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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밤 Jan 08. 2024

애매한 추위가 더 추워

추워진 날씨에 연신 재채기가 터져 나옵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비염’. 주변을 둘러봐도 비염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없습니다. 기온차가 심해지는 환절기에는 더욱 그 증세가 심해집니다.

어느 초겨울,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재채기가 시작됩니다. 수차례 터져 나온 재치기에 정신까지 몽롱해집니다. 본격적인 겨울이 오기 전인데 이 정도라니. 앞으로가 걱정됩니다.

영하 19도에 육박하는 한파를 알리는 재난문자가 속속 도착합니다. 잠들기 전 방한장구를 미리 챙겨놓고 비염과의 사투를 위한 마음의 준비도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영하 19도의 한기가 집안에서도 뚜렷이 느껴집니다. 수차례 날아온 재난문자에 정신까지 추워진 탓인지 출근준비를 하는 동안 혼잣말로 ‘너무 추워.’를 연신 내뱉습니다.

그래도 무사히 출근해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오전업무에 열중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불현듯 깨닫습니다.

‘아, 오늘 아침에 기침을 한 번도 안 했네.’

휴대폰 오늘의 날씨에는 여전히 영하 9도가 찍혀있습니다. 그런데 비염은 사라지고, 오히려 콧 속으로 시원한 겨울바람이 자유롭게 드나듭니다.

애매한 추위가 더 춥습니다. 추위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신체는 재채기라는 이상신호를 보내며 겨울이라는 계절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러다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한파에 겨울을 온전히 인정하고 몸을 긴박하게 조정합니다. 기온에 맞게 근육은 수축되고 심장박동수는 느려집니다.

추위와 더위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려는 인간의 욕심이 ‘비염’이라는 질병을 키우고 있습니다. 추운 날은 추운 것이, 더운 날은 더운 것이 정상입니다. 추운 날 덥거나, 더운 날 추울 때 탈이 나는 법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애매한 추위’가 더 춥습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애매하게 방황할 때 상처가 더 깊어집니다.

오히려 크게 다쳐서 다행입니다. 몸도 마음도 말입니다.

온전한 추위를 겪은 나는, 이제 겨울을 지나 따스한 봄이라는 계절로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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