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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림이 언니 최윤순 Oct 20. 2023

유전과 (학습) 환경


                                                   

   4살 손녀 육아에 빠지다.

  사람의 성정은 타고나는 것인가? 학습되는 것인가? 오래전부터 갑론을박해 왔던 논제가 4살 손녀를 보면서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 손녀는 이모가 준 아기 인형이 무섭다고 울고 난리를 쳐서 현관 귀퉁이에 이렇게 모셔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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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치우라고 울면서 난리 쳤었는데 언젠가 유용하게 쓰일 날이 있다는 이모 말 듣고 잘 보관해 두었다. 그러던 것이 이렇게 좋은 장난감이 될 줄이야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막상 동생이 태어날 때쯤 엄마 옆에서 인형 옷 입히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우유 먹이고 트림시키는 것까지 자주 연습하더니 이런 자세가 나왔다.



  사진 속에 엄마 자세와 싱크로율 100%인 자세로 수유하고 있다. 동생 바운서도 자기 아기 인형 재워야 한다며 독차지해서 실제 동생은 엄마 무릎에 눕혀 있다. 동생 트림시키면 그 자세로 안고 트림시키고, 옆으로 안는 자세도 그렇게 잘 따라 할 수가 없다. 딸을 낳으면 분홍 이불, 아들 낳으면 파란 이불을 덮여 재웠던 이유는 아니겠지? 딸을 아들처럼 키우고 싶어 자동차를 사 주었던 공 지영 작가는 어느 날 딸이 자동차를 침대에 눕혀 인형처럼 재우고 있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많은 학생이 선생님이 심혈을 기울여 가르쳐 줄 때보다 같은 반 친구들이 하는 것을 보고 더 쉽게 배우기도 한다. 모방은 제2의 창작이라고 하는데 우리 손녀, 모방 학습이 조금 탁월하다. 어른들이 하는 말도 잘 기억했다가 시의적절하게 사용하는 게 놀랍다. 남자는 남자의 역할이 환경에 따라 키워지고, 여자는 여자 역할이 자동으로 습득되는 경우가 많은가?


 또 다른  3살 손녀 팽이 놀이에 빠지다.



  야무지게 다리 꼬고 팽이 든 모습만 봐도 3살 여자아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두 오빠가 있다. 오빠들이 하는 블록 놀이, 로봇 장난감, 특히 이번엔 팽이 놀이에 빠져서 three, two, one, go go를 외치며 오빠들보다 더 신나게 밤낮으로 즐기고 있다. 이 팽이 놀이는 상당히 손힘, 즉 소 근육이 발달하여야 줄을 잡아당길 수 있다. 어린이들의 대 근육과 소 근육 발달은 조금은 다르다. 계단 오르내리기, 놀이터에서 그물 오르기, 매달리기 등 많은 활동은 대 근육 발달에 도움이 된다. 과자 봉지 뜯기, 색연필로 끼적이기, 양말 신고, 단추 끼우기 등, 자기 스스로 옷을 입는 것은 소 근육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부모나 다른 양육자가 기다리려 주는 게 중요 관점이다. 이런 걸 보면 확실히 환경은 교육에서 아주 중요한 요인이고 유전적으로 물려받는 것은 따로 있는 듯하다. 똑같이 여자아이인데 현재 주어진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이니 웃긴다.


  올해 다윈 탄생 200주년이고 종의 기원 발간 150주년 된 해이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지구상에 살아남는 종족은 가장 강한 종족도 아니고, 가장 지적인 종족도 아닌, 환경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족이다.”라는 글을 읽으니, 이해가 더 확실히 된다.

앞으로 커가면서 어쩔 수 없이 여자는 여성성을, 남자는 남성성을 사회가, 제도가 더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글 젊은 엄마들이 보면 싫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내 생각으로만 끝나면 좋겠다. 앞으로 커서 두 아이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서 얘깃거리가 돼서 박장대소할 일을 생각하니 지금부터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https// : m.mk.co.kr/news/economy/view/2009/03/15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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