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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림이 언니 최윤순 Jan 25. 2023

여자의 바람 & 남자의 묘책


                                      

  나는 요가를 참 좋아한다.

어딘가 몸이 아프면 전에 배웠던 요가 동작 몇 개를 기억하며 5~~~10분하고 나면 개운하며 통증도 사라지고 기분은 최상이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 쓰고 땀내며 운동하는 게 싫어서 유튜브가 바로 나오는 스마트티브이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스마트티브이를 사고 싶다고 남편에게 적극적으로 말했다.

 

  내가 요가를 좋아하는 이유.

★. 느리지만 각자 자기 능력에 맞게 할 수 있고 차분한 음악과 더불어 스트레칭을 하고 나서 요가 선생님이 꾹꾹 눌러줄 때면 더없이 상쾌했다. 그렇게 땀을 쭉 빼고 나면 몸무게는 아무 변동이 없는데 ‘good body shape’이 생긴 거 같은 착각을 하게 하는 데 그게 좋다.

★. 요가 종류는 다양하다. 내가 배운 요가 자세는 동물, 사람, 자연, 물건 등의 모양을 근간으로 해서 이런 자세는 형상화가 잘 되고 따라 하기 쉽고 재밌다. 딱 그 자세는 그 부분의 통증을 없애주는 것 같이 체계적이고 논리에 맞다. 두 다리를 포개어 앉고 혓바닥을 쏘옥 내밀며 사자처럼 포효하는 듯 소리를 내질렀을 때, 이 자세는 내 몸 안에 있는 나쁜 기운이 빠져나간 듯 차분해진다. 가르치는 선생님은 너무 진지하고 따라 하는 학생들은 정말 웃겨서 웃음바다가 되곤 한다.

★. 선생님 따라 천천히 동작을 끝낸 후, 모세혈관까지 다 털어주고 사바아사나(죽은 사람) 자세일 때 한 2~~3분간 깊은 잠에 빠지는 이때가 최고로 좋다.


  그런 요가를 하고 싶어 스마트티브이를 사기로 맘먹고 하이마트, 백화점, 인터넷 등에서 가격 비교와 품질 비교를 열심히 했다. 요즘 추세가 가전제품은 모두 대형화가 되어서 선뜻 사려니 불편하고 망설여졌다. 이젠 집도 줄여 갈 나이고, 작은 곳으로 이사하려고 마음먹었는데 무작정 대형 티브이, 대형 김치 냉장고 사는 게 썩 내키지 않았다. 남편은 우리 집 가전제품 중에서 냉장고, 세탁기, 전기밥솥, 청소기는 고장 나서 모두 바꿨다. 유일하게 고장 나지 않고 10여 년 동안 멀쩡한 티브이를 왜 바꾸려는지? 자기만 모르는 또 다른 속셈이 있는지? 자꾸 물었다.


  며칠 전 사위가 출장 가서 딸의 부탁으로 하룻밤을 같이 자고 이른 새벽에 ‘요가 소년의 모닝 요가’를 같이했다. 딸은 애들이 자는 중이라서 티브이가 아닌 핸드폰을 켜놓고 요가를 같이 했다. ‘숨 막히는 코로나 펜데믹 시국에 이런 방법으로도 운동을 할 수 있구나! ‘ 싶었다. 나는 집에 와서 곧바로 노트북을 켜놓고 따라 했는데 동작이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보이지 않아 답답했다. 그 후로 주말에 남편을 앞세우고 스마트티브이를 보고 또 봤지만 작은 곳으로 이사 갈 계획이어서 그 티브이는 너무 컸다.


  어느 날 남편이 B tv 직원이 우리 집에 방문할 계획이라며 유튜브를 달아줄 거고 한 달에 4500원만 내면 내가 원하는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묘책을 내놓았다. 눈도 침침하고 손가락으로 검색하는데 애로가 있었는데 그 통신사 서비스는 말로 하는 거라서 쉽고 편리했다. 남편은 주말 내내 리모컨을 들고 자기가 좋아하는 골프 방송을 보면서 “드라이버 비거리 늘리는 방법 틀어줘.” 하면 “네~~ 드라이버 비거리 늘리는 동영상 몇 개를 틀어주겠습니다.”하고 나는 “황 창연 신부님 강연 틀어줘,” “네~~ 황 창연 신부님 동영상 몇 개를 틀어주겠습니다.” 한다. 네~~~능청스럽게 얌체 같은 AI 목소리가 더 짜증났다. 남편은 “법륜 스님 강연 틀어줘,” 나는 “요가 소년 모닝 요가 틀어줘.” 하며 실랑이를 벌인다.


  그때가 마침 김장철, 김장하려고 준비하는 주말이니 눈치가 9단인 남편이 또 “김장김치 담그는 방법 틀어줘.” 하면 또 “네 ~~김장김치에 관한 동영상 몇 개 틀어주겠습니다.” 하면서 내 눈치를 살살 보며 시위하듯 틀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 너무 웃겨서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웃으면 지는 건데~~~. 내가 사고 싶은 스마트티브이를 못 사서 볼이 퉁퉁 불어 있었지만, 어느새 남편이 틀어놓은 김장김치 담그는 동영상 서너 개를 보며 맘에 드는 걸 찍고 복습하고 종이에 분량 조절을 하며 메모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김장 날에도 다시 서너 번 유튜브 동영상으로 복습을 하고 김장을 했다. 일 년의 중대사인 김장을 내가 하던 방식으로 해야 했는데 귀가 얇아서 동영상에서 본 타인의 방법대로 했더니 소스 부족으로 싱거워서 혼쭐이 났다.


  며칠 후 나는 딸에게 “스마트티브이 사는 거 포기하고 대신에 B tv 서비스를 아빠가 달았다.” 고 하니 칭찬 일색이다. “어머, 아빠 짱! 어찌 그런 신박한 생각을 했을까? 아빠는 역시 머리가 좋아. 엄마!, 단순히 요가 한다고 스마트티브이 사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조금 멀리 생각해보니 지구 온난화 대책은 탄소 배출 감축이라는데 폐가전 제품을 만들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딘가 싶었다. 메일함에 있는 메일 한 통만 지워도, 포털 검색 한 번만 덜해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 나의 바람은 물 건너갔지만, 남편의 묘책이 기후변화에 대응한 탄소 중립 전략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오늘 아침도 나는 요가 소년의 모닝 요가 동영상 틀고 요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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