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향림이 언니 최윤순 Oct 20. 2023

엄마 인간의 향기가 이렇게 가슴 설레게 할 수 있는가?


  여자는 임신한 순간부터 정신적, 심리적 변화가 크다.

특히 출산 전후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는 엄마도 많다. 아기를 품지 않았을 땐 다분히 이성적이고 냉소적이었던 여성들이 따스한 인간미를 품어내고, 새로운 가족의 온기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호르몬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딸은 갓 태어난 아이의 손에 코를 대며 킁킁 냄새를 맡는다.

“엄마, 인간의 향기가 이렇게 가슴 설레게 할 수 있는 거야?”

“땀에 흠뻑 젖은 냄새도, 발에서 나는 쉰내도, 

막 싸놓은 똥냄새까지도, 이렇게 가슴 설레게 할 수 있는가? 

막 목욕 끝낸 후 촉촉한 볼때기의 촉감은 또 어떻고? 

어디 향수나 몰 약처럼 따로 담아놓을 수 있는 병 같은 게 있다면 정말 좋겠어.”라고 말한다.


  난 그럴 때마다 “네 새끼니까 그~~렇~~게 예쁘고, 

네 분신이니까 그~~렇~~게 설레는 거야.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위대한 일은 출산할 수 있다는 거 아니겠니?”라고 말했다.

탈무드에 ‘신이 도처에 갈 수 없어서 어머니를 세상에 보내셨다.’고 하더라.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생존과 관련된 신 같은 존재라는 것이지. 난 우리 딸이 손녀 키우며 그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저절로 웃음이 배어 나오고 배가 불렀다. 우리가 아바타라는 만화 영화를 3D 안경을 쓰고 봤을 때의 이상하지만 경이로움 같은 것? 딸은 손녀의 향기나 촉감을 3D를 넘어서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을 총망라할 수 있는 4D로 만들고 싶어 했다. 먼 훗날 보관해 두었던 몰 약을 종종 꺼내 만져도 보고, 냄새도 맡고 싶단다.


  나는 맘마미아 영화를 무려 세 번이나 봤다. 그 영화에서도 딸을 시집보내기 전날 밤, 엄마로 분한 메릴 스트립이 딸로 분한 아만다 세이프 리드의 머리카락을 손가락 사이로 쓸어 넘기며 촉촉한 눈으로 노래를 부른다. 엄마는 딸이 어린 시절, 단지 존재만의 이유로 자기에게 무한한 기쁨과 삶의 의미를 주었다며 회상한다. 나는 그 장면에서 ‘만약 우리 두 딸이 결혼한다면 저런 감정이겠지!’ 무한 공감하며 눈이 시뻘게지도록 울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하여튼 손녀가 허리 꼿꼿이 세우고 앉기만 해도.

거울 빤히 쳐다보다가 거울에 쿵쿵 찧어도. 

유정아 하고 부르면 엄마 쪽으로 살짝 얼굴만 돌려도 감동이란다.

이렇게 하루하루 손녀 키우면서 앞으로도 쭈욱 재미 많이 느낄 것이야~~~.

그래서 손녀가 힘들어하고 보채도, 행복 에너지가 빵빵하게 채워지겠지!

그 맛에 모든 힘듦. 아기가 보채서 잠 못 자고 휘청거려도.

아팠을 때 마음 졸이며 밤새워 지켜볼 때도.

밥 제대로 안 먹어 속상할 때도 모두 잊어버리고 살아간단다. 

딸아 오래도록 많이 많이 행복하여라!

네 엄마도 다 그렇게 너희들 키운 거 알지? 

네 엄니도 너희들이 모두 성년이 되고, 결혼도 하고, 심지어 자식까지 두었어도 

항상 너희들의 왕 팬이 되고 싶어 귀 열고 눈 열며, 여전히 안달복달하는 거 보이지?


  딸은 여전히 손녀의 향기에 가슴 설렜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요즘 우리 딸, 그때 손녀가 주었던 향기에만 취해서 살기는 버거울 것이다. 여섯 살 손녀는 공주병에 걸려 드레스가 평상복이 되었다. 손녀는 유치원 다녀오면 곧바로 집에 들어와 드레스로 바꿔 입고 놀이터에 다시 나간다. 손녀는 놀이기구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미끄럼틀에 올라가 무대 삼아 “이 세상에 나보다 더 아름다운 공주는 없다.”라고 큰 소리로 읊고 우아한 몸짓으로 발레 포즈를 한다. 마치 공주인 양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관심이 많다. 공주 드레스 입고 TV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며, 피곤하면 낮잠도 잔다. 공주 드레스 액세서리인 면사포, 목걸이, 왕관을 사달라고 할 때는 엄청 욕심을 부린다. 우리 딸은 그럴 때마다 어렸을 때 자기 모습이 불현듯 떠오르고 자기를 쏙 빼닮은 딸을 재발견하고 힘들어한다. 그러면서 나를 쳐다보며 “엄마도 그때 많이 힘들었지?” 하며 생긋 웃는다. 


  손녀는 커가면서 또 다른 종류의 향기를 발산하며 딸을 행복하게 해 주겠지. 아이들은 무한정으로 변하고 성장한다. 손녀가 어떤 식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커갈지 부모도, 선생님도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앞으로 손녀의 행보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고 기대감이 크다. 앞으로도 자기 세계에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P.S : 4D 영화는 의자가 화면에 맞게 진동하거나 움직이고, 

     물, 바람, 안개, 폭풍, 냄새 등의 특수 효과가 제공됨.



이전 02화 유전과 (학습) 환경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