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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림이 언니 최윤순 Oct 15. 2023

부모와 자식


  오늘 아침 4살 손녀가 던진 한 마디.

“난 엄마가 너~~~ 무 보고 싶었다.”라며 엄마를 끌어안고 고백한다. 

“엄마의 머리카락이 아니라 우리 엄마 예쁜 얼굴이 보고 싶었단다.”

“나~~~ 두! 엄마는 우리 딸 귀가 보고 싶었던 게 아니고 우리 딸 예쁜 얼굴이 보고 싶었다.”라며 

라임을 맞춘다. 지금은 엄마랑 잠도 잘 수 있고 엄마가 매일매일 있어서 너무 좋단다.

곰 인형, 뽀로로 인형, 토끼 인형 등의 애착 인형을 둔 아이들은 유치원에 가지고 간다. 

그러나 우리 손녀는 엄마 머리카락 잡아당기는 것에 애착을 느끼며 살아왔다. 

  난 이번 코로나로 어린 손녀 가슴에 피멍이 든 이야기를 쓰고 싶다. 

둘째 손자가 태어난 지 벌써 50일 됐다며 사진 촬영을 할 거라는 딸 이야기를 들으니 다시 한번 가슴이 울컥하고 먹먹해진다. 동생 맞이가 우리 손녀에게는 그렇게 가슴이 아린 일이여만 했는지. 

동생 갖는 것이 힘들거나 동생 가져서 샘내는 맏이는 봐왔다. 




  그러나 엄마 배 속에 잘 크고 있었던 동생이 태어났다는 그 사실만으로 하루아침에 엄마 잃은 상실감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 손녀에게 닥쳐왔다. 예전엔 맏이가 엄마 병실이나 산후조리원도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엄마한테 응석도 부릴 수 있었다. 새빨갛기만 한 조막만 한 동생이 신기하다며 눈인사도 하고 요리조리 관찰하면서 자기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가늠할 수 있었을 텐데.


  이번 해에는 코로나로 모든 장소를 원천 봉쇄해서 무려 20여 일간 엄마를 못 봤다. 사회적, 제도적인 상황을 알아차릴 수 없는 4살 손녀. ‘얼마나 배신감과 엄마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였을까?’ 생각하니 지금도 가슴이 저리고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모두 잘 풀렸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지금 생각해 보니 출산한 엄마에게 육아휴직은 필수 요건이다. 

엄마와 아이가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기간은 적어도 3년은 되어야 할 것 같다. 

지금 1년간의 육아 휴직으로는 현저하게 부족하고 어림도 없다. 

지금도 손녀는 날마다 엄마를 끌어안고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냐며 묻는다. 

엄마를 꼭 끌어안고 엄마한테도 꼭 끌어안아 달라며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진짜 동생이 태어난 첫째 날이 기억난다. 

내가 매일 손녀를 돌봤지만, 엄마, 아빠랑 떨어져서 한 번도 다른 사람 누구하고도 잠을 자 본 적 없었던 손녀! 자기 엄마 이부자리에 누워있는 할머니도 싫고, 밥도 먹기 싫고, 잠도 자기 싫다고 울었다. 손녀에게 모든 게 불안하기만 했던 그날이 불현듯 떠오른다. 할머니와 잠자는 날 손녀는 한숨 자다가 벌떡 일어나 엄마 아빠가 없는 것을 알고 두 시간 동안 울었다. 엄마가 왜 안 오냐며 울어대는 데 달랠 방법이 없었다. 

눈까지 위아래로 희번덕거리는 데 ‘이러다가 생때같은 우리 손녀 어떻게 잘못되는 거 아냐?’ 하며 

내심 나도 놀라고 죽을 맛이었다.


   다행히 낮에 함께 놀았던 남자친구 얘기로 수다를 떨며 플레이도우 세트로 둘이 손잡는 걸  만들어주니 

웃음기가 얼굴에 번지면서 다시 잠이 들었다.





<딸이 손녀를 위해 마미 머리카락을 그려준 그림. 

손녀는 지금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마미 머리카락이라며 노래를 부른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고 많은 이별이 이루어진다. 자기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자기의 생명과도 같은 부모와 떨어진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이 혼란스러울 것 같다. 

그때 이렇게 힘들어하는 자식을 두고 부모가 헤어져 혼자 남는 아이들 마음이 헤아려졌다. 

각자의 사정을 속속들이 모르고 분명 사연이 있어 헤어지겠지. 

어린 자식들만 생각한다면 부부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야만 더욱 건강한 사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런 면을 생각하면 두 딸도 큰 어려움 없이 서로 의지하고 배려하고 협력해서 잘 살아주길 간절히 원한다. 나는 부모로서 조부모로서 아니 사회 구성원으로서, 아이들 키우는 데 정신적, 심리적, 정서적,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


  그래도 지금은 눈앞에 그렇게도 보고 싶고 그리웠던 엄마가 날마다 회사도 안 가고 있으니, 

손녀는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우리 손녀 이젠 걱정하지 말아요.

엄마, 아빠, 동생, 너까지 완전체 한 팀이 딱 버티고 있으니까.

앞으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지 않고 순탄하게 살아가길 할머니는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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