐입니다.

아직도 세상에 궁금한 게 많은 마흔은 유행을 좇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자신의 빛은 흐려져 그림자처럼 검은색으로, 결국은 망량처럼 흐릿한 잿빛이 되고 맙니다.

주위 사람 모두가 재밌어하는 '그것'이 정말 재미있나요? 스스로 빛나는 마흔을 꿈꾼다면 잠시 멈춰서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렇게 자신만의 빛을 되찾아 누군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길 바라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