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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림이 언니 최윤순 May 02. 2023

딸에게 주는 레시피 (1)

주부는 한 가정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다.


  며칠 전 공지영의 딸에게 주는 레시피를 읽게 되었다.

글로 많은 것을 전달할 줄 아는 그 작가는

딸이 맞닥뜨릴 상황과 감정에 어울리는 레시피로 쉽게 잘도 풀어 준다.


"몸을 챙기는 것이 마음을 챙기는 것이고 나를 챙기는 것"이며  "우리가 매일 먹는 먹거리는

 영혼의 집인 육체의 원소란다." "집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무거나 주지 않듯이

네 영혼의 집인 육체에도 좋은 것만 주어야 한다. " ( p 307 )며  음식을  만들어가며

서로 치유하고 그것도 글로 소통하는 모녀의 모습이 좋았다.


  나도 우리 딸들에게 딱 어울릴 몇 개의 레시피를 전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정리하고 있던 중이었다.

난 평소 요리하는 걸 부담스러워했고 쉽게 덤벼들지 못한다.

재료는 특 A급으로 사는데 잘하겠다는 욕심이 너무 강해서

꼭 삼류급 음식이 나와서 우울할 때가 많다.

하지만 사위도 생기고 손주도 생기니 요리에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관심이 생겨 요리 동영상을 자주 보고 응용하려고 노력한다.


  어렸을 때 길고 추운 겨울에 시골에는 마땅한 간식거리가 없었다.

겨우내 먹을 고구마 퉁우리가 그렇잖아도 많은 식구에 좁아터진 큰방 윗목에 턱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짧은 해가 넘어가고 이른 저녁을 먹고 나면 배가 고파서 간식으로

찐 고구마를 먹곤 했었다. 그 고구마에 딱 어울리는 음식이 동치미였다.

김장이 얼추 끝난 후  땅속 깊~~ 이 파고 묻은 큰 항아리에 중간 크기

무와 무청, 청각, 파, 마늘, 생강, 소금만으로 간하고 뭔가 끼지 말라는

예방책으로 대나무 가지를 구부려 넣었던 것 같다.

한 달여쯤 지나면 적당히 간이 배고 발효된 쨍~~ 한 맛이 나는 동치미와 물컹하게 찐 고구마는 긴긴 겨울밤 우리 8남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었던 환상적인 간식이었다.

이런 음식을 먹으면서 서로 더 많이 먹겠다고 아웅다웅 싸우며 컸던 8남매~~

이제 나이 들고 몸은 하나 둘 아파가고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있다 보니 서로 만남은 소원해졌다. 게다가 코로나로 우리를 꼼짝달싹 못하게 옥죄어 오는 무게감 때문에  

전화나 메시지로만 안부 전하고 사는 이 사회상황이 한없이 밉기만 하다.




내가 딸에게 주고 싶은 레시피 3가지를 소개하겠다.


  멸치  볶음 3종 세트


(1) 고추장 멸치볶음


내가 10여 일씩 해외여행 갈 때 멀미와 타국 음식의 고유 향 때문에

밥을 못 먹는 경우를 대비해 준비했던 반찬이다.

중간 멸치로 머리 내장 떼고 식용유 없이 마른 팬에 중약 불로 2~~3분간

습기 없이 바삭하게 구워준다.

고추장, 진간장, 물엿, 식용유 조금, 간 마늘, 넣어 끓인 후 불을 끄고

견과류, 멸치를 잘 섞어주면 달달한 고추장 멸치볶음이 된다.

해외여행 갈 때 먹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여행객은 가벼운 통에 넣고

잘 밀봉해서 구운 김과 함께 몰래몰래 꺼내 먹었을 때

그 달달한 고추장 멸치볶음의 개운한 맛으로 힘든 여행길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난 여기에 마늘, 파, 양념은 안 한다. 상온에 들고 다녀야 해서 상할까 봐)


(2) 매운 고추 멸치볶음


이 반찬은 육아에 몸과 마음이 한없이 지친 우리 큰 딸의 소울 푸드였다.

뜨거운 햇볕이 불타올라 온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8월의 폭염에 약(매우 강한 매운맛)

바짝 오른 매운 고추를 생태 텃밭에서 따온다.

고추를 어슷어슷 썰고 편 마늘 기름에 달달 볶다가 중간 멸치를 같이 볶아

갖은양념 넣은 매운 고추 볶음은 어찌나 매운지 골이 띵하고 정신이 번쩍 든다.

우리 큰 딸은 이 반찬이 힘들 때 더 많이 생각난다고 한다.

얼마나 둘째 낳고 큰 애 볼라, 신생아 볼라, 힘들었으면 그 매운 고추 멸치볶음이

자기 속 훑어 내린 지도 모르고 맛나게 먹었을까 생각하니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3) 멸치 호두과자


이것은 우리 손주들의 최애 품이다.

김 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

             .

            .

            .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라는 시를 퇴근길에 라디오로 듣고 바로 친구에게 전화해서 똑같은 시구를 읊어주고

한바탕 신나게 웃었던 적이 있었는데~~~~~


  글쎄 우리 큰손자는 TV에서 멸치반찬이 나오는 프로를 보고 할머니 표 멸치 과자가 생각난다고 전화가 왔다. 또한 이 멸치 과자는  4살 손녀와 밀당할 때 사용하는 할머니의 무기다.

자기애가 강한 우리 손녀 예쁘게 말 안 할 때가 가끔 있다.

그러면 할머니는 곧바로 사촌 오빠만 이 멸치 과자 주어도 돼? 하고 물으면  

안 된다며 말도 예쁘게 하고 할머니랑 맛난 거 같이 나눠 먹는다고

들릴 듯 말 듯 한 아주 작은 목소리로 약속을 한다.



. 150그램 작은 멸치 꿀 60cc, 호두 또는 좋아하는 견과류.

1. 일단 작은 멸치는 좋은 걸로 산다.

2. 머리 내장 떼 낼 필요가 없다.

3. 봉투를 뜯어서 손으로 만져보면 멸치가 약간 눅눅하다.

4. 그 멸치를 중약 불에 2~3분간 덖어주면 비린내도 없애주고

손으로 만져 봐도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냄새로 소리도 맛도 좋다.   

5. 호두나 견과류도 있으면 중약 불에 덖어준다.

습기도 날리고 고소하라고 ~~~

6. 불을 끈 후에 쇠 소쿠리에 멸치를  담아 흔들어서 불순물을 없앤다.

그러면 아주 맛있고 깔끔한 멸치가 된다.

7. 귀한 손주들 주려니 특별히 다른 양념은 생략하고 영양도 좋고 면역력 강한 꿀만

적당히 넣고 나무젓가락으로 뒤적인 후에 약 불에서 2분쯤?  

뒤집고 통깨를 살살 뿌린다. 그러면 손주들이 좋아하는 멸치 호두과자가 된다.



문제점 ;  손주들이 좋아하는 딱 좋은 그런 느낌( 적당히 뭉쳐진 )이 있는데 ~~~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고 이 멸치 과자는 만들 때마다 약간씩 다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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