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푹 빠져 있는 테니스.
공이 라켓에 찰지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아주 통쾌합니다. 나름 적정한 기간의 레슨을 받고, 이제는 구력이 비슷한 지인과 간단한 게임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늘 한 끗 차이로 패배를 맛보니, 경기 시작 전의 설렘은 종국엔 아쉬움으로 변하기 일쑤입니다.
하루는 지인과의 경기에 관중이 한 명 생겼습니다. 지긋한 나이에 동네 테니스계의 숨은 고수인 듯 한 기운을 내뿜는 분이셨습니다. 경기를 한참 지켜보던 그분은 쉬는 시간에 제게 다가와 한마디를 건넵니다.
"실수했을 때 속상함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는데요. 그 덕에 상대방이 힘이 나나 봅니다."
순간, '아, 내가 발을 동동 구르며 아쉬워하는 모습이 상대를 춤추게 한 건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그래서 다음 세트에서는 실수를 해도 아쉬움 하나 없는 '무표정'으로 대응합니다. 그러자 결과는 놀랍게도 승리!
자신의 실수를 되짚어보는 과정은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됩니다. 하지만 실수한 행위 그 자체에 몰입하여 지나치게 후회한다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때론 아쉬움을 애써 감추는 '가짜 표정'이 필요합니다. '가짜 표정'은 당신에게는 실수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고, 경쟁상대에게는 '당신의 무너지지 않는 당당함'을 보여줄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경기에서는 실수가 나오면 무표정을 넘어 웃어볼 요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