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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밤 Mar 29. 2024

종이에 베이면 유난히 아픈 이유

당신의 마음은 촉촉한가요?

별일 아니라며 넘겼던 일이 마음의 상처가 될 때가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면의 칼날이 속마음 이곳저곳을 헤집어놓는 경우입니다. 이 정도면 ‘별일’이 ‘별일’이 아니라고 봐야겠죠.

정신없이 서류를 정리하다 순간 알싸한 고통이 찾아듭니다. 종이가 적절한 각도를 이루며 손가락 피부를 시원하게 가릅니다. 상처 부위는 1cm 정도였지만, 보기보다 심하게 화끈거립니다.

왜 종이에 베인 상처는 유독 아픈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종이의 단면에 있습니다. 눈으로 보기에 종이는 부드럽고 매끈하게 보입니다. 그런데 현미경으로 확대한 종이의 단면은 날카롭고 울퉁불퉁한 톱날 모양입니다. 그래서 종이에 베이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깊은 상처가 남습니다.

자신의 마음도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무심코 집어 든 종이에 베일 수 있습니다. 매끈하게 보이는 종이에 베인 마음은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그 속은 톱날에 어지럽게 헤집어집니다.

그러니 ‘괜찮아. 괜찮아.’ 하지 말고 조용히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특히, 건조한 날일수록 종이에 쉽게 베이기 때문에 마음에도 적당한 수분이 필요합니다. 날카로운 톱날을 숨기고 날아오는 종이라는 녀석을 촉촉해진 마음이 누그러뜨릴 테니 말입니다.

오늘은 평소 쓰지 않던 핸드크림을 발라봅니다. 손가락 사이사이 전해지는 크림의 끈적함이 유쾌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 이질감은 곧 상쾌함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건조함을 없앤 손은 탄력을 얻어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마음에도 ‘마음 크림’을 잔뜩 발라두세요. 마음이 촉촉해야 일상 중 크고 작은 시련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또, 마음의 보습이 유지되는 한 아무리 날카로운 종이를 만지더라도 쉽게 베이지 않고 차곡차곡 정리해 나갈 수 있습니다.

때론 종이처럼 톱날을 숨긴 채 다가오는 시련이 삶 곳곳에 매복해 있습니다. 하지만 손과 마음의 건조함을 없앤다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손과 마음에 크림을 발라봅니다.
당신의 마음도 촉촉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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