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례 부서 이동이 있었습니다. 남자 직원들이 많은 부서에서 근무할 때 가장 인기 있는 점심 메뉴는 항상 ‘제육볶음’ 이었습니다. 그것도 주메뉴인 제육볶음만 맛있다면 다른 밑반찬이 없어도 무조건 ‘OK’였습니다.
그런 흐름에 저 또한 무리 없이 동조했습니다. 그리고 특이점은 ‘제육볶음’은 어딜 가나 중간 이상의 맛은 보장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여자 직원의 비율이 절반 이상인 부서에서는 점심 메뉴 선택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남자 직원에게는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곳에서 ‘제육볶음’이라는 메뉴는 분기에 한 번 정도 먹을 수 있는 특식이 되었습니다.
한번은 점심 메뉴 선택권이 있는 여직원에게 진지하게 ‘제육볶음’을 추천했습니다. 여직원은 차가운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그 식당은 먹을만한 반찬이 없잖아요.”
순간 생각에 잠겼습니다. ‘제육볶음만 맛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에 “제육볶음 먹으면 되죠.”라고 답을 했습니다. 그 여직원은 이를 악물고 참는 느낌으로 말했습니다.
“제육만 먹을 순 없잖아요. 밑반찬이 있어야죠.”
그렇게 그 부서에 근무하면서 점심 밥상을 대하는 태도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평소 메인 반찬만 제대로 된 반찬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주변에 놓이는 밑반찬도 살피게 됐습니다. 밑반찬이 더 이상 보조의 의미가 아니게 된 것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변화는 제육볶음의 진가를 알게 해줬습니다. 밑반찬과 비교하며 먹는 제육볶음의 맛은 오롯이 제육볶음만 먹던 때와는 달랐습니다. 여러 가지 반찬의 향미가 고기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살려줬습니다.
제육볶음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어떤 식당에 가더라도 메인 반찬만 보지 않습니다. 주변에 놓인 여러 가지 반찬도 함께 둘러보며, 서로 어떤 조화로움이 있을지 상상해봅니다.
인생에서도 그동안 좋아하는 것, 보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만 바라보며 산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온전하게 그것들을 느끼고자 몰두했던 노력이 자칫 그 진가를 놓치게 만들었을지 모릅니다. 오히려 원치 않은 일을 조금씩 겪다 보면, 비로소 소중한 것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번엔 정갈한 밑반찬이 깔리는 ‘제육볶음’ 식당을 찾아낼 생각입니다. 그곳은 분명 남녀 모두 좋아할 만한 맛집일 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